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관세정책을 본격 시행하며 대미(對美) 수출은 감소했지만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무역량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시장 의존도가 줄고 다른 시장으로 수출이 다변화한 모습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9일 발표한 ‘미 관세 정책 이후 세계 수출 물동량 변화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전면적 관세 부과에 나서면서 단기적으로 글로벌 교역 흐름에 큰 변동이 발생했다. 관세 발표 직후 세계 수출 물동량은 평소 대비 25.9% 급증했지만, 시행 직후에는 20.8% 감소했다.
실제 수치에서도 변화는 뚜렷했다. 올해 1~3월 미국의 수입 증가율은 각각 24.6%, 18.4%, 31.6%로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으나, 4월 10% 보편관세가 시행된 이후 증가율은 1.7%로 급락했다. 5월에는 0.4%, 6월에는 –0.1%까지 떨어지며 사실상 역성장 국면으로 전환됐다.
보고서는 관세 발표 후 나타난 수출 물량 급증에 대해 발표 직후 1주일 이내로 즉시 출하가 가능한 물량은 대부분 재고에 해당할 것으로 추정했다. 발표와 시행 사이 간격이 길어야 한 달 남짓에 불과해, 기업들이 생산라인 조정보다는 기존 재고를 활용해 단기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품목별로는 자동차·부품, 철강, 알루미늄 등 232조 관세 대상 품목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자동차 수입은 7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23.6% 감소했고, 철강과 알루미늄도 각각 19.8%, 5.3% 줄었다. 반면 관세 대상이 아닌 품목들의 수입은 2~5% 수준의 증가율을 보이며 격차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미국의 수입이 위축된 것과 달리 세계 수출 물동량은 4월 이후 오히려 증가세가 이어졌다. 미국의 수입이 위축되자, 주요 수출국들은 유럽·아시아 등 다른 시장으로 물량을 전환했다.
한국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8월 기준 대미 수출은 약 12% 감소했지만, 전체 수출은 1.3% 증가했다. 그러나 반도체와 의약품 등 일부 품목이 미국의 232조 관세 조사 대상에 올라 있어, 향후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단기적으로 다시 ‘재고 밀어내기 후 급감’의 흐름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보고서는 기업에는 ‘환율·운임 급등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 완충 재고 운용, 공급망 안정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부에는 ‘관세 동향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핵심 정보를 신속히 공유해 기업의 선제적 대응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