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양자 컴퓨터로 소재 연구의 난제를 해결한다. 일반적인 컴퓨터로는 정확도가 낮은 소재 특성 계산에 양자 컴퓨터를 투입해 한계를 돌파한다.
이진형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양자시뮬레이터사업단(이하 사업단) 단장(한양대학교 교수)은 9일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제4회 K-퀀텀스퀘어미팅’에서 소재 설계를 위한 양자시뮬레이터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양자 컴퓨팅 연구는 크게 두 방향으로 나뉜다. 양자 컴퓨터 자체를 개발하고 하드웨어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과 양자 컴퓨팅의 응용 분야를 찾는 연구다.
사업단은 양자 컴퓨터의 활용 분야를 찾고 있다. 특히 고전 컴퓨터(일반적인 컴퓨터)로 계산이 어려운 신소재 후보물질 도출에서 가능성을 엿봤다.
신소재 개발은 소재 특성 예측부터 시작한다. 어떤 물질이 좋은 소재가 될지, 좋은 특성이 있는지 등을 계산하고, 소재 합성과 실험을 통해 특성을 분석한다. 원하는 특성이 나오지 않으면 다시 예측 단계로 돌아간다.
문제는 예측과 계산이 굉장히 어려운 점이다. 입자 간의 상호작용과 양자 얽힘을 계산하려면 일반 컴퓨터로는 계산이 불가능할 만큼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
사업단은 특정한 양자역학적 현상을 해석·예측해 같은 원리로 동작하는 ‘양자 시뮬레이터’와 고전 컴퓨터를 조합한 하이브리드 컴퓨팅을 연구하고 있다. 고전 컴퓨터가 효율이 좋은 일부 작업은 고전 컴퓨터로 진행하고, 계산이 불가능한 작업은 양자 시뮬레이터로 수행하는 식이다.
이진형 단장은 “고전 컴퓨터와 양자 시뮬레이터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와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면서 “소규모 분자 시스템을 양자 시뮬레이터로 계산하고, 분석한 후보 물질의 유용성을 검증하는 것이 연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특히 수소의 생성·저장 촉매 후보 물질을 도출하는 연구에서 양자 컴퓨팅의 활용 가능성을 발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수소의 생성·저장 촉매로 가장 효율이 좋은 물질은 백금 등 귀금속류로, 더 저렴한 촉매를 찾으려는 연구가 오랜 기간 지속됐지만 더딘 상황이다.
이 단장은 “양자광학시뮬레이터 기술로 물질의 전자 구조를 실험하고, 노이즈에 의한 오류를 완화하며 이론적 수치와 유사한 결과를 얻는 등 다양한 성과를 확인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