[산업일보]
기계 산업이 몇 년째 ‘허들 달리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장애물에 발이 걸려 넘어질까 조마조마하다. ‘이번만 넘기면’이었던 마음이 ‘언제쯤이면’으로 바뀌어 버리고만 기계인의 얼굴엔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국내 제조업의 심장으로 여겨져 온 ‘기계 산업’.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만 잘 극복해 낸다면, 기계 산업이 다시 힘차게 ‘펌프질’을 재개할 수 있을까. 업계 관계자들은 안타깝게도 ‘아니다’에 한 표를 던졌다.
(주)상원이엔지의 조현수 대표는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내로라하는 국내 기계 생산 대기업 매출부터 반 토막 난 현실 속, 중소기업의 상황은 말하지 않아도 알 정도”라며 “단순히 코로나19 때문은 아니다. 몇 년 전부터 지속한 경기 악화에 여러 악재가 겹치며 일어난 현상으로, 이번 위기가 지난다고 하더라도 예전 수준으로의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했다.
지난해만 돌아보더라도, 일본 수출규제부터 장기화하는 미·중 무역 분쟁까지 국내 기계산업계가 넘어야만 했던 허들은 산적해 있었다. 경기 침체기에 대내외적 여건의 악화 속, 기계 산업은 통계수치로 이 암흑기를 방증했다.
한국기계산업진흥회(기산진)에 따르면, 일본 수출규제의 영향이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지난해 8월, 기계 산업의 생산 및 출하는 전년 대비 각각 7.1%, 2.8% 감소했다. 조선산업을 제외한 기계 산업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7.9%인 약 141억 불을 기록했다.
‘국산화’를 외치며 위기타파에 나섰지만, 기계산업계의 현실에는 큰 변화가 일지 않은 모습이다. 일찍이 위기를 실감한 업계는 해외 시장에서 타개책을 찾고자 고군분투해 왔지만, 이마저도 올해 초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의 악재로 인해 막혀버리고 말았다.
코로나19의 여파가 가시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지난 4월, 기계 산업의 수출입 증감률은 수출 -25.3%, 수입 -5.6%로 처참한 성적표를 내밀었다.
국내 산업계에 코로나19의 부정적인 영향력이 본격화하기 전인 2월의 수출입 증감률(각각 4%, 9.7%)과 비교해 보면, 해외에서 위기의 탈출구를 찾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을 몸소 실감할 수 있었다.
또 다른 기계 유통업계 관계자는 본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몇 년 전부터 기계, 금형 등의 전통 제조업이 일거리가 있는 해외로 눈을 돌리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었지만, 더 이상 낙관적인 전망을 내 놓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화상 상담 등을 대안으로 내놨지만, 사실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본다”라며 “그 누구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시기다. ‘기술력’과 ‘자금’을 지닌 기업만이 결국 최후에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했다.
- <위기에 처한 기계산업, ‘미래’를 불러올 키워드 세 가지>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