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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계] 작지만 큰 기계 ‘재봉틀’
조해진 기자|jhj@kid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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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계] 작지만 큰 기계 ‘재봉틀’

방직기, 직조기와 함께 의류 산업화에 큰 기여

기사입력 2023-01-23 11: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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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일보]
우리의 일상에 필요하지만, 크게 드러나지 않는 작은 기계들이 있다. 어쩌다, 혹은 자주 만나는 일상의 기계들의 이야기들을 다뤄본다.

기성품으로 만들어진 옷을 사서 입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해졌지만, 옷은 옛날부터 동양이든 서양이든 직물을 바느질 해 직접 만들어 입었다.

그러나 1차 산업혁명이 일어나던 시기였던 1846년, 미국의 엘리아스 하우(Elias Howe)가 기계로 바느질이 가능하도록 만든 ‘재봉틀(Sewing Machine)’을 발명했다.

초기 재봉틀은 옆에 달린 손잡이를 손으로 직접 돌려 작동시키는 방식이었으나, 이후 페달을 밟으면 동력을 얻을 수 있도록 개량됐고, 최근에는 전기 모터를 이용해 동력을 얻어 재봉을 한다. 다만, 지금도 페달의 흔적이 남아 동력 스위치를 발로 밟는 방식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일상의 기계] 작지만 큰 기계 ‘재봉틀’

재봉틀은 인간의 손 바느질만을 대체한 것이 아니라, 시대를 변화시키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1차 산업혁명의 시발점으로 꼽히는 방직기와 직조기의 발명 이후 발전한 의류 산업화는 재봉틀을 만나 완성된 산업 생태계를 갖추게 됐다.

이후 한국에 들어온 재봉틀은 일반 가정에 흔하게 보급됐고, 국내 산업과 경제에도 큰 기여를 했다. 초기 한국의 기간산업은 섬유산업 등 경공업이었기 때문에, 당시의 많은 여성들이 공장에서 재봉틀을 돌려 옷이나 방직물들을 생산해 국가의 경제 발전에 손을 보탰다.

한 때는 각 가정에 재봉틀 1대씩 보유하는 것이 필수일 정도로 일상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던 재봉틀은 최근에는 전문 수선 장인들이나 의류 디자인 전공자가 아니고서야 흔하게 보기 어려운 일상의 기계가 됐다.

재봉틀과 뗄 수 없는 수선가게 “옷 수선도 방직물 제작도 모두 가능”

설 연휴를 앞두고 찾은 서울의 광장전통시장. 평일에도 불구하고 먹거리 구역은 발을 딛기 힘들 정도로 사람이 많았지만, 직물이나 옷을 취급하는 구역은 같은 시장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한산했다.

여러 방직가게들이 마주하고 있는 거리의 중앙을 수선가게들이 마치 관통하듯 줄지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작은 간판이 달린 수선가게들의 모습은 고작 재봉틀 하나와 몸 하나가 들어갈 수 있는 협소한 공간이었지만, 많은 작업이 가능한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상의 기계] 작지만 큰 기계 ‘재봉틀’
광장전통시장 내 옷 수선 거리

“바느질로 할 수 있는 건 재봉틀로 다 할 수 있다. 옷도 만들고, 에코백 같은 가방도 만들고. 우리 엄마들의 속옷이나 기성복을 샀는데 사이즈가 맞지 않으면 줄이거나 늘려주고, 고장난 지퍼도 달아주고. 주문이 들어오면 주문에 맞게 수선하거나 직접 제작해준다”

수선가게 중 가장 시장의 문 앞에 위치한 한 수선가게의 사장 이모(60대) 씨는 재봉틀 하나로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아무리 좋은 기계가 나타난들, 개개인의 몸에 작은 부분까지 맞추는 것은 어려운 일이므로 재봉틀과 장인의 손을 통한 수선이 필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시로 작업을 해야 하는 재봉틀이 얼마나 오래 사용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이 씨는 “고장이 자주 나긴 하지만, 한 번 사고 나면 고장난 부품만 수리해서 쓰면 되기 때문에 수십 년도 사용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재봉틀은 너무 튼튼하게 만들어진 나머지 부품 마모에 시간이 매우 오래 걸렸다고 한다. 재봉틀이 도통 망가지지 않아 신제품이 팔리지 않는 비상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는 웃픈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오래 가는 재봉틀의 수명과 달리, 이 기계를 사용해야 하는 수선 시장의 수요는 과거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일상의 기계] 작지만 큰 기계 ‘재봉틀’

이 씨가 있는 광장시장의 옷 수선 거리, 일명 미싱(재봉틀의 일본말) 거리는 수선 장인들이 약 40년 간 그 자리를 지켜온 장소다. 약 10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수선가게들이 손이 모자랄 정도로 일이 넘쳤지만, 지금은 그때의 절반도 못 미칠 정도로 큰 차이가 난다고 한다.

수요도 줄었지만, 수선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들의 나이도 대부분 60대 이상이라고 이 씨는 귀띔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재봉틀의 모습을 더 보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일반 가정 곳곳에 있었으며, 산업혁명의 발전과 국가의 기간산업을 이끄는 중요한 기계였던 재봉틀이 앞으로는 우리의 일상에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을 수 있을까. 자동화가 점차 당연시 되는 시대에 사람의 손과 협력해 완성품을 만들어내는 이 기계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다아라 온라인 전시관 GO
4차 산업혁명 시대, 산업전시회와 기업의 발전 양상을 꼼꼼히 살피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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