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제조업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변혁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인공지능(AI)의 확산, 탄소중립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에너지 전환,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며 산업계는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오는 4월 20일부터 24일까지 독일 하노버에서 열리는 ‘하노버산업박람회(HANNOVER MESSE, 이하 하노버메세)’는 단순한 기술 전시를 넘어, 산업 전환의 방향과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무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26 하노버메세를 주관하는 도이치메세의 후베어투스 폰 몬쇼우 글로벌 이사는 5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하노버메세는 기업들이 당면한 도전 과제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해법을 찾는 장소”라며 “지금 산업계가 어디에 서 있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AI 도입의 출발선 차이 감안 필요
폰 몬쇼우 이사는 전시회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로 ‘AI’를 꼽으면서도, 제조업 전반의 AI 도입 수준이 균일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대기업의 경우 이미 많은 성과를 이뤘지만, 중소기업(SME)은 이제 막 시작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상황을 인더스트리 4.0 초기와 비교했다. “인더스트리 4.0이 처음 논의됐을 때도 실제 성취까지 10년이 걸릴 것으로 봤다”고 말한 그는 “지금의 AI 확산 역시 유사한 경로를 따르고 있다”고 언급했다.
‘핵심은 속도가 아니라 출발점’이라는 점을 강조한 그는 “앞으로 몇 달, 혹은 몇 년 안에 분명히 큰 진전이 있을 것이고, AI는 제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뒤 “AI 시장의 빠른 성장과 함께 제조 산업 역시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은 생성형 AI의 단계지만, 디지털 AI와 물리적 세계가 결합되는 피지컬 AI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말한 그는 “피지컬 AI는 하노버메세의 중심 주제 중 하나”라고 규정했다.
AI가 로봇, 드론, 자율주행 시스템에 적용돼 실시간으로 물리적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단계가 현실화되고 있으며, 하노버메세는 이러한 변화를 구체적인 사례로 보여주는 장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리더십 세션에서 피지컬 AI를 주요 토픽으로 다룰 예정”이라며 “유럽에서는 이미 인더스트리 AI 클라우드가 시작됐고, 일부 참가업체들은 피지컬 AI 자체를 전시의 핵심 주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장 전반에서 엔비디아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피지컬 AI 확산의 병목에 대해서는 “자율주행과 매우 유사한 상황”이라고 에둘러 말한 그는 “기술적인 문제와 안전 인증, 책임 소재 같은 제도적 이슈가 동시에 얽혀 있어 결론을 내리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하노버메세는 산업 전환의 출발점
2026 하노버메세의 또 다른 특징은 ‘방위산업’을 새로운 테마로 전면에 내세운 점이다. 폰 몬쇼우 이사는 “유럽의 불안정성과 평화에 대한 위협으로 방위산업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하노버메세가 다루는 방위산업의 초점은 분명하다. “무기나 방위 기술 자체가 아니라, 방위산업을 제조업의 관점에서 어떻게 확장할 수 있는지에 집중한다”고 말한 그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독일 역시 방위산업과 우주항공산업을 함께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하노버메세의 초점은 방위산업 ‘생산 기술’이며, 방위 기술 자체를 다루는 전시회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지속가능한 에너지 역시 2026 하노버메세의 핵심 축이다. 그는 “에너지 제조 프로세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생산 라인에서의 에너지 관리와 효율성이 참가업체들의 주요 관심사”라고 말했다.
부품 제조 공정에서의 에너지 관리, 에너지 저장, 쿨링과 히팅 등 다양한 섹터를 하나의 시스템 관점에서 제시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관람객들은 에너지 저장 솔루션을 비롯해 충전 기술,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등 통합적인 에너지 솔루션을 확인할 수 있다.
폰 몬쇼우 이사는 “제조 현장에서는 생산 라인에서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재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효율적이고 경쟁력이 있으며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를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2026 하노버메세의 파트너 국가로 브라질이 선정된 것도 이러한 전환의 맥락과 맞닿아 있다. 폰 몬쇼우 이사는 “아직 비준되지는 않았지만 무역협정이 존재하고, 브라질은 라틴아메리카 진출을 위한 중요한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브라질은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시장이며, 많은 기업들이 기회의 현실화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전시 기간 동안 브라질의 정·재계 대표단이 방문할 예정이며, 이를 계기로 두 지역 간 무역 발전과 협력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다양한 포맷을 통해 참가국과 브라질 간의 유대가 강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AI와 피지컬 AI, 방위산업, 에너지 전환, 글로벌 파트너십까지 이어지는 2026 하노버메세의 구성은 하나의 메시지로 수렴된다. 바로 급진적인 도약이 아닌, 현실적인 출발점과 단계적 전환이다.
폰 몬쇼우 이사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출발점과 속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작은 단계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기술과 제도, 규제 역시 장애물이 아니라 조정의 과정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끝으로 “올해 하노버메세는 그 어느 때보다 변혁과 변화가 큰 시기에 열린다”며 “산업계가 이러한 변혁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완벽한 장소”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사람들이 하노버메세를 경험해보길 바라며, 이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