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최근 산업계는 공장 자동화를 넘어 ‘인공지능(AI) 자율제조(이하 자율제조)’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자율제조는 자동차의 ‘자율주행’처럼 사람의 개입 없이 공장이 알아서 제조 전 과정을 수행하는 생산 환경을 뜻한다.
일산 킨텍스에서 1일부터 5일까지 열린 ‘제20회 서울국제생산제조기술전(Seoul International Manufacturing Technology Show, 이하 심토스)’에서 자율제조 준비 과정을 살펴봤다.
자율제조 실현은 ‘머신 온 AI' 부터
자율제조의 시작은 설비에 AI 기술을 올려놓는 ‘머신 온 AI(Machine on AI)’다. 송병훈 전자기술연구원 스마트제조혁신센터 센터장은 심토스 부대행사로 진행된 ‘글로벌 제조혁신 컨퍼런스’자리에서 “실제 디바이스 단에 AI 기술을 올리는 것이 첫 번째 전략이고, 이 AI들을 한 데 모으는 플랫폼이 만들어져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머신 온 AI는 어떤 모습일까. 아직 결과가 나오진 않았다. DN솔루션즈 관계자는 “장비 제조사는 아직 설비에 AI를 직접 탑재하는 단계는 아니고, AI 도입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대유 화천기공 기술개발연구소 이사는 ‘글로벌 제조혁신 컨퍼런스(이하 컨퍼런스)’ 자리에서 공작기계 AI 적용 연구 사례를 소개했다. 화천기계는 ‘CAM 자동화’를 시도하고 있다. CAM은 컴퓨터를 이용해 3D 모델을 만들고, 적합한 절삭 공구를 선정하고, 3D 좌표계를 산출하는 생산 준비 과정이다.
박대유 이사는 “경력이 오래된 작업자들이 금형 모델을 보고 가공 전략을 세우듯, AI를 학습시켜 CAM 자동화 프로세스에 넣으려 시도했다”라고 말했다.
AI 방식으로 가공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기존 방식보다 가공 시간이 줄어들고 표면 조도(거칠기)도 개선됐다. 박 이사는 “의도와 맞지 않는 사례도 나왔기 때문에 ‘완벽’하다곤 할 수 없지만, AI 도입의 예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의의를 밝혔다.
데이터 통합으로 AI 자율제조 ‘첫 발’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이하 KETI)은 공작기계 제조사 DN솔루션즈, 화천기계, 스맥, 현대위아와 업무협약을 맺고 기계마다 다른 데이터 언어를 통합하려 시도하고 있다.
정영준 KETI 연구원은 “우선 설비 언어를 표준화해 데이터 분석이 용이하게 만들고, 뽑아낸 데이터를 어떻게 처리‧활용할 것인가를 연구하고 있다”면서 “‘데이터만 쌓는 거잖아?’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 활용 방법은 다양하다. 공작기계 가동 중 진동, 전류, 음향 등 데이터를 수집해 AI 모델로 최적 가공 경로를 탐색하거나, 이상 감지‧가공물 치우침 보정‧공구 마모량 측정 등에도 사용할 수 있다.
KETI 관계자는 “공작기계는 작업자 경험에 많이 의존했고, 작업자마다 서로 다른 판단을 내렸다”면서 “여러 데이터를 수집해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데이터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면 더 신속하고 일관적인 판단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개발한 산업용 표준 통신기술 ‘라피넷(RAPIEnet)’, 이기종 통신 프로토콜 ‘OPC UA’ 등 표준 통신기술도 기존 자동화 공장을 AI로 연결하기 위한 밑작업이다.
KETI 관계자는 “AI를 활용하려면 가장 어려운 것이 ‘쓸모 있는’ 데이터를 얻는 것”이라면서 “데이터를 표준화하면 실제 기계를 모르더라도 표준 데이터를 이용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서로 다른 장비도 표준 통신을 탑재하면 하나의 인터페이스에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면서 “AI는 데이터가 가장 중요한 만큼, 표준 통신 기술은 서로 다른 장비를 연결해주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자율제조는 데이터 통합과 함께 첫 발을 뗐다. 정영준 연구원은 “경쟁사가 한 곳에 모이기 쉽지 않지만, 자율제조의 기반인 ‘표준 언어’를 만들기 위해 국내 공작기계 4사가 뜻을 모았다”라고 말했다. 국내 산업계가 자율제조를 통해 미래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