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값 이젠 싸진다
'앞으로 자동차 판매 가격 결정은 자동차 메이커가 아닌 판매업체가 한다'.
SK네트웍스가 올 하반기 벤츠·BMW·아우디·렉서스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자체 수입해 판매(병행 수입)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현재 수입차 가격은 벤츠코리아.BMW코리아 등 해당 업체의 공식 수입업자(임포터)가 계약한 딜러에게 차량을 공급하면서 가격을 책정한다. 딜러들은 임포터한테서 사온 가격에 10-15%의 마진을 붙여 판다.
'그레이 임포터'라고 불리는 병행 수입 업체들은 주로 미국의 대형(메가) 딜러에게서 차를 매입해 판매하는 회사다. 모두 똑같은 업체가 만든 똑같은 차이다. 현재 공식 딜러들이 2억660만원에 파는 벤츠S500의 경우 병행 수입 업자들은 1억5000만-1억7000만원에 팔고 있다. 1억3680만원짜리 아우디 A8 4.2는 1억원, 1억3000만원 하는 렉서스 LS460은 1억원 이다.
자동차 가격에는 '정가'라는 게 없다. 권장소비자가격(MSRP) 뿐이다. 임포터가 딜러들에게 일정 가격을 유지하라는 공문을 보내거나 압력을 넣을 경우 공정거래위로부터 처벌 받을 수 있다. 그래서 국내 임포터들은 싸게 파는 딜러에게 구두(口頭)경고를 한다.
그래도 말을 안 들으면 인기 차 출고를 지연시켜 영업을 방해한다. 업계에 다 알려진 관행이다.. 경제학자들은 '병행 수입업자는 인류 역사상 무역이 시작되면서 함께 생겨난 직업'으로 본다.
같은 제품이지만 국가마다 가격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여기서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것에 착안한 것이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프리미엄 차량 가격은 한국이 미국에 비해 70-100%까지 비싸다.
미국은 독일.일본보다 10-20% 저렴해 세계에서 가장 싼 시장이다. 따라서 병행 수입업자들이 미국 메가 딜러에게 대량으로 싸게 구입해 딜러 판매가보다 20% 이상 저렴하게 팔면서 이윤을 남긴다면 장사가 된다.
그럼 왜 모두 값이 싼 병행 수입차를 사지 않을까? 병행 수입 업체들은 영세 규모라 마케팅이나 고객 관리에서 공식 딜러보다 뒤진다. 또 언제 문을 닫을지 몰라 불안하다는 고객도 있다.
하지만 SK네트웍스처럼 대기업이 할 경우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일단 망해서 사후관리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든가 하는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또 무상보증은 메이커 의무사항이라 임포터들이 운영하는 서비스 공장에서 받을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시장제도에 의해 다른 나라에 비해 비싼 국내 자동차 가격이 점점 국제 수준으로 평준화되는 것이다.
국내 수입차 가격이 지나치게 비쌌다는 방증도 나오고 있다. 벤츠코리아의 경기도 분당 딜러였던 유진앤컴퍼니 측은 지난달 30일 "그동안 벤츠코리아가 미국보다 가격을 배 이상 비싸게 팔아 폭리를 취해 왔다"고 폭로했다.
유진은 올 4월 딜러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당해 검찰에 벤츠코리아 경영진을 고소한 상태다. 앞으로 병행 수입차 판매가 호조를 보일 경우 수입차 가격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마치 할인점 등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의 상품가격을 결정하듯 자동차도 유통(판매)업체에 가격결정권이 넘어가는 추세라고 할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