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피해보다 향후 불어닥칠 보이지 않는 영업손실의 확산을 막아라’
대지진이 중국 쓰촨성을 할퀴면서 중국 수출시장에 이상전선이 감지되면서 국내 산업계가 고민하고 있는 과제다. 항공·여행업계는 이번 대지진으로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자동차, 전자, 철강, 기계 등 주요 업종은 당장 직접적인 타격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대지진의 2차 파급에 대비해 1차적으로 안전관리 지침을 강화하고 2차적으로 중국 내수시장 변화 분석에 돌입했다.
특히 올림픽 특수에 미칠 영향에 대비해 현지 지원복구 사업과 마케팅 현황 점검을 비롯해 외국계 경쟁사 대비 관련 정보 수집에도 심혈을 쏟고 있다.
중국 쓰촨성 일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통신두절 등으로 사태 파악에 혼선을 빚고 있다.
그러나 기업마다 여진에 대비한 안전대책 마련과 본사와의 유기적 연락체계 수립에 전력을 쏟고 있다. 일단 5월13일 현재 이 지역 한국 기업 가운데 일부는 건물이 파손되는 피해를 봤지만 상당수 기업들의 피해는 예상보다 미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항공, 여행업계는 예약 취소가 잇따라 직격탄을 맞았다.
CJ제일제당은 청두 외곽지역에 운영 중인 청두사료유한공사 사료공장이 지진 발생 직후 가동을 멈춘 상태이나 공장 벽 일부에 균열이 발생했다.
CJ제일제당측은 여진 발생 가능성 때문에 24시간 내 재가동체제는 힘들 것으로 보고 일단 금이 간 부분 등에 대한 안전 여부 파악에 주력 중이다.
LG전자의 경우 지진 피해 인근 성에서 구체적인 인명 피해 사례 등이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쓰촨성에 판매 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지진 피해가 심각한 지역과 거리가 멀어 특별한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이닉스 반도체도 쓰촨성에 판매 법인이 있지만 피해가 없으며 우시에 있는 반도체 공장도 생산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중국 충칭시에 각종 철판을 고객의 요구에 맞게 가공해주는 코일센터를 두고 있는 포스코 본사는 현지에서 “미진을 느꼈다”는 보고를 받았다.
휴비스 관계자는 “쓰촨성 자공시에 있는 원사 공장이 이번 지진의 영향으로 형광등과 타일이 깨지는 정도의 피해를 당했다”면서 “다행히 지진이 발생한 이후에도 용수와 전기 공급이 원활해 공장이 정상 가동중”이라고 설명했다.
쓰촨성 청두와 이빈 지역에 금호고속 법인을 두고 있는 금호아시아나 그룹측은 “고속도로가 일부 파손돼 운행에 약간의 차질이 있는 정도의 간접 피해가 생겼다”고 말했다.
충칭시에서 홈쇼핑 사업을 하고 있는 GS홈쇼핑 관계자는 “지진 발생 당시 한국인 임원과 현지 관리자들이 모여 회의를 하던 중 진동을 느끼고 나머지 직원들과 함께 건물 밖으로 무사히 대피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지진 소식 여파로 항공업계와 여행사들은 쓰촨성 일대에 대한 여행 예약 취소 사태에 휘말리고 있다.
청두공항이 폐쇄되는 바람에 한국에서 현지로 출발하려던 여행객과 현지에서 귀국하려던 여행객들도 발이 묶여 한때 불편을 겪었다. 아시아나 항공의 경우 지난달 12일 출발하는 청두행 비행기가 공항 폐쇄로 운항이 중단됐다가 13일 오후 출항했다. 단체 여행객 위주로 130명이 예약했다가 출항까지 5명이 남은 채로 출발했다.
