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흐름에 맞춰,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한 구조개혁 실천 포럼(대표의원 고동진·안철수·이상식, 연구책임의원 이달희)’은 9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AGI 시대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행사에 참석한 산·학·관 전문가들은 국내 AI 산업의 동향과 한계를 살피고, AGI 시대를 향한 한국의 발전 전략을 모색했다.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안정호 교수는 ‘AGI 시대를 대비하는 개인·기업·국가의 자세’를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발표에 앞서, 발표자료와 참고 이미지는 구글 제미나이(Gemini) 3.0으로 만들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5년 전 ChatGPT의 등장과 성장을 예상한 사람이 없듯이, 우리는 미래를 완벽히 예측할 수 없고 변화는 생각보다 빠르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어떤 산업 분야가 가파르게 발전할 때는 R&D와 기술 선점이, 완만한 구간에 도달하면 최적화와 가격 경쟁이 중요하다”라며 “AI는 여전히 급격한 상승 곡선 위에 있으며, 남을 흉내 내기보다 원천 기술의 가치가 더 큰 상황이다”라고 진단했다.
AI의 3대 축으로는 데이터, 알고리즘, 하드웨어를 꼽으면서, “알고리즘(제미나이와 같은 AI 모델)이 급변하고 있어 하드웨어(GPU)의 유연성이 요구된다”라고 전했다.
안 교수는 “AI 사용량이 급증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전력 폭증을 우려하고 있다”라며 “그러나 시장은 합리적이기 때문에 점차 비효율적인 AI 모델은 도태되고, 지속가능하고 수익성 있는 AI만 생존하게 되면서 자정 작용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이 취하고 있는 ‘Fast Follower’ 전략의 한계도 짚었다. 미국은 민간 자본, 중국은 국가 주도로 무제한에 가까운 리소스를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미·중에 비해 제한적인 형국이다. 최근 우리 정부에서 GPU 25만 장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메타(페이스북)는 올해 120만 장이 넘는 GPU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안정호 교수는 “규모의 경제에서 선도국들을 이길 순 없을 것”이라며 “GPU 몇십만 장 더 확보하면 된다는 식으로 접근하지는 말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중국 주도의 LLM(거대언어모델) 개발 경쟁을 서부시대 골드러시(Gold Rush)에 비유하며, “모두가 더 좋은 금(범용 AI 모델)을 확보하고자 하는 틈에, 청바지와 곡괭이(인프라와 특화 AI 모델)를 파는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국가의 역할로는 ‘데이터 뉴딜’을 제시했다. 안 교수는 “GPU 확보만큼 양질의 데이터 공급이 중요하다”라며 “조선왕조실록같이 아직 디지털화되지 않은 조선시대 기록처럼, 당장의 부를 창출할 수는 없지만 큰 가치가 있는 데이터들을 나라에서 수집·정제해 줘야 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