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은 덩치 커지고, 부품기업은 ‘야윈다’
중소기업, ‘납품단가 인하 압력’ 고통 호소
최근 달러화 강세로 원가절감이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압력'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중소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
대기업들과는 달리 이들 회사에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업체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대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원가를 절감하면서 중소기업들의 납품단가를 낮췄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이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을 말로만 외칠 뿐 실제로는 마진을 확보하기 위해 코스트 인하를 외치며 중소기업을 쥐어짜고 있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내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 뿐 아니라 정부와도 협력 메커니즘을 구축하고 중소기업의 공동구매, 정부비축물자 확대, 전기료 인하 등 우회적으로 정부의 원가하락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경, 고철을 녹여 자동차 부품을 공급하던 주물업체는 원가 상승과 납품단가 동결 사이에 짓눌리면서 결국 부도가 났다.
경기불황으로 주문물량이 크게 줄어든 탓도 있지만 원자재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원청업체가 납품단가 인상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고철은 주물 원료의 80%를 차지하는 주 재료여서 고철값이 오르면 당장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수밖에 없지만 대기업은 버틸 것을 요구하며 단가를 끝까지 올려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부품업체들은 국내 대기업들이 임금인상과 원자재 가격 인상 등 각종 인상요인을 협력업체에 떠넘겨 자신들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대기업들의 관련 장비나 부품 등 수주물량이 쏟아져 매출 자체는 지난해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단가인하 압력이 워낙 거세지다 보니 오히려 이익은 줄어들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글로벌 생산규모를 늘리면서 협력업체들의 전체 매출액이 이전보다 크게 늘어난 점을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건전한 산업구조정착을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 문제에 대한 정부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는 '중소기업 납품단가 문제, 과당경쟁이 원인'이라는 연구 자료를 통해 정상적인 경제상황에서 납품 애로요인 및 납품단가 인하 압력 문제를 해결하려면, 납품업체간 과당경쟁이 해소돼야 한다며 여러 가지 산업 중에서도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인한 경영악화로 납품 중단 사태로까지 간 대표적인 분야가 주물이라고 밝혔다.
주물업계에서는 고철 가격이 5 -10% 이상 되면, 중소기업에 수용 가능하지만 고철가격이 60 -70% 이상 인상되면, 생산할수록 손실이 더 커져 생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원자재가격이 인상되더라도, 부품 가격 변동은 3-4개월 뒤에 이루어지며, 원자재 가격 인상을 소급적용해 주지 않기 때문에, 가격 변동 폭이 40 - 50% 이상 넘어서면 이를 적절히 반영할 수 있는 대기업-중소기업기간 상생의 대화의 채널 그리고 정부의 가격 안정화 지원 채널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1차 협력사 143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중소기업들 간에 경쟁이 심할수록 중소기업에 대한 납품단가 인하 압력이 높았고 지난 2008년에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연구원이 공동으로 조사한 연구결과에서도 중소기업의 54%가 중기간 납품경쟁이 납품단가 인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응답한 바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독창적인 기술 또는 원천기술 보유한 중소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납품단가인하 요구로부터 자유롭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에 범용기술 제품이 거래되는 시장에서 야기되는 납품단가 인하 문제가 납품기업과 대기업의 문제라는 시각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납품기업들 간의 과당경쟁을 완화하고 중소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을 향상시켜 협상력을 높이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보고서는 조언했다.
이번 보고서 용역을 시행한 이종욱 서울여대 교수는 “납품단가 연동제와 같은 잣대로 납품단가 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 방식은 글로벌 경쟁 체제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국내 중소기업으로부터 공급받는 부품단가만 상승하게 된다면 대기업들이 해외로 거래선을 변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