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일할 데가 없어요
가정형편이 어려운 A군(18)은 최근 아르바이트 자리를 물색하던 중 동네 비디오가게를 찾았으나 주인이 대뜸 나이를 묻더니 “18살이라서 안된다”고 했다.A군이 “성인물도 볼 수 있는 나이인데 왜 안되느냐”고 따지자 주인은 “보는 것은 괜찮아도 일은 19살 이상이어야 한다. 걸리면 벌금만 몇천만원”이라며 손을 저었다. A군은 가끔 친구들과 이용했던 비디오방도 가봤지만 같은 이유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A군은 “출입이나 이용은 가능한데 일은 안된다니 이해를 못하겠다”며 구직활동을 포기했다.
오랜 불황으로 청년(15∼29세) 실업난이 심각한 가운데 15∼19세 미만 청년(미성년자)의 경우 ‘나이만 따진' 불합리한 관련 법령이나 규정에 걸려 ‘취업장벽'을 뚫지 못하고 있다. 자질이나 업무숙련도, 경력 등이 아니라 단지 어리다고 취업전선에 뛰어들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성년자 고용을 지나치게 규제하고 있는 관련 법령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8일 청소년위원회와 문화관광부 등에 따르면 현행 청소년보호법(청보법)은 청소년을 19세 미만으로 규정하고,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음비법)에 나와 있는 비디오·만화 대여점, 비디오방, PC방 등에서 18세 이하 청소년을 고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때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했다.
그러나 음비법은 청소년을 18세 미만으로 규정해 18세만 되면 청보법이 규정한 이들 고용 금지업소의 출입과 이용이 가능한 상태다. A군처럼 비디오방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성인영화까지 볼 수 있는 사람이 그곳에서 일은 하지 못하게 돼 있는 것이다.
체인점 100곳을 둔 비디오대여업체 M사 관계자는 “일자리를 구하러 왔다가 나이 제한에 걸려 발길을 돌리는 청소년들이 체인점마다 매달 5명 정도 되고, 이 때문에 구인난을 겪는 체인점도 많다”며 “청소년 연령을 일치시켜 혼란을 줄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나이만 따지는 바람에 전체 업종이나 사업장이 미성년자 고용금지 구역으로 묶인 경우도 많다. 청보법 시행령은 숙박업 전체를 ‘19세 미만 고용금지업소'로 규정, 국제회의시설(2004년 10월 현재 4곳)이나 농어촌관광휴양단지(〃 409곳), 휴양콘도미니엄(〃 116곳) 등 유해하다고 볼 수 없는 업종까지 18세 이하는 고용이 금지돼 있다. 또 취급공정만 유해(有害)할 뿐인 ‘유독물 사용업'도 사업장 전체를 고용 금지업소로 규정, 근로자가 4만7000여명인 현대자동차(주)를 비롯해 전국 1600여개인 유독물 사용업체에서 19세 미만자는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역시 일부 공정과 장소에서만 유해한 유류(油類)·양조(釀造) 업무를 전 영역에 대해 ‘18세 미만자 사용금지 직종'으로 규정함으로써 18세 미만자는 수많은 유류·양조업체 문턱조차 밟지 못하고 있다. 감사원은 최근 이같은 문제들을 지적하고 해당 부처에 법률 개정 등 시정을 촉구한 바 있다.
YMCA ‘일하는 청소년 지원센터' 박민아 간사는 “일자리도 적은데 나이 위주의 법적 제약이 많아 미성년자들은 이중고를 겪고, 이 때문에 성매매나 유흥업소 등으로 내몰리는 경우도 많다”며 미성년자 취업 관련법령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강은 기자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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