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유례를 찾아 보기 힘든 장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준비한 처방전은 두가지다. 고강도의 경기부양책과 사상 초유의 제로금리 정책을 통한 금융시장 안정화 조치다.
오바마 당선인은 대선 후보시절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출 규모를 1천500억달러 정도로 잡았다. 현 시점에서 이 정도의 액수로는 미국 경제가 꿈쩍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오바마의 경기부양책 규모가 향후 2년간 6천750억달러에서 최대 7천75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1조달러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근 주례라디오 연설을 통해 오바마 당선인은 1950년대 이후 최대의 인프라 투자를 단행키로 하는 내용의 신 뉴딜정책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골자는 에너지 효율을 높인 공공건물 건립과 새로운 도로와 교량 건설, 초고속인터넷통신망 확산 등을 통해 향후 3년간 250만개의 일자리를 지켜내거나 새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한가롭게 재정적자를 걱정할 형편이 아니라는데 오바마측은 물론 의회도 공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바마의 경기부양책은 의회의 심의 과정에서 1조달러대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의회가 경기부양에 더 협조적인 셈이다.
이러한 재정부문의 경기활성화와 별도로 통화정책에서는 이미 초강력 조치들이 속속 취해지고 있다.
FRB의 금리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16일 정책금리를 연 0∼0.25%로 운용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금리를 더 이상 낮출 수 없는 지경까지 낮춰 사실상 제로금리를 선언한 것이다.
FOMC가 금리정책 수단으로 할 수 있는 일이란 "경기가 살아날 때까지 금리를 올리지 않고 계속 제로 수준에 묶어 두겠다"는 입장을 천명하는 것 뿐이다.
FRB는 여기에 `양적 완화'를 공식화함으로써 시장을 상대로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했다.
금융기관들을 상대로 기업어음(CP) 매입과 모기지채권 매입 등으로 이미 양적 완화에 준하는 조치를 취해왔으나 앞으로는 장기 국채를 직접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중에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시장의 기대수준을 능가하는 과감한 조치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중앙은행이 실기하지 않고 선제적으로 움직여 시장을 리드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동시에 앞으로도 모든 동원 가능한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이 필요로하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데 있어서는 때를 놓치지 않고 선제적으로 시장을 압도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 FRB의 행동은 한국을 비롯한 신흥시장국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천문학적인 경기부양책+제로금리+양적완화'라는 칵테일 요법이 성과를 거둘 것인지 지켜보는 것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사상 최대규모인 하루 220만배럴의 감산에 합의했음에도 불구, 지난달 18일 미국의 원유재고가 늘었다는 소식에 원유가격은 배럴당 30달러대로 추락한 것은, 미국의 경제가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미국의 경기부양책과 양적완화 정책이 미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를 불황의 위기에서 건져낼 것인지 여부는 2009년 최대의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