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국내 연구진이 TV, 휴대폰, 컴퓨터의 필수부품인 반도체 소자에 적용될 수 있는 15nm 이하 선폭의 그래핀 나노링을 넓은 면적(대면적)에 제작함에 따라, 차세대 반도체 소자 개발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광주과학기술원 정건영 교수(45세)와 박유신 박사과정생(30세, 제1저자)이 주도하고 세종대 서순애 교수가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이승종)이 추진하는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NCRC)과 WCU육성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고, 재료과학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Advanced Materials’지에 온라인(10월 29일자)으로 게재되었다. (논문명: Large Area Fabrication of Periodic Sub-15 nm Width Single Layer Graphene Nanorings)
그래핀은 여러 우수한 물리적 특성으로 인해 영국의 가임 교수와 노보셀로프 교수(2010년 노벨물리학상 수상)가 2004년 발견한 이래, 지금까지 전 세계 연구자들로부터 주목 받는 ‘꿈의 신소재’다.
특히 그래핀은 전도성, 투과성 및 유연성이 뛰어나 차세대 에너지인 태양전지나 LED(발광다이오드)의 투명전극 및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전극에도 활용될 수 있어 집중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필요할 때 전류를 자유자재로 차단할 수 없어(전자 밴드갭 부재) 첨단 전자제품에 꼭 필요한 반도체 소자에 적용하는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대다수 연구자들은 그래핀에 전자 밴드갭을 만들기 위해 다각적으로 접근하였다. 그 중 전도성 고분자 물질이나 자기조립 분자막을 그래핀 표면에 부착하는 화학적 도핑법이나 초미세 공정으로 나노 수준의 매우 얇은 굵기를 가진 1차원 그래핀 선인 ‘그래핀 나노리본’을 만들어 밴드갭을 형성하는 연구가 대표적이다.
지금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그래핀 나노리본은 선의 폭(line width)이 15나노미터(1nm=10억 분의 1m) 이하일 때, 안정적인 밴드갭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매우 얇은 그래핀 나노리본을 만드는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전자빔 리소그래피를 이용한 패터닝과 초음파로 그래핀을 물리적으로 쪼개는 방법 등이 시도되었지만, 공정시간이 매우 길고 그래핀 나노리본을 넓은 면적으로 원하는 위치에 배열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정건영 교수 연구팀은 하나의 층으로 된 얇은 그래핀 위에 저렴하면서도 대량으로 찍어낼 수 있는 기술(나노임프린트)을 적용해 15나노미터 이하의 그래핀 나노리본을 원형으로 연결한 ‘그래핀 나노링’을 제작하면서 넓은 면적(대면적)에 원하는 위치에 배열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우선 3개층의 물질을 그래핀 기판에 올렸다. 임프린트 공정으로 스탬프 패턴의 역상(逆象)인 주기적인 나노구멍들이 레지스트로 전사되게 한 후, 플라즈마를 이용한 섬세한 식각공정(Etching)으로 레지스트의 나노구멍 패턴을 하부의 PMMA와 PVA층으로 전사시켰다.
그 후 얇은 금속막을 나노구멍의 외벽을 따라 증착(蒸着)하여 금속 나노튜브 배열을 제작했다. 외벽에 증착된 선폭 20나노미터 이하의 금속 나노튜브를 식각 마스크로 사용, 하부의 그래핀을 식각해 그래핀 나노링 배열을 넓은 면적으로 다수 제작할 수 있었다.
나노임프린트 공정은 스탬프 나노구조물의 주기와 직경 크기를 똑같이 그래핀 기판에 전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다양한 형태의 나노구조물이 세워진 스탬프를 이용하면 스탬프와 동일한 면적의 기판 위에 다양한 그래핀 나노구조체의 패터닝이 가능하다. 즉, 대면적의 스탬프를 쓴다면 대면적으로 그래핀 나노구조체를 만들 수 있다.
정건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나노크기의 모양과 선폭의 그래핀을 대면적으로 자유롭게 만들고 제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연 의미 있는 연구성과로, 미래 그래핀 기반 반도체ㆍ센서 소자 개발에 단초를 열었다”고 연구의의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