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2%로 상향 조정했다. 반도체 업황 개선이 성장을 견인했으나 민간 소비와 고용 등 체감 경기로 확산하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KDI는 19일 ‘2026년 경제전망 수정’ 브리핑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7%포인트(p) 올린 3.2%로 제시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 또한 기존 대비 0.5%p 상향한 2.2%로 내다봤다. 수출과 설비투자가 성장을 주도한 결과다.
상품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올해 8.7%, 내년 5.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경상수지는 반도체 수출 급증에 힘입어 올해와 내년 3천600억 달러 규모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경제가 중동 전쟁 여파로 둔화하는 가운데, 인공지능(AI) 인프라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유지되는 양극화 현상이 우리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지표상 성장세와 달리 내수와 고용은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김미루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 성과가 다수 가계의 소득으로는 아직 충분히 확산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질총소득(GDI)이 크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임금 상승률이 지난 10년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도 기존 전망보다 6만 명 줄어든 11만 명으로 대폭 하향 조정됐다. 반도체 산업의 고용 유발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고, 건설업과 반도체 외 제조업의 고용 둔화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 소비 증가율도 올해 2.3%로 전망되며 완만한 개선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KDI는 내년에는 경제 성장의 성과가 시차를 두고 가계로 확산하며 민간 소비가 2.0% 증가하고, 취업자 수도 기저효과와 내수 개선이 반영돼 20만 명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투자는 부진과 회복이 교차할 전망이다. 올해는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공사비 상승 여파로 정체가 예상되지만, 내년에는 주요 기업의 반도체 공장 증설 등에 힘입어 2.7%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중동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유가 변동성 등에도 불구하고 올해 2.7%, 내년 2.2%로 기존 전망 수준을 유지했다. 환율 상승과 경기 개선에 따른 수요 압력이 일부 존재하지만, 향후 국제 유가 안정이 이를 상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KDI는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상회하고 있어 당분간 중립금리 이상의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KDI는 글로벌 반도체 수요 의존도가 높은 현재의 경제 구조를 향후 거시경제의 주요 변수로 꼽았다. 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AI 기술 우위 선점을 위한 초기 투자 경쟁이 반도체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면서도 “투자 수요가 위축되거나 여타 국가와의 경쟁이 심화할 경우 성장세가 빠르게 둔화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