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보지 않고도 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 마음으로 골프를 칠 수 있다고 간절히 믿는 그들은 바로 시각장애인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바람을 실현시켜 준 김덕상 시각장애인협회 단장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올해 1주년을 맞은 한국시각장애인골프협회 KBGA(Korea Blind Golf Association) 단장이자 골프칼럼리스트협회부회장으로서 그리고 재보험사 벤필드 고문(顧問)으로 살아가고 있는 김덕상씨를 만나 골프와 함께 해온 그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김덕상 시각장애인골프협회 단장은 평소 자원봉사로 시각장애인 등산모임인 ‘아동산회(아름다운 동행 산우회)’에 참여했었다. 시각장애인들과의 만남에서 그들이 주변 사람들과 어울려 함께 운동하기를 원하는 소망을 알게 됐다. 시각장애인들이 어떤 운동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하던 중 유일하게 ‘골프’만이 그들이 도전하지 못했던 운동임을 알았다. 그리고 시각장애인들이 과연 골프를 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갖기 시작, 책이며 인터넷, 지인들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다 보니 외국의 경우 이미 1998년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시각장애인골프협회(IBGA)가 발족되어 현재 12개 회원국이 있음을 알게 됐다.
김덕상 단장은 세계시각장애인골프협회 슬로건인 ‘볼 수 없지만 칠 수 있다(You don’t have to see it, to tee it)는 것에 공감을 하고 한국에도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골프협회 만들기에 돌입했다.
하나. 골프 더하기 봉사
“골프만큼 시각장애인들에게 가장 알맞은 운동은 없습니다. 일반인들과 어울려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은 골프만이 가능합니다.” 그렇게 2007년 1월 초 8명의 시각 장애인들이 모여서 골프배우기에 도전을 하면서 한국의 블라인드 골프(Blind Golf)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 되었다. 이제는 약 40명의 회원들과 20여명의 자원 봉사자들이 활동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골프라는 취미를 갖게 된 것은 구원의 선물이었습니다. 제가 나눠준 작은 도움이 한 사람의 인생에 커다란 변화를 줄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그는 받는 기쁨보다 주는 기쁨이 더 배가 된다는 것을 이번 봉사활동을 통해 느끼고 있었다. 현재 그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일주일에 두 번 직접 레슨 지도를 하고 있다.
골프를 치는 많은 시각장애인들은 다시 세상의 밝은 빛을 본 기분으로 긍정적으로 살아간다. “9년간 시각장애인으로 살아온 황인숙씨는 신장도 좋지 않아 5km도 걷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이번 시각장애인대회에서 8km나 걸었으니 기적이나 다름없죠.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비록 자신도 시각장애인으로 살면서 힘들지만 다른 사람들을 위해 그 기쁨을 나눠주려고 합니다. 그래서 조만간 음반 취입을 할 계획입니다. 타이틀 곡은 ‘행복레슨’이라고 합니다. 음반 수익금은 전부 황인숙씨 신장 이식 받는데 쓰일 겁니다.”
한국시각장애인협회를 만든 장본인인 김덕상 단장은 주변에 좋은 분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대신증권 노정남 사장은 절친한 친구로 지난 대회 메인 스폰서가 돼주었다. 그리고 퍼블릭 골프장으로 유명한 베이크리크는 골프 대회를 열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또 골프클럽은 친구들이 집에서 잠자고 있는 클럽들을 무료로 제공해 준 것들이다. 무엇보다 시각장애인들이 골프를 치기 위해서는 1:1 개인레슨과 경기시 코치들이 항상 옆을 따라다니며 도와줘야 하기 때문에 자원봉사자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골프포털사이트 골프스카이의 크리스찬 모임인 ‘예닮골(예수님을 닮길 원하는 골퍼들의 모임)’ 소속 회원들이 기꺼이 이들의 자원봉사자로 나서고 있다.
