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수출과 내수가 모두 위축되면서 새해 첫 기업 체감경기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년 전 수준으로 악화됐다. 작년 3분기를 정점으로 6분기 연속 부정적 전망에 하락세가 뚜렷해진 모습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 2천254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기업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기업들의 내년 1분기 전망치는 직전 분기 대비 7p, 전년 동기 대비로는 15p 하락한 74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이 컸던 지난해 1분기 BSI(75)와 유사한 수준이다. 당시에는 코로나19 충격에서 회복하는 추세였다면, 현재는 체감경기 하락세가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BSI는 현재 경영 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지수화한 수치다. 지수가 100 이상이면 업황이 좋다는 기업이, 100 이하면 업황이 나쁘다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업종별로는 코로나 특수가 지속되고 있는 제약(104)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서 BSI가 100을 넘지 못했다.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비금속광물(60), 정유·석화(64) 업종은 높은 원자재가격과 유가 변동성에 고환율이 더해져 제조원가 부담과 수요 둔화로 특히 부진했다. 반도체를 포함한 IT·가전(68), 철강(68), 기계(77) 등 수출 주력품목도 부정적 전망이 많았다.
올해 경영실적도 목표에 미달할 것이라는 예상이 상당했다. 연초에 수립한 ‘매출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40.3%가 ‘소폭 미달(10% 이내)’, 17.9%가 ‘크게 미달’로 답해 절반이 넘는 58.2%의 기업이 매출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했다.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 기업은 26.1%였으며, 목표를 초과달성할 것으로 전망한 기업은 15.7%에 그쳤다.
고금리·고물가의 영향으로 영업이익 전망은 더 안 좋았다. 연초 목표했던 ‘영업이익 달성 전망’을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42.8%가 ‘소폭 미달(10% 이내)’, 23.6%가 ‘크게 미달’로 답해 응답기업 3곳 중 2곳(66.4%)은 영업이익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업이익에 대해 ‘목표 달성’ 응답은 21.3%였으며, ‘초과달성’을 예상한 기업은 12.3%에 머물렀다
공인회계사들도 올해 4분기 체감 경기가 전 분기보다 악화됐다고 평가하며 내년 1분기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대해서도 경제 상황의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점쳤다. 한국공인회계사가 발표한 ‘공인회계사가 본 경기실사지수(CPA BSI)’에 따르면, 올 4분기 경제 현황 BSI는 60으로, 직전 분기(74)보다 14포인트 하락했다.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정책실 이혜민 연구원은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고금리로 인한 이자부담 증가, 자금조달여건 악화 등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러-우 전쟁, 미중 경쟁 등 대내외적 요인까지 겹쳐 부정적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하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 우려가 있어, 기업투자와 수출 금융 확대 등의 정책지원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