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미국과 중국의 에너지정책 기조가 엇갈리면서 내년 국제 유가가 올해보다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트럼프 신행정부가 저렴한 에너지 확보를 위해 석유를 증산하고, 석유 소비의 중심축이었던 중국이 신재생에너지를 추구하며 전체적인 수요가 줄어든다는 예상이다.
국제정세 변화 속에서 국내 석유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18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4 석유 컨퍼런스’에서 나왔다.
‘석유 효율화’ 미국, ‘화석에너지 탈피’ 중국, ‘갈팡질팡’ 유럽
이날 발제를 맡은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은 국제정세 변화에 따른 산업 영향과 에너지 전환 동향을 짚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세계 석유시장을 주도한다고 봤다.
미국은 석유를 활용해 저렴하고 풍부한 전력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계획이다. 최준영 수석전문위원은 “트럼프는 미국을 전 세계에서 전기 요금이 가장 저렴한 나라로 만들려 한다”면서 “저렴한 에너지로 인공지능(AI)의 전력 수요를 뒷받침하고, AI를 통한 생산성 향상과 생산비용 감소를 전략적으로 추구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석유의 주요 수요처였던 중국은 화석에너지를 벗어나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고 있다. 최 수석전문위원은 “중국은 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확보하는 한편, 간헐성 문제는 그린수소로 극복하고자 한다”면서 “누구도 가보지 않은 재생에너지 기반 경제 시스템으로 향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유럽은 저렴한 에너지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최 수석전문위원은 “저렴한 에너지를 가진 미국과 공급이 불안정하고 비싼 에너지에 의존하는 유럽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면서 “유럽이 탈탄소 정책을 계속 추진할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윤재성 하나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 국내 정유 업계에 다소 긍정적일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캐나다의 저렴한 원유가 올해 아시아로 넘어오기 시작했고,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높이면 상황은 가속화될 것”이라면서 “트럼프의 대외 정책에 따라 우리 기업의 원가 열위가 조금씩 해소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신시장 개척, R&D 확대, 산업구조 전환 필요
전문가들은 석유산업이 좌초 위기를 돌파하려면 인도 등 신규 시장 개척, 연구개발(R&D) 확대, 산업구조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윤재성 수석연구위원은 “석유화학 설비를 확충한 중국에는 앞으로 많은 물량을 팔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경제 성장이 빠르면서도 설비가 부족한 인도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은 전체 매출의 10%를 R&D에 사용하지만, 한국은 1%에 그친다”면서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생산을 위해 국가 차원의 R&D 혜택 등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최준영 수석전문위원은 “한국은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나라와 경쟁해야 한다”면서 “원료가 저렴한 지역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등 전략적 변화가 필요하고, 당장의 어려움만 넘기는 ‘구조조정’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