“전국 28만 시각장애인이 있다고 봤을 때 앞으로 골프를 치고자 하는 이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뜻을 같이할 골퍼들이 더 늘어나길 희망합니다.”
골프를 치는 상위계층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이웃에게 모범을 보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김덕상 단장은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두울. 골프 더하기 글쓰기
골프스카이닷컴 인터넷 동호회 게시판에 후배들을 위한 골프 경험을 올린것과 또 그들의 질문에 대해 답변을 했던 것이 인연이 되어 골프칼럼을 쓰게 된 김덕상 골프칼럼리스트.
그의 글을 읽는 사람들의 조회수가 1만 회를 넘어서면서 그는 골프에 대한 이야기에 좀더 가치있는 이야기가 더해지길 바랬다. 그러던 중 ‘예수님의 사랑’에 가치를 둔 그는 성경 공부를 하게 된 계기로 기독교인이 된 케이스다. 그래서 크리스천 골퍼들이 그린에서 경험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있는 ‘싱글로드’라는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그리고 골프문화에 대한 칼럼을 프로골퍼인 그의 아들 김병곤씨와 공동집필해 2004년에는 ‘당신은 이제 골프왕 1’ 이란 책을 내고 이어서 일년여 만에 다시 ‘당신은 이제 골프왕 2’를 집필했다.
그가 처음부터 글쓰는 것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89년 골프에 입문해 구력 18년인 김덕상씨는 첫 라운드 했던 날부터 지금까지도 모든 라운드를 꼼꼼하게 메모해 관리했다. 자신의 장단점을 끊임없이 분석하고 통계와 확률에 의한 전략적 플레이를 추구하는 그는 연구하고 기록하고 그 기록으로 원고를 집필하고 있다.
그의 골프에 대한 열정은 3년 전 한 골프 잡지에서 ‘한국의 5대 골프광(狂)’으로도 선정될 정도. 골프를 사랑하고 한국의 좋은 골프문화를 확산하려고 애쓰는 골퍼로서 김덕상 칼럼리스트는 현재 내년에 출간 예정인 3권의 또 다른 골프책 시리즈를 집필 중에 있다.
세엣. 골프 더하기 인생
해외출장이 잦던 그는 89년 어느 날 북아일랜드로 출장을 가게 되었다. 그 때 갑자기 계획에 차질에 생겨 회의가 하루 연기된 적이 있었는데 그 자리에 모인 회사 관계자 사람들이 골프나 치러가자며 제안을 해왔다. 전에 친구 따라 골프장 구경 가서 골프채를 잡아본 적은 있지만 필드에 나가기는 그 때가 처음이었다.
준비가 하나도 안 된 상태에서 김덕상 단장은 신사화를 신고 구경만 했다. 보기가 안쓰러웠는지 누군가 골프채를 건내며 한 번 쳐보라고 권했다. 그 때 그냥 한 번 친다는 것이 글쎄 온그린이 됐던 것이다. ‘골프 천재’라며 한 번도 골프를 안해본 그의 실력에 다들 감탄을 금치 못했다. 주변에서는 골프치면 잘하겠다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김덕상 단장도 “내가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긍정적 마인드로 골프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 뒤로 8~9년은 철저하게 레슨 코치를 받은 뒤 USGTF 티칭프로로서 그도 각양각층의 사람들에게 골프를 가르쳤다. 그는 필드에서 90세 노인 골퍼부터 4살 어린 골퍼까지 전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인간관계를 맺을수 있다는 것을 골프의 매력 중 하나로 꼽는다.
“골프는 신사적인 운동입니다. 타인을 배려하는 운동이죠. 그게 골프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프로선수 출신도 아닌 김덕상 고문(顧問)은 그저 골프의 멋과 맛을 아는 이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리고 골프를 통해 사람들에게 마음, 시간 그리고 사랑을 나눠주며 살아가고자 한다.
장소협찬·서울클럽
골프데일리(http://www.golfdaily.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기사제공 산업일보 제휴사 골프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