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대규모로 전력을 사용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에너지 전환은 핵심 경쟁력 확보와 직결된다. 이에 최근 대두되고 있는 무탄소 에너지 전략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도권과 지역, 산업과 민생이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전략적 전환의 틀에서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이종호 객원교수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과 기업을 살리는 중장기 무탄소 에너지 전략’의 발제자로 나서 “‘에너지 전환’이 아닌 ‘에너지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수는 ‘탄소중립과 국가에너지 정책’이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유럽 국가들을 비교한 결과 원자력이나 수력 중심의 국가들은 2010년과 2022년 사이 전력 요금 변화가 크지 않았던 반면, 재생에너지 중심 국가들은 같은 기간 요금이 거의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며 “RE100을 주장했던 단체들조차 최근에는 원자력을 포함하는 ‘탄소 없는 전력’ 개념으로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나라 일반 소비자 에너지 소비의 약 40%가 전력이며 탈탄소화가 진행될수록 전기화 비중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교수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세부 계획은 다수 마련돼 있지만 원자력에 대해서는 구체적 논의가 부족하며, 이런 구조상 전기요금 인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2017년 에너지 전환 계획 이후 국가 에너지 기본계획이 폐지되면서 장기적 에너지 정책의 틀이 사라졌고, 현재의 전력수급기본계획으로는 원전처럼 장기간이 소요되는 사업을 다루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그는 이날 발표에서 자체적으로 분석한 시나리오의 결과도 함께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2045년까지의 시나리오에서는 기존 목표인 원전 비중 유지와 재생에너지 비중을 30% 정도로 유지하는 경우 비용 증가 없이 무탄소 전환이 가능하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는 원자력 30%, 재생에너지 20%, 나머지는 LNG 등으로 백업하는 구성을 제시했으며, 원전 비중을 50%까지 높이면 비용 증가가 90%에서 40% 수준으로 줄어든다”고 말한 그는 “반면 재생에너지 비중을 30%에서 50%로 높이면 에너지저장장치(ESS) 비용이 발전 비용 자체보다 더 크게 증가한다”고 밝혔다.
발표를 마무리하면서 그는 “에너지 믹스 논의 시 비용을 함께 비교해 논의해야 하며, 정부 주도의 단일한 의사결정 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싱크탱크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 뒤 “반도체 공장처럼 24시간 일정한 전력 수요를 가진 산업에는 원전 기반의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이 유리할 수 있어 관련 제도 개선과 기업의 시장 참여 확대를 위한 법적 체계 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