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6주앞으로 다가온 독일이 때아닌 논란으로 뜨거워 지고 있는데, 이는 가슴라인이 선명하게 드러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사진이 담긴 선거 벽보 때문이다.
이렇게 도발적인 선거광고의 주인공은 베를린의 한 지역구에서 다선의 녹색당 의원에 도전하는 기민당(CDU)의 베라 렝스펠트 후보로, 메르켈 총리와 렝스펠트 후보가 바스트 라인이 확실하게 보이는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나란히 서 있고 메르켈 총리 가슴 위로 ‘우리는 줄 게 더 많은 사람들’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베라 렝스펠트 후보는 무려 지역구 750여 곳에 이 벽보를 뿌렸는데, 가장 큰 이유는 유권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다.
그는 현지 뉴스채널 N24에서 “벽보를 보는 열 명 중 한 명이라도 내 정책에 관심을 갖는다면 (이런 벽보사진을 붙이는 것이) 그냥 거리를 다니면서 유세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유권자에게 접근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메르켈 총리에게서 사진 사용을 사전에 허락받지는 않았다”며 “허락을 받을 수 있다면 누구나 다 그 사진을 사용하려 했을 것”이라고 스스로의 행위에 대해 변명했다.
렝스펠트 후보의 소속당인 CDU 측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데, CDU 여성위원회 마리아 뵈머 위원장은 “성을 파는 낡아빠진 캠페인”이라고 렝스펠트 후보를 극렬히 비난했다.
한편 유권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는데, 렝스펠트 후보 블로그에 글을 올린 ‘알렉스’라는 네티즌은 “위트가 있다”고 애매한 호평을 했으나 ‘레나’라는 누리꾼은 “수치스럽다. 여성이 명석한 말과 생각으로 승부하지 못하고 가슴으로 주의를 끌어야 하다니 슬프다”는 말로 여성의 지위를 정치인 스스로 끌어내렸다고 비판했다.
벽보 사진의 출처는 메르켈 총리가 지난해 4월 노르웨이 오슬로 오페라하우스 개관식에 참석했을 때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 스타일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던 메르켈 총리의 파격적인 옷차림이 화제가 됐었는데, 당시 영국 타블로이드판 신문 ‘데일리 메일’은 ‘메르켈의 대량살상무기’라는 블랙유머 한 마디로 이 의상을 평가하기도 했다.
김영복 기자 asura@kid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