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뇌종양 환자의 종양 조직을 제거하고 기업의 ‘합성 수신 조직’을 이식한다. 이제 환자는 이전처럼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다. 기업의 기지국 범위, 즉 서비스 지역에 머물고 수면량이 1~2시간 늘어나며 월 구독료 300달러만 내면 된다.
넷플릭스(NETFLIX) 옴니버스 드라마 ‘블랙미러(Black Mirror)’의 에피소드 ‘보통사람들(Common People)’에 등장하는 기업 ‘리버마인드’의 기술 및 서비스 모델이다.
리버마인드는 환자의 손상된 신경 구조를 스캔해 클라우드 서버에 ‘백업’해두고, 뇌에 이식한 조직에 전송하는 방식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뇌 질환으로 쓰러진 아내를 살리고자 리버마인드의 기술을 사용하기로 한다.
이용자 확장이 목표였던 리버마인드는 종양 제거 및 이식 수술을 무료로 진행해 주고, 주인공 부부는 다시 평온한 일상을 누린다. 단, 구독료 마련을 위해 주인공의 초과 근무가 필요했다.
그러나 기지국을 늘리며 서비스 지역을 확장할수록 리버마인드는 탐욕을 드러낸다. 기존 서비스 지역을 벗어나 미국 전역을 다닐 수 있는 ‘플러스’ 모델을 만들고 월 800달러를 요구한다. 거기다, 가입자가 일상에서 자신이 기억조차 못 하는 ‘광고’를 하게 하는 패널티를 부여해 플러스로의 업그레이드를 유도한다.
이후에는 플러스의 상위 모델인 ‘럭스’를 내놓는다. 평온함·태연함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조절할 수 있고, 기존의 감각을 풍부하게 해준다. 다른 이용자들의 기술과 특기를 가져와, 평소에는 없었던 능력도 사용할 수 있다. 월 구독료가 1천800달러에 달하는 VIP용 모델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하위 모델 가입자들의 ‘희생’이 따른다. 그들을 강제로 ‘취침모드’로 만든 뒤, 럭스 가입자의 뇌 활동을 지원하는 ‘그리드 컴퓨팅(Grid Computing)’의 자원으로 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주인공의 아내는 수면 시간이 늘었음에도 뇌가 휴식을 취하지 못해 오히려 피곤함을 느낀다.
드라마에서 리버마인드는 ‘무료 수술’이라는 락인(Lock-in) 전략을 사용한다. 넷플릭스와 같은 OTT 기업이나, 최근에는 챗지피티(ChatGPT)를 비롯한 AI(인공지능) 기업들의 초기 시장 구축 방법이다. 진입 장벽을 낮춰 대규모 가입자를 확보하고 종속시킨 뒤, 일정 규모에 도달하면 서서히 가격을 올리는 방식이다.
문제는 쉽게 해지할 수 있는 디지털 서비스가 아니라 인간의 뇌가 대상이라는 점이다. 이동을 제한하고 수면량을 늘리며, 하위 요금제 가입자를 ‘걸어다니는 광고판’으로 활용하는 것도 모자라 서버 자원으로 전락시키지만 살기 위해선 서비스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또 이러한 모습은 통제받지 않는 자본이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통해 생명을 인질로 삼아,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를 남긴다.
기술의 발전은 분명 우리의 삶을 이롭게 만든다. 심지어, 질병의 고통을 해결하고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생명을 구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술을 운영하는 자본의 논리는 다르다.
리버마인드의 서비스가 환자를 살리는 의료기술에서 시작했지만, 가입자를 쥐어짜는 악랄한 비즈니스 모델로 변질된 것은, 독점된 기술에 대한 감시와 윤리적 가이드라인 구축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AI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가운데 드라마는 인간의 생명과 관련된 기술이 시장 논리에만 맡겨질 경우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극단적인 형태로 그려낸다. 결국, 첨단 기술이 인간을 위한 유용한 도구로 남을지, 자본의 지배 수단으로 변질될지는 우리가 어떤 원칙을 세우고 책임을 부여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