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일보]
미국 대통령 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집권정당별 정책 변화와 그 파급효과를 진단해 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 경제 전문가는 바이든, 트럼프 후보의 조세 정책과 비교해 현재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감세 정책이 무분별하다며 우려를 표했다.
김현동 배재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美 대선 이후 국제경제 환경 변화 가능성과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 세미나 기조강연자로 나서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그는 먼저 바이든, 트럼프 후보의 경제 정책을 비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자 증세’를 공식화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강력한 감세’를 천명했다.
부자 증세 vs 강력 감세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정책 포인트는 ‘증세’다. 법인세율과 고소득층의 소득세를 높이고, 중산층과 저소득층은 세금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법인세율을 현행 21%에서 28%로 높이고, 최종 3개 사업연도의 연평균 조정재무제표이익이 10억 달러를 초과하는 법인에 적용하는 ‘최저한세’도 현행 15%에서 21%로 인상한다. 미국 다국적기업의 해외 무형자산 소득에 매기는 세율도 10.5%에서 21%로 올린다.
초고소득층과 고소득층의 과세도 강화한다. 1억 달러 이상 자산을 가진 납세자(상위 0.01%)의 소득에 최저명목세율을 25%로 부과하고, 연소득 40만 달러 이상 납세자의 소득세 최고세율도 37%에서 39.6%로 인상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강력한 감세’를 추진할 계획이다. 21%인 현행 법인세율을 더욱 낮추고, 2025년까지 한시적으로 인하(39.6%→37%)했던 소득세율도 일몰 조항을 없애 영구히 적용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특히 언론 인터뷰를 통해 법인세율을 계속해서 낮추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만큼, 과거 공약이었던 법인세율 15% 혹은 그보다 더 낮은 세율을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의 감세 정책은 세금을 줄이면 고소득층의 소비와 투자가 늘어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낙수 효과’가 근거다. 특히 법인세율 인하는 낙수효과에 더해 해외에 진출한 미국 기업과 자본이 다시 돌아오는 ‘리쇼어링 효과’를 겨냥했다.
트럼프 감세 정책, ‘관세’ 올려 재정 충당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력 감세’는 구멍이 있다. 필연적으로 재정 수입이 악화되고, 이에 따른 국가 부채 증가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더구나 감세 정책의 근거인 ‘낙수 효과’도 세계 경제학자의 비판을 받는 상황이다.
김현동 교수는 “신자유주의자로 분류되는 보수 성향의 석학조차 감세론자의 이론에 반박하고, 감세가 재정수입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압도적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감세 정책에는 ‘믿는 구석’이 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트럼프 집권 2기는 ▲모든 수입품 10% 보편관세 ▲중국 수입품 60% 이상 관세 적용 ▲미국 제품에 부여되는 관세에 같은 비율의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상호무역법’ 제정 등 관세 정책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감세로 줄어드는 재정 수입의 일부를 ‘관세’를 올려 충당하는 전략이다”라고 강조했다.
‘뒷배’ 있는 트럼프 감세…韓 감세는 ‘무분별’
김현동 교수는 ‘관세’를 올려 부족한 세수를 충당하겠다는 트럼프의 감세 정책과 비교하면 한국 정부의 연이은 감세 정책은 ‘무분별하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회예산정책처와 여러 학자들이 대규모 세수 감소가 일어날 거란 우려를 표했으나, 정부는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속적인 감세 정책을 펼쳤다”며 “결국 지난해 56조 4천억 원의 역대 최대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과 달리 한국은 관세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면서 “감세 정책을 지속 추진하려는 현재 정부의 재정 정책에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