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첨단과학연구는 실패해도 성공입니다. 성공하지 못해도 그 과정에서 들인 노력으로 다른 첨단기술이 발전할 수 있습니다”
김상욱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는 18일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제2회 서울퀀텀플랫폼 포럼’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양자 컴퓨터를 제때 만들지 못하더라도 중간 과정에서 많은 최첨단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다”며 양자 컴퓨팅 기술의 연구개발과 투자 필요성을 강조했다.
양자 컴퓨팅은 양자 역학의 원리를 이용한 차세대 기술로 기존 컴퓨터보다 훨씬 빠르게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김상욱 교수는 “양자 역학의 가장 중요한 특성인 양자 중첩(Superposition)을 이용해 근원적으로 새로운 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라고 말했다.
양자 중첩은 하나의 전자가 공존할 수 없는 두 개의 상태에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0과 1 중 하나의 값만 가질 수 있는 컴퓨터의 ‘비트’와 달리 양자 컴퓨터의 기본 단위 ‘큐비트’는 0과 1이 동시에 중첩된 상태를 가질 수 있다.
김 교수는 “일반적인 컴퓨터는 입력된 값을 정해진 규칙에 따라 처리해 결과를 내놓는 장치지만, 양자 컴퓨터는 내가 원하는 정보를 토해내도록 알고리즘을 짤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 컴퓨터로 10만 년이 걸릴 특정 작업을 양자 컴퓨터는 200초 만에 계산하고, ‘RSA 2048’ 암호도 ‘쇼어의 알고리즘’을 활용해 깰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RSA는 전 세계 대부분의 인터넷 뱅킹이 활용하는 암호화 알고리즘이다. 큰 숫자를 소인수분해하기 어려운 점을 활용한 것으로, ‘RSA 2048’은 십진법으로 617자리 숫자다.
다만 RSA 2048을 해독할 정도의 양자 컴퓨터가 언제 나올지는 모른다고 전했다. 617자리 숫자를 빠르게 인수분해하려면 100만~1천만 큐비트의 자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 기술로는 1천 큐비트에 도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어서다.
김상욱 교수는 “RSA를 조만간 풀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지만, 혹여 실패해도 그 과정을 통해 많은 최첨단 기술이 발전할 것”이라면서 “최종 목표에 모든 노력을 집중하지 말고 중간 과정을 제대로 챙기고, 기초부터 차근차근 해 나가야 한다”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