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는 한국기업이 미국의 대(對)화웨이 반도체 수출규제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하 KIEP)에서 발표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화웨이 반도체 수출규제 확대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8월 17일 트럼프 행정부는 수출관리규정(이하 EAR) 재개정을 통해 대(對)화웨이 반도체 규제를 한층 강화했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5월 15일의 규제 강화조치를 보완하는 성격을 갖고 있으며 ▲화웨이의 해외계열사 38개 사를 Entity List에 추가 ▲2019년 5월 이후 90일마다 연장해왔던 화웨이 관련 임시일반허가(Temporary General Licence) 종료 ▲2020년 5월 15일 신규로 추가한 EAR §736.2(b)(3)(vi)를 재개정해 규제 적용범위 확대 등 세 가지로 구성됐다.
이번 조치의 목적은 화웨이가 사실상 모든 종류의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5월 15일 EAR 개정으로 즉각적인 영향을 받았던 기업은 TSMC였지만, 8월 17일 EAR 재개정을 통한 규제 확대조치로 인해 화웨이와 글로벌 반도체 기업 간의 연결고리가 모두 끊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5월 15일 미국의 제재 강화가 화웨이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 수급에 문제를 일으켰다면, 8월 17일 규제 강화는 첨단 시스템 반도체 수급의 우회로 차단뿐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 수급에도 차질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근본적으로 모든 반도체 생산이 미국의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나 제조장비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허가 없이 화웨이에 반도체를 수출한다면 이번에 개정된 EAR 위반으로 취급돼 미국의 제재를 받게 될 수 있다.
이미 확보한 재고 소진 이외에 화웨이가 신규로 반도체를 공급받기 위해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다는 게 KIEP의 설명이다.
한편,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는 한국기업의 경우 이번 EAR 개정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게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화웨이는 이번 미국의 제재 강화로 치명적인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KIEP 관계자는 보고서를 통해 ‘단기적으로 화웨이를 상대로 한 우리 기업의 반도체 관련 수출에 타격이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의 조치가 화웨이만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첨단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이번 조치가 우리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중국은 이번 경험을 통해 반도체 국산화에 더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한국의 반도체 산업으로서는 비교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중국과의 기술격차 유지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