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도로, 철도, 전력, 가스, 열·용수 공급관 등 전반적인 국토계획을 조망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국회 ‘미래 국토인프라 혁신포럼’과 대한상공회의소가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26일 주최한 ‘첨단산업 필수인프라의 중요성 및 입법과제’ 세미나에 발제자로 나선 단국대학교 조홍종 교수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재당선된 이유는 AI(인공지능)·IRA(감축법)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심리를 잘 파고들었기 때문”이라며 “러스트 벨트(Rust Belt)에서는 매일 전기가 끊어지고 비가 새고 있는데, 이렇게 제대로 된 인프라 없이는 물류·에너지·인력이 제대로 이동하지 못해 인플레이션 발생으로 이어진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론 아제모을루, 사이먼 존슨, 제이먼 로빈슨은 ‘경제적 번영과 제도’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공로로 202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는데, 국가가 기업과 사회 자산을 지원해 ‘포용적 자본주의’로 성장했을 때 국가 경쟁력을 달성하면서 성장할 수 있다는 내용”이라며 “전 세계는 인프라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조 교수는 “미국 토목학회가 평가한 자국 내 인프라는 전체 평점 C-로, A 수준의 인프라는 없고 철도와 항구만 B로 평가됐다”라며 “대중교통, 제방, 공원, 항공 모두 낙제점에 가까운 D로, 미국의 인프라는 오래됐고 재건 계획도 없었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기반시설투자 및 일자리법(Infrastructure Investment and Jobs Act, IIJA)’을 통해 노후화된 인프라를 재건할 계획으로 기존 교통프로그램부터 에너지·고속통신망·수도·대중교통·군사적 인프라 등 철저하게 망라돼 있다”라며 “한국은 IIJA와 같은 종합 인프라 계획이 없고, 분야별로 따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짚었다.
“개인적으로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강원도 KTX 노선을 건설할 때 송전망을 함께 구축했다면 지금의 동해안 송전망 문제는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은 그는 “국토 종합 계획은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우리나라도 종합컨트롤 타워 시스템이 필요하다”라고 강했다.
한국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 위해 인프라 투자 시급해
조홍종 교수는 “우리나라는 15가지 산업기술수준 보고서(KEIT 2024)에서 미국의 약 88% 정도의 기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라며 “그러나 최고기술 보유 분야는 ‘미래형 디스플레이’ 하나밖에 없으며, 전체적으로 중국에 점차 뒤처지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 ‘국가첨단전략기술’을 지정했고, 7개 부지를 선정했다. 특히, ‘소부장 특화단지’로 자율주행·전기차 부품 공급망, 반도체 생태계 구축 등의 지원 단위를 지정했다.
하지만, 조 교수는 “전력·용수·도로 등 인프라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지역적인 안배, 지리적인 안배만 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맞춰 전력 설비와 같은 인프라를 뒤따라 구축해야 하는데,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특례나 인허가 타임아웃제와 같은 지원 방안이 있지만 천문학적 비용 투자는 피할 수 없다”라며 “지자체, 중앙정부, 국회에서 적극적으로 예산을 해결해 주지 않으면 기업은 결국 값싼 곳으로 공장을 이전할 수밖에 없다”라고 해설했다.
조홍종 교수는 이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20기가와트(GW), 우리나라 전체 전력량 중에 20%를 사용하게 될 텐데, 용인에는 발전소가 없다”라며 “동해안 원전이나 남해안 재생에너지에서 전기를 끌어와야 하는데 송전망의 길이가 동해안은 280km, 남해안은 430km에 달하며, 송전망을 건설해야 하는 지역에 대한 보상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라고 진단했다.
더불어 “한국은 만년설이 없어 비가 올 때 물을 가둬서 수자원을 확보해야 한다”라고 말한 그는 “수자원 인프라는 AI·반도체 클러스터의 용수로 쓰일 뿐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에도 연계되는 문제로 물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이 외에도 열 공급·도로·항만·공항·철도 등 여러 인프라 확충을 위한 신속한 정책적 대응을 강조했다.
조홍종교수는 “모든 국가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움직이고 있는 만큼, 한국도 국가 단위의 지원이 필요하다”라며 “현재처럼 분야별로 따로 움직이면 비효율적이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데이터와 AI를 활용하는 ‘인프라 총조사, 통합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서 국토 계획을 종합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입법 발의와 기업을 지원 체계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