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일보]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에 따라 사이버 보안 위협이 증대되고 있지만, 한국 정보보호 산업 발전에도 큰 기회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임종인 대통령실 사이버특별보좌관 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제13회 정보보호의 날’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1994년 우리나라의 상용인터넷이 시작됐지만, 어떻게 써야할지 몰랐다”라고 운을 띄운 그는 “그러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와 익스플로러가 출시되는 등의 흐름을 거치며 세상은 30년 동안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화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우리는 Chat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인공지능)기술과, ‘SpaceX’가 촉발한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 양자컴퓨터, 로보틱스 등 파괴적인 신기술과 마주하고 있다”라며 “이에 따라 우리는 10년 뒤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됐다”라고 언급했다.
임 교수는 “생성형 AI는 등장 이후 수많은 난제에 해결책을 제시해 왔고, 사이버보안 분야에서도 여러 장점을 가져왔다”라면서도 “AI가 공격자들에게 악용되고 있다는 것도 심각하다”라고 짚었다.
지난 5월 OpenAI의 ChatGPT-4o버전이 출시된 지 4시간 만에 ‘Jailbreak(탈옥)’ 돼 악용 위험성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또, 오픈소스 AI나 소프트웨어 중 상당수에 악성코드와 ‘백도어(backdoor)’가 숨겨져 있다며 “AI가 큰 기회를 만들어주면서도 새로운 위협 요인의 통로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종인 교수는 “바이오 분야에서도 AI를 활용해 그동안 분석이 어려웠던 단백질 분자들을 분석하는 데 성공했고, 이를 통해 생명체에 가까운 물질도 만들 수 있다는 성과가 나왔다”라며 “이 성과는 합성 생물학을 통해 신약 개발과 같은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특정 인종이나 지역에 작용하는 바이오 무기를 생산하는 데 악용할 수 있다”라고 했다.
아울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당시 러시아가 사이버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의 데이터센터와 네트워크망을 해킹했는데, 우크라이나는 데이터센터를 클라우드로 네트워크망은 스타링크를 통해 백업하는 데 성공했다”라며 “최근 인도네시아는 랜섬웨어 공격을 받아 국가 데이터의 98%가 소실되기도 했다”라고 말을 이었다.
그는 “러우전쟁이 장기화되며 러시아·중국·북한이 밀착하고 있는데,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서 다양한 사이버 작전을 수행하며 습득한 군사 경험이 북한에 전수될 수 있다”라며 “그러나 새로운 냉전 구도에 접어든 현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사이버 방산 영역에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의견을 내놨다.
임종인 교수는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사이버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문제는 더욱 대두될 전망”이라며 “우리가 이러한 기회에 잘 편승한다면, 한국의 정보보호 산업은 더욱 발전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여러 역할도 커질 것”이라고 기대를 전했다.
한편, ‘제13회 정보보호의 날’ 행사는 10일 서대문구 스위스 그랜드호텔 컨벤션홀에서 개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