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제품값 줄줄이 인상 산업계 '비상'
포스코 20%올려 업계 전체로 확대…자동차ㆍ조선ㆍ건설업계 등 '울상'
총선 다음날인 10일 포스코가 주요 제품 가격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철강업체들이 줄줄이 가격을 인상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연관 산업에 도미노식 파장이 불가피해졌다.
포스코는 이날 철광석 유연탄 등 원재료비 상승을 이유로 열연강판(핫코일) 가격을 t당 70만원으로 종전보다 20.7%(t당 12만원) 올렸다. 한동안 가격 인상을 자제해온 조선용 후판 값도 이번엔 t당 12만원 올려 78만5000원으로 치솟았고 냉연제품도 종류별로 12만~14만원 올려 최고 80만원 선을 넘어서게 됐다. 포스코는 "4월 17일(주물선은 5월 20일) 투입분부터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번 가격 인상으로 포스코에서 열연강판을 공급받아 각종 철강 제품을 만드는 다른 국내 철강사들도 줄줄이 제품 값을 올릴 가능성이 커졌다.
포스코가 올해 들어 두 번째 제품가격을 인상한 것은 쇳물을 생산하는 데 쓰이는 철광석과 유연탄 등 원재료값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최근 브라질 발레사와 철광석 수입가격을 65% 올렸고, 호주산 유연탄 가격도 평균 200%가량 올려 수입하게 됐다. 이에 따라 원재료비 부담이 t당 최대 200달러 상승했기 때문에 제품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포스코 측은 이번 가격 인상에도 국제 가격보다 여전히 포스코 제품 값이 싸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상 후에도 열연은 다른 나라 내수가격이나 수입제품에 비해 50~220달러, 냉연은 60~230달러 싸다는 주장이다. 철강 수요 산업 비용 부담이 우리나라 업체들에만 가중되는 것은 아니라는 항변이기도 하다.
포스코 측은 "수입 제품과 가격 차이가 커지면서 일부 유통업체들이 포스코 제품을 수입재로 둔갑시켜 고가로 판매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며 "가격 현실화를 통해 이 같은 시장 왜곡도 해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포스코가 냉연강판과 조선용 후판 가격을 동시에 올리면서 자동차ㆍ조선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포스코는 올해 국내 냉연 수요량 중 63%를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열연은 36%, 후판도 35%를 점유해 포스코 가격 인상은 연관 산업에 절대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대ㆍ기아차는 냉연강판 가격 인상에 따라 올해 2700억~3200억원에 달하는 비용 증가를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냉연강판이 평균 12만원 인상되면 2분기 이후 생산량을 기준으로 3000억원 안팎 원가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자동차 내수가격 인상까지 이어질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호황기를 누리고 있는 조선업계도 후판 값 상승으로 수익성 저하가 예상된다.
현대중공업 등 주요 조선업체들은 이미 일본 철강업체에서 수입하는 후판 값을 t당 625~645달러에서 800달러대로 대폭 올려줬다.
이어 포스코가 t당 66만5000원이던 조선용 후판 값을 78만5000원으로 올리면서 부담이 가중됐다. 동국제강 후판 값도 인상될 전망이다.
한국조선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조선업체들은 후판 930만t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포스코 등 국내 철강사 공급량은 468만t에 이를 전망이다.
포스코 인상분을 기준으로 추산하면 5600억원 이상 후판 구매비가 늘어나는 셈이다. 이 밖에도 현대제철이 조만간 열연강판 값을 먼저 올린 뒤 순차적으로 철근 값 인상도 검토하고 있어 건설업계도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