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대규모 전력을 요구하는 첨단전략산업 분야의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이에 전력이 국가안보를 좌우하는 중요한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전력안보’를 국가 안보의 핵심축으로 삼아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오일석 신안보연구실장은 19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전력안보와 산업 발전을 위한 입법 지원 방안 모색’ 세미나에서 ‘전력산업과 국가안보’를 주제로 발표했다. 행사는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실과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공동 주최했다.
오 실장은 전력안보의 4가지 과제로 ▲전력의 안정적 공급 ▲인프라 보호 및 회복탄력성 ▲전력 산업의 경쟁력 강화 ▲공평한 전력 접근의 보장을 꼽았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전력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지난해 1월 2기 행정부를 출범하면서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또한 그 연장선으로 발전 원자재인 구리와 관련된 행정명령에 추가로 서명하며 전력망의 신뢰성과 보안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 역시 ‘에너지 고속도로’와 ‘차세대 전력망 구축’ 등 전력안보 강화를 위한 여러 정책을 추진하면서, RE100에 따른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수요 충족과 이를 통한 산업 경쟁력 향상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
오일석 실장은 인프라 보호와 회복력과 관련해 해외 대형 정전 사례를 짚었다. 2025년 영국 런던에서는 히드로 공항 인근 변전소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공항이 24시간 폐쇄됐고, 약 2천만 파운드의 손실이 발생했다. 같은 해 스페인에서는 전력계통이 전면붕괴되는 대정전이 일어나 전력 수요의 약 60%인 15GW(기가와트)가 상실됐고 약 5천만 명이 피해를 받았다.
그는 “스페인에서는 아르곤·사라고사(사라보사) 지방에 재생에너지가 도입되면서 계통에 부하가 걸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사이버 공격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라며 “또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력시스템에 사이버공격을 감행한 사례도 있는 만큼, 자연재해 및 사이버·물리 공격으로부터 전력망을 보호하고 사고 시 신속하게 복구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국내 전력 산업의 경쟁력을 두고는 “에너지원은 해외의존도가 높다는 취약성이 있지만, 전력 기술 및 부품·장비 분야에서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전력 접근권과 관련해서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 중 행복추구권과 일반적 행동 자유권을 예로 들며 “전력이 끊기면 스마트폰을 비롯한 기본적인 정보 접근 수단에 접근할 수 없게 된다”라며 “특히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전력 접근 보장을 전력안보 영역에 포함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오일석 실장은 “저개발 국가에 전력이 공급되면 냉장고를 보급할 수 있고, 이는 건강상태 개선으로 이어지며, 야간학습이 가능해져 인식 수준이 올라가고 사회와 정부의 투명성 향상까지 도달할 수 있다”라며 “개발협력을 통해 저개발국가에 전력 접근을 보장하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