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산업, '중국 등과 해외기업 M&A경쟁'
산은경제연구소 "한 발 앞선 인수 전략이 살 길"
"기계산업이 `넛 크래커` 신세를 면하기 위해서는 해외기업 사냥에 나서야 한다."
박형건 산은경제연구소 전임연구원은 5일 `국내 기계산업의 해외M&A 현황 및 시사점`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현재 국내 기계산업은 원화 강세 등으로 가격 경쟁력이 후발국에 밀리고, 핵심기술 부족 등으로 기술력이 선진국에 밀리는 형국"이라고 지적하며 이같이 제안했다.
박 연구원은 국내 기계업체들이 단기간에 기술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M&A를 통한 원천 기술 확보가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기술 진입장벽이 높고 숙련 기술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산업의 특성상, 자체 기술력 향상에는 시간과 비용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분석.
특히 최근 세계적으로 원천기술 보유 기업에 대한 M&A가 적극 전개되고 있어 중국 등 경쟁자들보다 한발 앞선 M&A 전략을 펼 것을 주문했다. 중국 등 후발국들과의 해외M&A 경쟁에서 밀릴 경우 국내업체들과 후발국 업체들간의 기술 격차가 더 좁혀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박 연구원은 국내 기계업체들의 해외M&A가 단순히 원천기술 확보하는 차원을 넘어 그 이상의 기대효과를 가진다고 주장했다. 원천기술 외에 인지도, 신뢰성 제고, 원가 절감, 규모의 경제 등 부수적 효과가 크다는 얘기다.
실례로 박 연구원은 현대중공업과 두산중공업의 사례를 들었다. 박 연구원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회전기업체인 `아이디얼일렉트릭` 인수를 통해 북미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여 이 지역 회전기 수출을 매년 50% 이상 성장시키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경우 미국의 AES, 일본의 미쓰이밥콕 등을 인수하면서 담수플랜트 세계 시장의 40%를 차지, 단숨에 세계 1위로 도약했다. AES 인수로 기존 중동시장외에 미국, 유럽, 동남아 등으로 시장 다각화에 성공했고, 미쓰이밥콕 인수로 원가절감 효과와 함께 세계 석탄화력발전사업에의 진출 기반을 구축했다.
두산인프라코어 역시 CTI와 연대유화기계 인수를 통해 북미와 중국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CTI 인수로 차세대 친환경 엔진인 HCNG엔진 분야를 선점하게 됐고, 연대유화기계 인수로 중국 건설기계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휠로더 시장에 저비용으로 즉시 진입할 수 있는 허가권과 생산기지를 확보하게 됐다.
박 연구원은 그럼에도 불구 국내 기계업체들은 해외 선진업체들은 물론 중국이나 인도 기업들에 비해 여전히 M&A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 기업들의 해외 M&A 실적은 미국의 0.3%에 그치고 있고, 일본과 중국에 비해서도 각각 5.5%, 8.5%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M&A 비율도 영미권 국가들이 9~14%인데 반해 한국은 3%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M&A에 소극적인 데는 해외 M&A에 대한 부정적 인식, 국내 기업들의 정보 부족과 모험투자 기피, 인수 후 조직 통합(PMI) 등을 원만히 할 수 있는 M&A 전문가 부족 등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윤 연구원은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따라서 국내 기업들의 해외 M&A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 국내기업들이 해외 M&A를 성장을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받아들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조직 등 내부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금융기관들도 M&A가 고도의 금융기법과 전문역량이 요구되는 종합금융서비스인만큼 이 분야 역량을 강화해, 기업들에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고, 다양한 인수자금 지원 기법을 익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해외기업 M&A를 목적으로 한 사모방식의 주식 발행을 허용한다거나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관련법규를 재검토 하는 등 각종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경우 지난 2004년 7월 `국가별 투자산업지도 목록`을 작성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해외기업 인수를 독려하고 있다고 박 연구원은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