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스마트팩토리 고도화와 함께 제조 현장의 품질 검사 방식이 진화하고 있다. 그간 오랜 연구 단계를 거친 산업용 음향 AI 기술이 실제 양산 공정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며 제조 혁신의 핵심 열쇠로 떠올랐다.
음향 AI는 기계적 마찰음, 비정상적인 작동 소음, 가스 누출음 등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영역을 감지하는 기술이다. 부품 내부의 미세한 마모나 구조적 이상 유무, 기계 설비의 작동 상태를 직관적으로 진단하는 데 특화된 솔루션으로 현장에 안착하고 있다.
과거 제조 현장에서는 숙련된 작업자가 생산 라인에 직접 귀를 대고 소리를 듣는 관능 검사 방식에 의존했다. 그러나 이는 작업자의 컨디션에 따라 편차가 발생하고 전체 공정의 수율 저하를 유발하는 원인이 됐다.
최근 현장에 도입되는 음향 AI 솔루션은 다채널 마이크로폰과 3차원 빔포밍 기술 등을 활용해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고 있다. 백색 소음과 기계 반사음이 섞인 85dB 이상의 극한 소음 환경에서도 제품과 설비에서 발생하는 특정 이상 소음만을 분리해낸다. 수십만 건의 현장 오디오 데이터를 딥러닝 방식으로 학습해 정상 범위를 벗어난 미세한 소리 패턴을 실시간으로 맵핑하고 시각화하는 것이 핵심 원리다.
국내 딥테크 기업들은 독자적인 음향 AI 엔진을 바탕으로 대기업 생산 라인에 솔루션을 속속 공급하며 상용화를 주도하고 있다.
10년간 AI 음향 기술을 연구해 온 디플리(DEEPLY)는 산업 현장 특화 솔루션인 ‘리슨 AI 인더스트리얼(Listen AI Industrial)’을 주력으로 공급하고 있다. 수십만 개의 현장 소리 데이터를 학습해 기존에 사람의 청력에 의존하던 액추에이터, 모터, 기어 등의 이음 및 체결음을 정밀 검사한다. 시끄러운 공장 환경에서도 SNR 1.77dB의 미세한 소리 차이까지 검출해내며 실제 양산 라인에서 높은 검사 정확도로 오탐률을 낮췄다.
디플리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완성차 제조사 H그룹 계열사의 국내 및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에 납품한 데 이어 올해 1월 글로벌 자동차 모터 제조 기업 H사에도 공정 자동화 솔루션을 공급해 24시간 연속 모니터링을 수행하고 있다.
회사는 산업용 솔루션 적용 확대에 힘입어 데브시스터즈벤처스 주도로 데브시스터즈벤처스 주도로 수인베스트먼트캐피탈, 노틸러스인베스트먼트로부터 25억 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고 15일 밝혔다.
로아스(LOAS)는 특정 방향의 소리 신호만 집중 증폭하는 3차원 빔포밍 기술과 AI를 융합했다. 이들은 핵심 음향 탐지 엔진 ‘AI 스퀘어(AI Square)’를 기반으로 한 지능형 음향검사 시스템 ‘스마트(SMART)’의 본격적인 현장 공급에 나서고 있다. 다채널 마이크로폰 배열을 통해 기존에 작업자의 청력에 의존하던 관능 검사 방식을 대체했다. 백색 소음이 섞인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0.8초 이내에 미세한 이상 소음을 시각화해 찾아내며 품질 검사의 정확도를 높였다.
로아스는 최근 LG전자 프리미엄 가전 제조 라인에 이 시스템을 적용해 검사 효율을 끌어올린 데 이어, 주행 로봇 및 드론과 결합한 진단 관제 플랫폼 ‘아르코스(ARQOS)’를 에코프로비엠 포항 사업장에 도입해 공장 설비 모니터링을 수행하고 있다.
생산 라인의 고정식 음향 검사를 넘어, 이제는 사족보행 로봇이나 자율주행로봇(AMR)에 음향 AI 모듈이 직접 탑재되는 추세다. 로봇, 자동차, 공장 설비 등의 자동화가 가속화될수록 모터와 기어 등 핵심 액추에이터의 비중이 더욱 커지고 있어서다.
기계의 고장을 미리 듣고 예측하는 음향 AI 기술은 로보틱스와 결합해 한 차원 높은 수준의 피지컬 AI로 진화하며, 향후 무인화 공장과 자율 예지보전 시장의 성장을 크게 견인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