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소비의 효율적 관리와 탄소중립 대응이 전 산업계의 과제로 대두되면서, 기존 설비 성능을 개선하는 레트로핏(Retrofit)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이비엠팝스트코리아(ebm-papst Korea)는 공조·냉각·환기 시스템을 중심으로 EC 팬 기반의 고효율 레트로핏 솔루션을 국내에 본격 확산시키며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이비엠팝스트는 1963년 독일에서 설립된 산업용 팬 및 모터 전문 기업으로, 에너지 고효율 설계와 친환경 솔루션 개발에 특화된 글로벌 브랜드다. HVAC, 데이터센터, 가전, 산업설비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는 고성능 EC 팬과 모듈형 통합 시스템을 개발·공급하며, 전 세계 1만5천 명 이상이 근무하고 약 30개국에 현지 법인을 운영한다. 한국 지사인 이비엠팝스트코리아는 국내 제조업 및 데이터센터 분야를 중심으로 고효율 팬 시스템 보급에 주력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레트로핏 전담 조직을 축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레트로핏, 에너지·탄소·운영 안정성 ‘세 마리 토끼’
레트로핏은 신규 설비 구축 대신 기존 시스템에 고효율 팬, 제어 시스템, 센서 및 드라이브를 통합해 성능을 향상시키는 방식이다. 이비엠팝스트는 공조기(AHU), 냉동창고, 데이터센터용 CRAH 유닛, 공장 환기 팬 등 다양한 적용처에서 솔루션을 전개하고 있으며, 풍량 유지·저소음·저전력 운전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EC 팬 기반 구조로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김민 수석(레트로핏 프로젝트 매니저)은 “레트로핏은 단순 부품 교체를 넘어, 제어 최적화와 전력 품질 개선까지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공기 흐름과 전력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분석·제어해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유지보수 주기를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절감 효과 실증…EC 팬으로 최대 40% 이상 절감 가능
이비엠팝스트코리아에 따르면 기존 AC 팬을 EC 팬으로 교체했을 경우 동일 풍량 조건에서 평균 20% 이상의 에너지 절감이 가능하다. 여기에 야간 운전 최적화·BMS 연동·풍량 조절까지 병행하면 30~40% 이상의 절감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 유럽 내 슈퍼마켓 체인 70여 개 지점에 적용된 사례에서는 약 80%의 절감률이 실측됐으며, 국내 제조공장 및 빌딩 HVAC 적용 사례에서도 연간 20~30%의 소비전력 절감 효과가 보고됐다.
김 수석은 “생산라인이 가동 중인 주간 시간에는 풍량을 높이고, 야간이나 휴무일에는 RPM을 낮추는 방식으로 공조 설비를 제어하는 것이 에너지 절감의 핵심”이라며 “이러한 운전 전략은 자동화 제어와 센서 기반 피드백으로 실시간 조정되며, 전력비뿐 아니라 팬의 수명과 고장 리스크도 함께 줄여준다”고 설명했다.
기술 기반 핵심 요소: Active PFC, BMS 연동, 무정지 시공
레트로핏 시스템은 단순히 팬을 교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비엠팝스트 솔루션에는 고역률(PF≥0.95)을 달성하는 Active PFC(Power Factor Correction) 기술이 내장되어 있어 다수의 팬이 동작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고조파나 전원 간섭 문제를 최소화하고 설비 안정성을 높여준다. 또한 Modbus, BACnet 등 산업 표준 BMS 통신 프로토콜과의 연동을 통해 팬 속도 제어, 알람 설정, 에너지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기계적 호환성은 어댑터 프레임·베이스 플레이트·플러그앤플레이형 팬월 모듈로 해결하고, 전기적 호환성도 내장 드라이브 설계로 개선했다.
다운타임을 최소화하기 위한 ‘무정지 시공’도 강점이다. 야간 및 주말 시공, 구역별 순차 시공 방식을 통해 가동 중단 없이 교체 작업을 진행하며, 사전 계측 및 시뮬레이션을 통해 Payback 기간과 CO₂ 감축량을 수치로 제공하는 컨설팅 서비스도 병행한다.
