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태평양 지역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격해지고 있다. 지난달 1일,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이 한국에서 정식 발효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 of the United States)’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 주요 내용에서 새로운 아시아-태평양 전략의 5대 목표 중 세 번째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중심의 인도-태평양 지역 번영이다.
IPEF는 무역 원활, 공급망 안정, 디지털 경제, 탈탄소 청정에너지, 인프라 협력 등 폭넓은 분야에서 공동의 원칙과 기준을 설정해 역내 호혜적인 경제협력 강화를 목표로 한다.
韓, IPEF 대응 논의…참여 성과에 대한 고민 필요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에 IPEF 검토를 위한 TF를 구성하고 제1차 회의를 개최했다. 미국의 IPEF 추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실익을 광범위하게 확보하는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회의를 통해 IPEF 추진 배경과 한국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인도-태평양 지역 내 분야별 예상 협력 의제에 대한 한국의 대응 방향도 중점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안덕근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최근 한국무역협회(KITA)와 한미경제협의회(KUSEC)가 주관한 ‘한‧미 FTA 발효 1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한국의 IPEF 참여를 강조했다.
IPEF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중요하다고 언급한 안 교수는 “한국이 IPEF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관세 인하를 통한 무역 확대는 의미가 없기에 한국은 IPEF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공급망 문제 등 새로운 규범을 만들 IPEF에서 한국이 어느 선까지 합의하고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는지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IPEF, 인도 등 핵심국 포함한 다자 통상체제로 기능할까
안 교수는 한국의 IPEF 참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미국이 IPEF를 대(對)중국 견제 수단으로 활용하기에 다자 통상체제를 강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어서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발표한 ‘미국의 2022년 통상정책 방향 및 주요 이슈별 현황’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IPEF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IPEF 참여를 기대한다고 밝힌 대부분의 국가가 RCEP 당사국임을 고려할 때, 미국은 IPEF로 인도-태평양 지역 내 중국의 영향력을 축소할 목적이 있다.
안 교수는 “인도가 2018년 도하 협상을 파기하고 RCEP에 참여하지 않은 것처럼 흘러가면 IPEF가 알맹이 빠진 협력이 될 수 있다”면서 “한국과 미국이 IPEF를 구체화하고 다자 통상체제를 리빌딩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韓, IPEF의 국내 영향 대비해야"
한국은 IPEF가 국내 산업, 기업 등에 미칠 영향을 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한‧미 FTA 발효 10주년 기념 세미나’의 패널토론에 참석한 김형주 LG경영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IPEF 가입으로 산업 현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파악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요즘 통상환경의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가 동맹화, 진영화인데 이러한 상황에서 IPEF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업종, 기업마다 상황이 다르기에 IPEF가 한국 기업들에 플러스 요인일지 마이너스 요인일지 계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무역협회의 ‘미국의 2022년 통상정책 방향 및 주요 이슈별 현황’ 보고서는 중국의 영향력이 큰 RCEP 발효, 미국의 IPEF 추진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G2의 블록화 경쟁이 새로운 양상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미국이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대신 IPEF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중국은 CPTPP 가입을 추진 중이므로 관련 변수를 분석하고 대응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