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이 이뤄지고 있으나 그 성과는 미미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배출량 측정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시도로 ‘회피된 배출(Avoided Emissions)’이란 개념이 제시됐다.
KB경영연구소는 최근 ‘온실가스 측정의 새로운 개념, 회피된 배출(Avoided Emissions)’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행을 위한 온실가스 가이드라인인 ‘GHG 프로토콜(Greenhouse Gas Protocol)’로 따진다. 배출원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스코프(scope)1·2·3으로 산출한다.
현재까지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은 주로 기업 차원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이 산업 생태계 전반의 온살가스 배출 저감에는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진단이다.
기업의 활동은 직접 생산과 더불어 복잡한 공급망과 가치사슬에서 이뤄진다. 감축 노력은 주로 스코프1과 2에 집중돼 있는데, 가치사슬 전반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스코프3)은 효과적으로 관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령, 재생에너지 기술 도입 노력이 철강이나 시멘트 같은 자원집약적 산업으로 이어져 간접적인 온실가스 배출 증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렇게 가치사슬 밖에서 발생하는 배출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배출량 측정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시도로 ‘회피된 배출’ 개념이 등장했다고 전했다.
스코프4 또는 탄소 손자국이라고도 불리는 이 개념은 제품의 수명 주기 또는 사용 결과로 나타난 탄소 배출량의 감소 기여도를 측정하고 수치화한다. 이를 통해 명확한 정부 정책 수립과 기업 투자 결정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기업들이 회피된 배출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 기여를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테슬라는 전기차를 통해 내연기관차보다 연간 350만 톤의 온실가스 배출을 회피하고, 태양광 패널에서 무공해 전기를 생산해 연간 150만 톤의 배출을 회피했다고 밝혔다.
애플은 저탄소 자재 사용과 에너지 효율화, 재생에너지 사용 등을 통해 연간 1천500만 톤 이 상의 온실가스 배출을 방지했다고 드러냈다.
이케아는 가정용 태양광 제품을 통해 연간 18만 7천 톤의 온실가스 배출을 회피했다고 알렸는데, 이는 국가 전력망에서 친환경 전기로 대체되었을 때의 효과다.
보고서는 이와 같이 회피된 배출에 관심을 가지고 산출 및 보고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으나, 아직 표준화된 기준과 보편적으로 합의된 내용이 없어 그린워싱(Greenwashing)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추구하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진정성 있는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린워싱을 방지하기 위한 자구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홍보 수단을 넘어 지속가능성에 대한 노력을 보여주고 고객·투자자·정책 결정자 등의 지지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