항공·여행업계는 여름 성수기까지 이번 대지진 여파가 이어질지 우려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쓰촨성 지진 복구작업시 철강재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연의 경우 쓰촨성 지역 생산량은 연간 약 20만t 수준으로 중국 전체 생산량의 5%로 전체 수급에서 미치는 영향은 낮다. 다만 쓰촨성 지역에서의 아연 생산이 중단될 경우, 가격 변동성이 큰 비철금속 가격의 특성상 심리적 요인에 따른 단기적 영향은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LG전자, 하이닉스 등 중국 진출 한국 전자기업들은 지진 피해 상황을 실시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지진으로 인한 향후 중국 소비경제 위축의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무역협회 산하 국제무역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지진으로 중국 내수가 위축되고 장기적인 시간을 두고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 베이징 올림픽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여온 국내 기업들은 이번 중국 쓰촨성 지진의 영향으로 올림픽 마케팅 전략에 차질이 일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아연, 알루미늄값 폭등 수급변화 직면
이에 따라 기업마다 현지 임직원들을 중심으로 자원봉사 활동에도 속속 나서 피해복구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한 올림픽 마케팅 특수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기존에 진행해온 마케팅 일정을 점검하고 있다. 아울러 국내 기업들은 일본 등 중국내 주요 해외 경쟁사의 피해 상황과 대응책에 대한 정보 파악에도 주력하고있다.
사실 이번 중국 쓰촨성 대지진은 단기간이나마 국내 산업계에 영향 미칠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아연, 알루미늄 등 금속값이 폭등하면서 관련업체들의 상황변화가 예고되는가 하면 향후 복구에 필수적인 건설 중장비 관련 업체들의 수혜가 예상되고 있다.
지진 영향을 받은 쓰촨성과 간쑤성, 산시성 등 3개 성의 아연 생산량은 지난해 77만2,902톤으로 중국 내 전체 아연 생산량의 20.8%를 차지하는데, 중국 정부는 안전확보를 이유로 이들 3개성의 아연 생산설비 가동을 중단시켰다. 중국은 세계 최대 아연 생산국인 만큼 이번 지진여파에 따른 아연값의 가파른 상승세가 예상된다고 전문가는 예상했다.
이에 대해 김경중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쓰촨성은 연간 아연정광 10만톤과 아연괴 20만톤을 생산해 왔던 만큼 이번 지진으로 생산에 상당한 차질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국제 아연값의 폭등에 따라 국내 고려아연의 질주를 예고했는데, 이를 증명하듯 고려아연은 지난달 주가가 16% 상승하며 수혜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LG화학, 한화석화, 효성 수혜업체로 부상
또한, 지진이 발생한 쓰촨성 지역의 정유 및 화학공장이 타격을 입어 물류난 가중, 천연가스 공급축소 등에 따른 영향이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향후 복구수요를 감안할 경우 인프라 및 건축자재 관련 산업의 직간접적인 수혜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올해 초 중국내 폭설로 인한 석탄가격 상승과 물류난으로 PVC 가격이 상승했던 것을 살펴볼 때, 이번에도 PVC의 경우 공급축소 및 향후 복구시 건축자재 수요가 발생해 가격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불어 중국 내륙이 칼슘카바이드 주생산지인 점을 감안, 중부 및 동부지역으로의 카바이드 수송 차질에 따른 가격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국내 PVC 주요 메이커인 LG화학, 한화석화, 효성 등이 수혜업체로 부상하고 있으며, 향후 복구수요가 늘어나면서 인프라 투자 관련 전력설비의 수혜가 예상되고 있다. 효성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 중국내 현지법인 남통우방과 보정변압기의 신증설을 완료한 바 있어 앞으로 수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한 대지진으로 인해 건설장비 및 중장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관련 두산인프라코어와 디아이씨는 대응에 나서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해 “중국 쓰촨성 지진 피해로 인해 도로, 전력시설, 수도설비 등 사후 복구작업에 대한 건설장비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대 수혜주로 꼽았다. 특히,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위해서는 굴삭기, 휠로더, 불도저 등 건설중장비가 확보가 중요한 만큼 두산인프라코어 제품에 대한 수요는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올해 중국 굴삭기 판매가 전년대비 25% 증가한 1만5천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 전망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 시장에서 건설중장비부문 1위 업체로, 지진 피해 복구로 중장비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하며 중국 지진의 최대 수혜업체로 두산인프라코어를 지목했다.
