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지난해 12월 23일, 한국은 전체 주민등록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면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에, 어르신들의 역량과 욕구에 부합하는 ‘건강하고 준비된’ 노인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23일 열린 ‘초고령사회 노인일자리 라운드테이블 포럼’의 발제자로 나선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하 개발원)의 천재영 패널조사팀장은 개발원이 2024년 노인 일자리 정책 발전을 위해 구축하고, 국가승인 통계로 인정받은 ‘한국 어르신의 일과 삶’ 패널조사(panel survey)를 중심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 조사는 국내 60~74세 어르신 6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노인 일자리 참여자 3천 명과 비참여자 3천 명으로, 비교 분석이 가능하도록 이중 패널로 설계됐다.
천 팀장은 조사 결과 소개에 앞서, “OECD 국가들의 고령 노동자(65~69세) 고용률은 24.7%인데, 한국은 이보다 25.7%p 높은 50.4%에 달한다”라며 “개발원의 패널조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노인 일자리 참여자의 ‘일하고자 하는 의지’가 비참여자보다 높다는 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전체 조사 대상자 중 일하기를 희망한다는 응답은 69.7%였는데, 노인 일자리 참여자 중에는 97.2%로 대다수가, 비참여자 중에는 62.5%만 희망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일하고자 하는 이유가 노인빈곤 때문인가 싶어 ‘경제적 노후 준비 정도’에 대해서도 조사했는데, 일할 의지와 달리 경제적 노후 준비 차이는 미미했다”라고 분석했다.
노인 일자리 참여자들과 비참여자들의 ‘경제활동 이유’ 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공개했다. 경제 활동 이유 1위는 두 표본 모두 ‘생계비 마련’이었으나, 비참여자는 83.4%, 참여자는 58.1%라는 차이를 보였다. 2위는 ‘용돈 마련(참여자 23.1%, 비참여자 10.6%), 3위는 사회적 교류(참여자 10%, 비참여자 3.8%)로 참여자가 더 다양한 이유를 가지고 경제활동에 나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천 팀장은 “이러한 조사 결과에 이어 참여자들에게 ‘노인 일자리는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라고 개방형 조사를 진행한 결과, 40.2%가 ‘가족에게 도움이 된다’라고 답했고, ‘존재감 확인(29.4%)’, ‘성취감(24.2%)’이 뒤를 이었다”라며 “이러한 결과를 통해 어르신들이 감사한 마음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하며, 세대 간 연대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라고 해석했다.
천재영 팀장은 ‘2022년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실태조사’의 결과까지 더해 ‘노인 일자리 정책 성과’를 살피기도 했다.
이어진 설명에 따르면, 노인 일자리 참여자들은 급여를 통해 식비와 보건의료비 등 생활비 부담을 줄이고, 사적이전지출을 늘릴 수 있게 됐다. 또한 사회적 자신감과 대인존재감이 높았으며, 비참여자보다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다.
‘일자리의 질적 한계 및 개선 과제’에 대해서도 짚었다. “지금까지 노인 일자리는 양적으로 어마어마하게 성장했다”라고 말한 천 팀장은 “그러나, 노인 일자리는 복지정책인 만큼, 질적인 한계를 따져보고 고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신체적·정신적 상태가 좋지 않음에도 근로에 나서는 ‘프리젠티즘(Presenteeism)’ ▲신청기관이나 방법을 몰라 교육·훈련을 받지 못한 사례(48.1%) ▲참가자들의 낮은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점수 등을 지적했다.
그는 “참여자 중 39.8%가 몸이 아파도 일자리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역량활용사업’ 유형에서 43.8%로 가장 많이 나타났다”라며 “이 유형은 누군가에게 참여자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일자리로, 책임감 때문에 쉬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언급했다.
천재영 팀장은 발제를 마무리하며 “건강한, 준비된 노인 일자리가 마련돼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건강한 일자리를 위해 수행기관 종사자·수요처 담당자를 비롯한 관리자의 프리젠티즘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참여자들의 안전과 권익을 보호할 수 있게 해야 한다”라며 “또, ‘준비된 참여자’로 역량을 향상할 수 있도록 개발원의 교육 기능을 강화하고 교육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한편, ‘한국 어르신의 일과 삶’ 패널조사는 1차 조사 후 현재 작성 중인 통계로, 추후 결과치가 변동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