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산업 인프라의 전동화와 디지털화라는 거대한 해일 앞에서, 기업들은 더 이상 ‘얼마나 많이’ 생산하느냐를 고민하지 않는다. 대신 ‘얼마나 안정적으로’ 연결하느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전력이 흐르는 모든 곳, 데이터가 오가는 모든 길목을 지키는 ‘연결 기술’이 시스템의 생존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독일 연결 기술의 명가 하팅(HARTING)은 지난 25일 독일 하노버 전시장(Hannover Exhibition Center)에서 열린 ‘하노버메쎄 2026 프레스 프리뷰’에서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내놓았다. 하팅이 제시한 화두는 ‘미래 대응형 연결성(Future-proof Connectivity)’이다. 이는 커넥터를 단순한 부품이 아닌, 산업의 회복력과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전략 자산으로 격상시키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에너지 전환의 최전선, ‘고전류’를 제어하다
다니엘 슈툼프(Daniel Stumpp) 하팅 글로벌 마케팅 총괄은 “연결 기술은 시스템의 기반”이라고 정의했다. 그가 이날 공개한 로드맵의 핵심은 에너지 인프라의 전 가치사슬 장악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소부터 수소 인프라,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에 이르기까지, 전력이 만들어지고 저장되며 이동하는 모든 과정에 하팅의 기술을 심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주목받은 것은 ‘Han® HPR HPTC(High Performance Transformer Connector)’ 시리즈다. 이 제품은 최대 3.6 kV/1,400 A에 달하는 고전압·고전류를 감당한다. 단순히 전기를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IP68/69 등급의 방진·방수 성능으로 무장해 염분과 습기, 오염이 가득한 가혹한 환경에서도 시스템을 지켜내는 ‘갑옷’ 역할을 수행한다.
설계 철학도 철저히 현장 중심이다. 알루미늄 다이캐스트 하우징과 분체 도장, 은도금 접점은 내구성을 극대화했고, 이중 스프링 구조는 외부 충격에도 접촉 불량이 발생하지 않도록 고안됐다. 복잡한 공구 없이 현장에서 즉시 설치가 가능한 ‘단순성’은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산업 현장에 던지는 하팅의 배려다.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플러그 앤 플레이’로 잇다
하팅의 시선은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장으로도 향했다. ‘Han® HPR Single Pole’ 제품군은 자동 변압기 스위치(ATS) 연결의 난제를 해결했다. 기존의 하드와이어링 방식이 가진 비효율과 안전사고 위험을 사전 조립된 케이블과 잠금 나사 시스템으로 대체해 ‘플러그 앤 플레이(Plug & Play)’ 환경을 구현했다. 이는 설치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뿐만 아니라 유지보수의 편의성까지 확보하는 결과를 낳았다.
산업 자동화 분야에서는 모듈형 구조를 통해 공간과 중량을 줄이는 ‘다이어트’를 제안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결합된 통합 연결 솔루션은 인더스트리 4.0(Industry 4.0) 환경에서 설비 간 네트워킹을 유연하게 만드는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1947년부터 2026년까지… 하노버와 함께한 역사
하팅과 하노버메쎄의 인연은 단순한 참가 기업 그 이상이다. 창립자 빌헬름 하팅(Wilhelm Harting)이 1947년 첫 수출 박람회에 깃발을 꽂은 이래, 하팅은 수십 년간 하노버메쎄의 역사와 궤를 같이해왔다. 슈툼프 총괄이 “하노버메쎄는 하팅 기술 진화의 무대”라고 회고한 배경이다.
이제 하팅은 2026년의 하노버에서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한다. 모빌리티 전동화부터 탄소 중립 공장까지, 산업의 모든 혈관을 자신들의 기술로 연결하겠다는 하팅의 야심은 이미 구체적인 청사진으로 그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