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값 톤당 1백만원 초읽기 '비상'
'브레이크 없는 상승'… 건설업계 "협의체 구성, 정부 중재 나서야"주장
연초부터 '인상랠리'를 펼치고 있는 철근 가격이 이달 중순 t당 90만원대 중반을 넘어선데 이어 100만원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 철근의 원자재인 철스크랩(수입 고철), 고철가격이 급등세를 보이자 다음달이면 '철근값 100만원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과 우려가 유통상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는 "철근 원자재값 상승을 제강회사를 대신해 건설업계가 모두 떠안고 있다"며 "건설산업 위축을 막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가격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제철회사들은 철근 가격을 지난 13일 이후 출하분부터 일제히 9만원 가량 인상했다.
이에 따라 고장력 10mm의 경우 종전의 t당 86만1천원에서 95만1천원으로, 13mm의 경우 85만1천원에서 94만1천원으로 각각 올랐다.
이는 지난해 1월 46만6천원(10mm 기준)과 비교할 때 104%나 상승한 것이다.
하지만 철근값 인상은 이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철근의 원재료인 철스크랩, 국내 고철 등의 가격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이미 철근 유통상들을 중심으로 t당 10만원 정도를 추가 인상설이 돌고 있다.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철스크랩 수입 가격은 전달 대비 11% 올라 69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2006년말 290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1년 반만에 2.3배나 뛴 것이다. 5월 거래가는 이보다 높은 717만-740달러선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 달 고철값은 이미 전달 대비 23.5% 급등했고, 원유 역시 한달 새 7.5% 상승했다. 이달 국내 고철 가격은 t당 63만원으로 지난해 말 31만원의 두 배를 넘어섰다.
K건설 관계자는 "제강사와 유통상들이 원자재값 상승을 이유로 추가 인상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며 "내달중 100만원을 넘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 t당 96만-97만원에 팔리고 있는 중국, 일본산 수입 철근도 조만간 100만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계는 철근 원자재값 인상을 제강업계를 대신해 모두 건설사들이 떠안고 있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원자재값 폭등에도 불구하고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회사들은 올 1분기 영업실적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 한 예다.
D건설 관계자는 "건설사들은 철근값 인상을 곧바로 분양가나 공사원가에 반영할 수 없는데 비해 철강사들은 아직 구입하지도 않은 원자재값 상승분을 제품 가격을 반영하고 있다"며 "국내 경제가 물가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모든 원자재값 상승 부담을 건설사에만 지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H건설 관계자는 "정부가 단품슬라이딩제도 등을 통해 자재 가격 인상을 반영해주기로 했지만 이 또한 가파른 원자재 인상 속도를 따라가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이하 건자회)는 이달 29일 정기총회를 열고 국토해양부, 지식경제부 등 정부부처에 철근값 인상에 대한 대책마련을 촉구하기로 했다.
건자회 이정훈 회장은 "정부는 지난 3월 이후 철근 사재기 행위 단속만 하고 있을 뿐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원자재값 상승에 대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주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철근값 인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급자(제강회사), 소비자(건설회사), 정부, 유통회사 등이 모두 포함된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며 "정부가 중재에 나서 수요.공급자가 서로 고통분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