데이터센터부터 공장까지…다양한 산업에서 확산 중
레트로핏 솔루션은 데이터센터, 제조공장, 대형 빌딩, 냉각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적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기·충북·전북 등지의 제조 현장에 시스템이 적용되어 연간 40% 내외의 절감 효과가 실증됐으며, 데이터센터의 CRAH 장비 내 팬 교체 및 PUE 개선 작업도 확대되고 있다.
김민 수석은 “데이터센터의 경우 고집적 설비가 늘어나면서 공조 시스템의 성능과 에너지 절감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레트로핏은 인프라 전체를 재건할 필요 없이, 현재의 시스템을 최적화해주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시장의 도전과 극복 전략
한국 시장은 낮은 전력 요금, 보수적 투자 결정 구조, 노후 설비의 비표준성 등으로 레트로핏 확산이 더디게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탄소중립 목표와 K-ETS, 공공 건물 그린리모델링 의무화 등의 정책 흐름이 본격화되면서 설비 효율 개선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비엠팝스트는 이러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사전 진단 기반의 에너지 컨설팅, 시뮬레이션 보고서, 정부 지원금 연계 컨설팅, BMS 연동 템플릿 제공 등을 통해 고객사의 투자 결정을 돕고 있다. 특히 ‘1장짜리 비즈니스 케이스’ 전략을 통해 Payback 기간, 연간 절감 전력량(kWh), 탄소 감축량(tCO₂) 등을 명확히 수치화하고 있다.
차세대 제품·솔루션 로드맵
향후 1~2년 내 출시를 목표로 레트로핏 시장에 최적화된 차세대 제품과 통합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다. 먼저, 저소음 설계와 고정압 운전이 가능하며 내장형 PFC를 포함한 차세대 EC 플러그팬으로 고정밀 제어 및 전력 효율 향상을 추진한다.
또한 데이터센터 환경에 특화된 팬월(Fan Wall) 키트도 개발 중이다. 이 키트는 CRAH(Computer Room Air Handler) 유닛에 적용되며, 팬 교체와 함께 PUE(Power Usage Effectiveness) 개선을 위한 모니터링 기능을 포함해 에너지 효율성과 운용 편의성을 동시에 고려했다.
이와 함께 방수 성능과 내식성을 강화하고 계절별 부하에 따라 제어 최적화가 가능한 냉각탑 및 산업용 환기 시스템 전용 레트로핏 키트도 제공할 계획이다. 해당 제품은 외부 환경에 노출되는 환기 설비에 적합하도록 내구성과 실시간 제어 기술을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하드웨어 제품 외에도 전체 프로젝트 흐름을 아우를 수 있는 원스톱(One-Stop) 서비스 패키지도 준비 중이다. 이 패키지는 ▲사전 시뮬레이션 및 현장 계측, ▲에너지 성과서 제공(연간 전력 사용량·탄소 감축량·Payback 기간 포함), ▲시공 및 커미셔닝, ▲성능 검증까지 전 과정을 포함해 고객이 체계적으로 에너지 개선 성과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와 더불어 IoT 기반의 통합 제어 및 AI 기반의 예측형 운전 시스템도 장기 기술 전략에 포함되어 있다. 이를 통해 향후에는 유지보수 자동화, 고장 예측, 이상 전력 감지 등 지능형 운영 체계까지 구축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레트로핏의 정량적 표준을 만든다”
이비엠팝스트코리아는 단기적 수요에 대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는 ‘예측 가능한 절감 효과’를 표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데이터센터, 제조공장, 대형 빌딩 등 3대 핵심 수요처에서 CO₂ 감축과 PUE 개선을 수치화된 형태로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레트로핏 시장의 기준을 재정립하겠다는 구상이다.
김민 수석은 “제품뿐 아니라 제어와 서비스를 통합한 ‘토탈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생태계 내 시공·설계·운영 주체들과의 협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한국 시장의 구조적 장벽을 정면으로 대응하면서 실질적인 절감과 운영 신뢰성을 동시에 제공하는 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방향”이라고 밝혔다.
레트로핏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비엠팝스트코리아는 그 중심에서 기술, 데이터, 협업을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절감’을 정량화하며 국내 산업 현장의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팬 한 대의 교체에서 시작된 변화는 산업 전체의 지속가능성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