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도로 진화하는 AI 기술이 산업 전반에 확산되며 조직 운영과 비즈니스 모델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고 있다. 중견기업에서도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막론하고 ‘AI 전환(AX)’ 대응 속도가 기업 생존과 직결되는 상황에서, 중견·전통 기업들의 전략 수립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김지현 SK경영경제연구소 부사장은 20일 웨스틴조선 서울에서 열린 ‘2025 중견기업 혁신 컨퍼런스’에서 AI 기술의 변화가 재편할 비즈니스 환경과 전통기업의 단계적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김 부사장은 먼저 NVIDIA의 GPU 공급 확대, 챗GPT의 에이전트 기능 강화 등 최근 글로벌 기술 흐름을 언급하며 “AI는 더 이상 개별 서비스가 아니라 운영체제(OS)처럼 작동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스마트폰 앱이 아닌 ‘AI 안에서의 서비스 실행’이라는 패러다임 전환이 이미 시작됐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2026년을 “본격적인 에이전트의 해”라고 규정했다. 단순 검색·요약을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AI 에이전트’가 다양한 산업에 확산되면서, 업무 방식 또한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 작성, 마케팅, 고객 응대 등 다수의 기업 기능들은 “두세 명의 몫을 대신 수행하는 비즈니스 AI 에이전트”로 재편되고, 이는 조직 구조와 필요한 인력 구성을 뒤흔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AI의 오프라인 확장인 ‘피지컬 AI’도 주목해야 할 변화로 꼽았다. 제조업 현장에서 카메라·로봇·센서 등의 하드웨어에 AI가 심어지며 “기계가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다크팩토리 구현이 2~3년 안에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기존 스마트팩토리가 AI 기반 ‘초지능형 공장’으로 전환되는 과정인 셈이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중견·전통 기업이 취할 수 있는 AX 전략은 세 가지로 정리됐다.
첫째는 기존 사업의 연장선에서 AI 사업에 직접 뛰어드는 방식이다. SK 계열사가 데이터센터, 에너지 솔루션 등으로 확장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둘째는 사무·공장 등 내부 업무 프로세스에 AI를 적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엔터프라이즈 AI’ 전략이다.
마지막은 기존 제품·서비스에 AI를 탑재해 새로운 고객 경험과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접근이다. 쇼핑 에이전트·예약 에이전트 등 글로벌 기업들이 선보이는 시도가 이에 해당한다.
김 부사장은 “AI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기업의 제품, 공정, 고객 접점, 사업 구조 전체를 재설계하게 만드는 혁신”이라며 “2026년은 중견기업들도 AI 기반 혁신 전략을 구체적으로 수립해야 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I 기술이 앞서 나가는 만큼, 기업은 ‘얼마나 빠르게, 어떤 범위까지, 어떤 목적을 두고’ AI를 도입할지 명확한 로드맵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