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반도체로 불리며 우리 수출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이차전지에 대한 글로벌 관심과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무역협회(이하 KITA)에서 발표한 ‘한·중·일 배터리 삼국지와 우리의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 세계 전기차 누적 판매량은 717만 대로 전년 대비 40.3% 증가했고,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도 2016년 150억 달러에서 2019년 388억 달러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배터리 수출 역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12.8%의 성장률을 보이며 급격히 성장 중이다. 또한 올해 상반기 우리 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34.5%로 경쟁국인 중국(32.9%)과 일본(26.4%)보다 앞섰다.
최근 배터리 시장에서는 글로벌 경쟁을 더욱 촉진하는데 몇 가지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우선 배터리 성능 개선 및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배터리 기술이 향상되면서 에너지 밀도 및 주행거리가 증가됐으며, 생산 공정의 효율화 및 규모의 경제를 이뤘다.
배터리 단가는 2010년 대비 84.4% 하락한 1kWh당 156달러까지 내려왔으며 1~2년 내 내연기관의 유지비용 수준인 100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합종연횡 및 생산 현지화 확대도 눈에 띈다. 배터리 업체들은 투자리스크 분산을 위해 수요처인 완성차 업체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한편, 중국,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 현지 생산 기지를 구축하면서 경쟁 수위를 한 단계 끌어 올렸다.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자체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수직계열화를 통해 배터리 시장에 발을 들이면서 향후 경쟁 구도가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
현재는 배터리 제조사가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향후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개발 수준에 따라 이런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중·일 3국 간 경쟁 구도도 전통 제조업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인다.
제조업에서는 일본이 전형적인 First Mover, 한국이 Fast Follower, 중국이 Mass Producer의 역할을 수행했다면, 신산업인 배터리 산업에서는 기술 개발과 시장 개척, 그리고 대량 생산을 각 국가가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향후 배터리 산업은 기술력, 점유율, 규모의 경제를 고루 갖춘 5개 미만 업체가 시장을 독점, 또는 과점하는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KITA 관계자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 한국 업체가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고 전 세계 전기차 3대 중 1대에 한국산 배터리가 장착될 만큼 우리 배터리 산업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는 그간 우리 기업이 적자를 감내하면서 이뤄온 꾸준한 투자와 기술 축적의 성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여전히 초기 성장 산업인 만큼 향후 다양한 변수가 배터리 시장 성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며 ‘우리 기업이 기술 선점과 시장 개척의 끈을 놓지 않고,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산업 생태계 구축 등이 뒷받침 된다면 ‘미래 산업의 쌀’인 배터리 시장의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