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에서는 자율주행 산업을 뒷받침할 정책 방향을 모색하는 ‘피지컬 AI 시대, 자율주행은 어떻게 일상이 되는가’ 토론회가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카카오모빌리티 공동주최, 서울특별시 후원으로 열렸다. 토론자로 참석한 산학연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들은 자율주행 상용화를 뒷받침할 정책 방향을 모색하고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행사에서는 자율주행 기술이 실증 단계를 넘어 일상 속 서비스로 자리 잡기 위해선 시범 사업을 넘어 수익성 있는 비즈니스 구조 설계와 초기 상용화 단계를 견뎌낼 보조금 지원이 절실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왔다.
차량이 스마트 디바이스로…빅테크가 자율주행에 투자하는 이유
한국자동차연구원 유시복 연구위원은 자율주행 기술로 인해 운전 제어로부터 자유로워진 차 안에서 거대한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전 세계 약 15억 대의 차량이 스마트폰과 같은 디바이스가 되고, 탑승자는 차 안에서 다양한 콘텐츠와 앱 등을 활용하며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며 “빅테크들의 대규모 투자는 무인택시가 목적지가 아니라, 자율주행 차량에 기반한 플랫폼을 선점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율주행 산업 구조가 ▲제조사 ▲운영사 ▲기술 공급사 ▲운수 사업자 4개 분야로 구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AI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데, 결국 산업에서 국내에 부가가치로 남는 것은 자율주행 핵심 부품 제조 회사일 것”이라며 “그러나 최근 관련 예산이 축소된 점은 우려스럽다”라고 전했다.
광주광역시를 대상으로 추진 중인 자율주행 실증도시를 비롯한 시범 사업을 두고는 “누군가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로 설계해, 지속적인 운영이 이뤄지게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테슬라가 수백만 대의 차량에서 데이터를 확보해 지금의 기술을 갖췄지만, 한국은 10여 년 전 법으로 금지돼 있어 불가능했다”라며 “정부에서 관련 규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규제에 하나씩 대응하는 동안 기술을 완성한 해외 기업이 국내 시장에 진입한다면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율주행 시장 형성 위해 ‘마중물’ 역할 보조금 절실
국내 기업 중 글로벌 자율주행기술 종합 순위에서 10위권 안에 진입한 ‘오토노머스에이투지(Autonomous A2Z)’ 한지형 대표는 자율주행 기술의 높은 초기 비용과 적자 구조를 극복하기 위한 직접적 지원을 요청했다.
한 대표는 자율주행 기술을 두고 “지금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기술”이라고 단언하며 새벽 시간대나 지방 소멸 지역처럼 높은 이동 수요에 비해 버스 운전기사를 구하기 힘든 국내 상황이나, 초고령화로 2030년까지 약 3만 명의 운전기사 공백이 예상되는 일본의 사례를 예시로 제시했다. 이러한 구인난과 이동권 공백을 채울 수 있는 해법이 자율주행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자율주행의 일상화를 위해선 본연의 기술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서비스 기술 고도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수익화를 위해 대량 양산화에 도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재정적인 한계도 짚었다. 그는 “글로벌 선도기업인 웨이모의 경우에도 이용단가는 몇천 수준이지만, 차량 1대를 운영하기 위해 수많은 엔지니어를 투입하며 연간 약 5조 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라며 “아직 대량 양산 상용화를 위한 기술 개발에 매년 수조 원의 재정이 투입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지형 대표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상용화 초기에는 보조금 형태의 지원금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현재 한국의 전기차 시장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보조금 지급으로 기업들의 적자를 메꾸고 대량 양산 체계를 갖추면서 단가를 낮출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자율주행 상용화에도 마중물 역할을 할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선도국인 미국·중국의 기술을 가져다가 활용하는 것이 편리하지 않냐는 의견에 대해선 “소버린 AI를 강조하며 독자 AI 기술을 개발하는 것과 같은 이유로 한국형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만약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빅테크들이 한국의 도로 상황에 맞는 커스터마이징 개발을 해주지 않았을 때,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국내 기술이 없다면 그에 따른 불편함은 우리 국민들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자율주행 상용화②]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