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혁신적인 제품·서비스라 할지라도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마련하고 사업화로 이어가지 못하면 혁신은 ‘반짝였던’ 아이디어로 그치고 만다.
이에 산업통상부와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21일 서울 코엑스(COEX) 아셈볼룸에서 ‘CES AI 혁신 플라자’를 개최하고, CES 2026에서 발굴된 한국 혁신 기술의 조기 사업화 지원에 나섰다. 본보에서는 해당 행사를 통해 올해 CES가 산업계에 남긴 화두와 CES 혁신상 수상 사례 및 노하우 등을 살펴봤다.
하나증권의 김현수 수석연구위원은 ‘CES 2026, Physical Twin’이라는 주제로 CES 2026를 참관하고 포착한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그는 “2010년대 들어 하드웨어 혁신보다 보이지 않는 영역인 소프트웨어·반도체 분야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가전제품이 주로 출품되오던 CES가 ‘볼 게 없다’라는 평가를 받았었다”라며 “그러나 지난해 피지컬 AI가 등장하면서 CES는 중요한 분기점을 맞았다”라고 말했다.
이어진 설명에 따르면, 그동안 추상적 개념에 머물던 AI는 물리적 개념으로 전환되면서 이동수단인 ‘자율주행’과 생산 수단인 ‘로봇’으로 구체화 중이며, 이에 따른 산업 재편이 벌어지고 있다.
우선 자율주행 기술 발전의 영향으로 기존 자동차 제조사들의 영역이 줄어들고 있다. 2010년대 중반 CES에는 여러 자동차 제조사가 참가해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자율주행 포부를 제시하며 ‘베가스 오토쇼’라고 불렸다. 그러나 점차 자율주행 분야에서 주도권을 상실하고 있다는 것이 김 수석연구위원의 분석이다.
CES 2026에서는 BMW가 독일 자동차 3사 중 유일하게 참여했다. BMW는 2023년 ‘차량 외장 컬러 변경’, 2024년 ‘전면 유리 AR 기능 탑재’, 2025년 ‘전면 유리 파노라마 뷰 기능’ 등 SDV와 관련해 본질적인 변화는 내놓지 못했다. 올해는 새롭게 출시하는 전시차 소개에 그치며, 주도권 확보 시그널이 부재했다는 평가다.
현대자동차는 로봇 분야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자율주행에서는 다른 제조사들처럼 뚜렷한 기술 발전 성과를 내놓지 않았다.
반면 엔비디아(NVIDIA)는 ▲차량 내장 반도체(AGX) ▲머신 러닝 도구(DGX) ▲가상 환경 테스트 플랫폼(Omniverse)·학습 데이터 생성 엔진(Cosmos)을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 내에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올해는 메르세데스(Mercedes)와 5년간 협력을 통해 개발한 추론형 자율주행 AI 모델 ‘알파마요(Alpamayo)’를 발표했다.
자율주행 패러다임은 ‘소유’에서 ‘공유’로 확장되고 있기도 하다. 이는 연간 8천만~1억 대가 출고되는 자동차 시장 규모를 축소시킬 것으로 전망되며, 자동차 제조사들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구독 서비스’ 도입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소니-혼다(SONY-Honda) 모빌리티가 올해 CES에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 기능을 포함한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솔루션을 선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올해는 자동차가 스스로 추론하기 시작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봇을 두고는 “이번 CES에서 현대자동차가 시연한 보스턴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의 아틀라스(Atlas) 도입 비용은 2억 원 가량으로, 일반 생산직 노동자 연봉보다는 높지만 시간당 운영비용은 5분의 1가량 낮아진다”라며 “‘저임금 로봇’으로 인해 다시 생산지와 수요지가 일치하는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점쳤다.
이어 “가상 공간의 시뮬레이션(디지털 트윈)이 현실의 하드웨어 제어(피지컬 트윈)로 완벽히 구현되는 것이 핵심”이라며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그는 “CES 2026에서 피지컬 트윈을 가장 잘 표현한 기업이 현대자동차”라며 “현대모비스·현대위아 등 기존 자동차 부품 생산 역량이 로봇 부품 벨류체인으로 편입하게 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현수 수석연구위원은 발표를 마무리하며 “CES 2026을 통해 피지컬 AI에서 파생되는 산업의 변화가 상당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