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지난해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의 선전이 돋보였다. 지난달 21일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애플 아이폰이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 1~7위를 휩쓴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점유율도 들썩였다. 애플이 삼성전자를 누르고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카운터포인트는 ‘경쟁사 판매량이 감소함에도 애플은 제자리를 지켰고, 삼성은 프리미엄 부문에선 애플에, 중위권‧보급형 부문에선 중국 브랜드에 점유율을 빼앗겼다’라고 진단했다.
눈여겨볼 건 한국 시장 점유율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73%로 선두를 유지했지만, 2위 애플의 점유율이 3% 포인트 올라 처음으로 25%를 넘어섰다. 애플이 2020년~2022년 사이 매년 1% 포인트씩 점유율을 높인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성장세는 예사롭지 않다.
기자도 애플의 성장세에 한 몫 했다. 지난해 11월 아이폰 15 프로 맥스(이하 아이폰) 모델을 구매하면서다.
평생 갤럭시 썼던 기자가 아이폰 구매한 이유
갤럭시 브랜드를 고집하던 기자가 아이폰을 산 이유는 간단하다. 한 번쯤 써보고 싶어서다.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이유가 궁금했고, 또래인 20대 소비자가 왜 아이폰을 선호하는지도 의문이었다.
아이폰 15부터 USB-C타입을 적용한 점도 컸다. 애플이 독자 규격을 사용하지 않고 대중적인 충전 단자를 도입한 것이다. 유럽연합(EU)이 충전단자 규격을 USB-C타입으로 의무화하며 어쩔 수 없이 고집을 꺾은 셈이지만 소비자에겐 이득이다.
쓰던 스마트폰의 교체 주기가 다가오면서 여러 모델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끝까지 고민했던 건 갤럭시 폴드5(이하 폴드5)였다. 펼쳐서 큰 화면을 쓸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서다. 하지만 결국 평소 궁금했던 아이폰을 써보기로 했다.
디자인, 카메라, UI는 ‘대만족’
아이폰을 처음 꺼내보고 느낀 건 ‘역시 애플 디자인’이었다. 최초로 적용한 티타늄 프레임은 사진이나 영상으로 봤던 것보다 고급스러웠고, 무광 디자인도 잘 어울렸다. 20대 소비자가 선호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건 카메라다. 대충 찍어도 결과물이 잘 나왔다. 취재용 카메라를 쓸 수 없을 때 휴대폰으로 대신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여러 설정을 건드리는데 익숙해지면 분명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걱정했던 사용자 인터페이스(UI)엔 생각보다 쉽게 적응했다. 익숙해지니 오히려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스와이프 한 번으로 사용하던 앱을 넘나드니 생산성이 늘었다.
화면 상단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다이내믹 아일랜드’도 매력적이었다. 녹음, 음악 재생, 지도 앱 경로 등 현재 활동 정보를 표시할 뿐 아니라, 멀티태스킹 패널로도 활용할 수 있었다.
좋긴 한데, ‘폴드 샀으면 접었다 펴기라도 했지...’
처음 써 본 아이폰은 분명 만족스러웠지만 다음에도 애플 제품을 선택할 진 의문이다. 가장 속이 쓰린 건 역시 가격이다. 기자가 구입한 ‘아이폰 15 프로 맥스’ 모델의 출고가는 190만원이다. 잘 사용하면서도 ‘이 돈이면...’ 하는 후회가 자꾸 밀려들었다.
‘A17 프로’ 칩의 초고성능도 느껴볼 수 없었다. 평소 모바일 게임을 즐기지 않고, 고사양 앱을 구동할 일도 없어서다. 웹 서핑이나 유튜브 시청 목적으론 과분한 성능이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사용하던 갤럭시 스마트폰과 사용자 경험이 별로 다르지 않단 점도 조금 실망스러웠다. 20대가 열광하는 ‘아이폰’이 무언가 다른 걸 보여줄 거란 기대감이 컸던 탓도 있었다. ‘폴드5’를 샀으면 접었다 펴기라도 했을 텐데.
대중성으로 점유율 높인 애플, 차별화 꾀하는 삼성전자
직접 사용해본 아이폰은 나쁘지 않았다. 예쁜 디자인과 좋은 카메라만으로 묘한 만족감이 들었다. 다만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기능을 대폭 강화한 ‘갤럭시 S24’를 출시하는 걸 보면서 속이 쓰리기도 했다.
통화하며 AI가 자동으로 통역해주는 ‘실시간 통역’, 원하는 부분에 동그라미를 그리면 바로 검색해주는 ‘서클 투 서치’ 등은 기존 스마트폰과 차별화된 기능이다.
AI를 등에 업은 삼성전자의 반격은 시장에도 통했다. 1월 말 출시된 갤럭시 S24의 국내 판매량은 28일 만에 100만 대를 넘겼다. 갤럭시 S 시리즈 중 최단 기간이다.
애플도 올 가을 출시를 앞둔 아이폰16에 생성형 AI 기술을 도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10년 간 추진해 온 ‘애플카 프로젝트’를 접고 AI 역량 강화에 힘을 쏟으면서다.
애플은 대중성을 강화해 시장 점유율을 높였고, 삼성전자는 폴더블폰과 AI 접목 등 차별화에 힘쓰고 있다. 두 기업의 대결이 스마트폰 시장 혁신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