건설중장비·부품업체 반사이익 기대
또한, 중국 지진 피해 복구로 건설중장비 수요가 늘면서 관련 부품업체도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디아이씨는 두산인프라코어와 함께 중국 현지에 진출해 지게차와 굴삭기용 선회 모터 등 주요 부품을 납품하고 있는 건설중장비 부품업체로, 실제 지난달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는 등 수혜업체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지진 복구작업이 중장비 부품업체의 직접적 실적개선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인데다 개선폭도 제한적일 수 있어 지나친 기대감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디아이씨 관계자는 “5월부터 중국 현지공장에서 지게차와 굴삭기용 부품 생산에 들어가 올해 매출액이 250억~3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공장의 부품 생산이 6월부터 시작되는데, 지진 피해 복구가 본격화되면서 부품 수요가 얼마나 급증할지는 알 수 없다”며 “두산인프라코어가 부품 납품을 늘려달라고 요청할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중장비 부품업체 진성티이씨 관계자는 “중국에서 피해 복구가 시작되면 건설중장비 부품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확신하고 있지만, 실적개선폭은 장담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전체 매출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30% 정도에 그쳐 이번 중국발 수혜는 일시적이고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두산인프라코어의 건설중장비 수요가 단기적으로 얼마나 급증할지에 대해 확정된 것이 없고, 부품업체들의 전체 매출액에서 중국시장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기 때문에 수혜폭에 제한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반면 중국에서 원료를 수입하는 일부 업체는 일시적인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쓰촨성은 중국 서남부 지역 최대 내수시장이자 최대 농업생산지인 만큼, 추가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중국 소비자물가 급등의 주요 원인이 식료품 가격, 특히 돼지고기 가격 상승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중국 돈육 생산 중 12%를 차지하는 쓰촨성 지역 대지진은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한 쓰촨성 지역은 성도인 청두시가 첨단기술기업 유치에 주력한 결과 최근 첨단기술기업이 많이 들어섰다. 청두시투자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청두는 중국 내 5대 첨단산업단지 중 하나다.
이번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기업은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인텔과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다. 외신에 따르면 인텔이 4억5천만달러를 투자해 설립한 청두 CPU 칩세트 공장의 가동이 지진으로 전격 중단됐다. 낸시 장 인텔 대변인은 “직원들의 안전에는 이상이 없으나, 지진 충격으로 공장이 자동 중단됐으며, 공장 재가동 시점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도요타가 중국 기업과 합작해 설립한 쓰촨공장도 무기한 가동 중단 사태를 맞았다. 연간 1만3천대 규모의 미니버스와 SUV를 생산하는 이 공장은 1천600여명의 노동자가 근무하고 있었다. 파운드리 업체인 SMIC가 1억7,500만달러 규모로 건설한 청두 공장도 반도체 생산을 멈췄다.
이밖에 모토로라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쓰촨 지역에 사무소를 연 다국적 기업도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모토로라 측은 “400명이 근무하는 공장에 피해가 있었다”고 밝혔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지역 사무실을 잠시 폐쇄했으나 다시 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170개가 넘는 일본 회사가 진출한 쓰촨 지역의 지진이 자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오타 히로코 일본 경제재정담당상은 “쓰촨 지진은 중국 경제에 먼저 영향을 줄 것이지만, 일본 경제에도 곧 영향을 줄 것”이라며 “아직 중국 경제 피해가 얼마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일본에 미칠 피해 규모도 짐작하기 어렵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현재 쓰촨성 지역에 진출한 국내 기업은 청두(成都) 주재기업으로 ▲성우운업(운수) ▲LG 전자 ▲시그마(엘리베이터) ▲금호고속(운수) ▲SKY FOOD(농산품) ▲아시아나항공 ▲두산 인프라코아(굴삭기) ▲하나코비(밀폐용기) ▲한가람찬음문화(요식업) ▲향토골(요식업) ▲CJ사료(사료) ▲낙금상무(樂金商務)(무역) ▲(주)아토(전자) ▲선진사료(사료) ▲DANIEL DOOR(자동문) ▲퓨리나(사료) ▲민들레영토(카페) ▲삼성전자(중국법인) ▲이랜드(중국법인) 등 19곳이 있다.
사천성 기타지역 주재 기업으로는 ▲노주천합유한공사(瀘州天合有限公司)(전사지) ▲사천회유사(四川匯維仕, 휴비스)(화섬사) ▲맥사금생물과기(脈斯金生物科技)(세포배양) 등 3곳이다. 중경 주재 기업은 ▲아시아나항공 ▲포스코 ▲GS홈쇼핑(유통) ▲(주)효성(무역) 등 5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