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가 주최하는 대회로 유명한 AT&T 내셔널. 이번 대회는 경기 전부터 골프 황제와 디펜딩 챔피언의 대결로 전 세계 골프팬들의 이목이 더욱 집중됐다.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는 듯 대회 4라운드까지 우승컵을 향한 두 골퍼의 불꽃 튀는 자존심 대결이 펼쳐졌다.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 콩그레셔널 골프장 블루코스(파70·7255야드)에서 마친 AT&T 내셔널 최종 4라운드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타를 줄여 최종합계 13언더파 267타를 기록, 헌터 메이헌(2위, 합계 12언더파), 앤서니 김(3위, 합계 9언더파)을 제치고 우승컵의 주인공이 됐다. 올 시즌 3승과 함께 PGA투어 개인통산 68승(역대 3위)을 기록했다. 상금랭킹 1위(456만 달러)는 물론, 페덱스컵 포인트 500점을 획득해 총 2050점으로 1위에 올라섰다.
‘붉은 호랑이’와 ‘파란 사자’의 진검승부
전날 3라운드까지 우즈와 앤서니 김의 성적은 합계 10언더파로 공동 선두. 항상 마지막 라운드에서 빨간색 티셔츠를 입는 타이거 우즈에 맞서 앤서니 김은 파란색 티셔츠를 입고 4라운드에 나섰다. 파란색 티셔츠의 효과였을까. 앤서니 김이 1번 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그 후부터는 우즈의 페이스였다. 앤서니 김이 5번 홀과 8번 홀에서 보기를 기록하는 사이 우즈는 6, 7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며 앤서니 김의 기를 꺾고 한 발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우즈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11번 홀에서 페어웨이를 오른쪽으로 크게 벗어난 공이 해저드에 빠지면서 패널티 샷이 부과되어 보기를 기록해 메이헌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이후, 16번 홀에서 볼이 페어웨이를 놓쳐 두 번째 위기를 맞았지만 아이언 샷으로 그린 위에 올린 뒤 먼 거리 버디 퍼팅을 깔끔하게 성공시켜 1타차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우즈는 나머지 홀도 안정적으로 마무리하며 ‘욕심 많은 주최자’로 당당하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황제’의 위력은 대단했다
우즈는 4라운드 초반에 강력한 경쟁자 앤서니 김을 따돌리며 선두로 나서 비교적 수월하게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메이헌이 8언더파의 맹타를 휘두르며 경기를 마쳐 종반전 양상은 오히려 우즈와 경기를 끝낸 메이헌의 대결 구도로 진행됐다.
황제는 아무나 얻을 수 있는 칭호가 아니었다. 우즈는 예상대로 결정적인 순간 누구보다 침착하고 뛰어났다. 파5의 16번 홀 그린에서 카메라맨의 움직임까지 지적하며 예민하게 반응하더니 6m짜리 쉽지 않은 버디 퍼팅을 성공시켜 황제의 포스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일찌감치 경기를 마치고 2시간이나 기다리며 연장전 혹은 내심 우승까지 기대하던 메이헌에게는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귀중한 교훈을 얻은 ‘포스트 우즈’, 앤서니 김
지난해 PGA 투어에서 2승을 챙기며 우즈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앤서니 김. 하지만 올시즌 우승은 고사하고, ‘TOP 10’ 진입조차 힘겨워 보이는 그에게 ‘포스트 우즈’란 타이틀은 성급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랬던 그가 변하기 시작했다. 왼쪽 엄지 부상에서 회복하면서 서서히 작년 기량을 되찾기 시작했다. US오픈에서 공동 16위,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에서 공동 11위에 오르며 정상 탈환을 위한 준비를 시작한 그는 이번 대회에서 공동 3위에 오르며, 올 시즌 개막전에서 공동 2위에 오른 이후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앤서니 김은 대회 전, 인터뷰에서 올 시즌 부진한 성적으로 때문에 “자신감을 많이 잃었다”고 마음고생을 토로했었다. 대회를 마친 후, 비록 우즈에게 우승은 내줬지만 그는 자신에게 가장 필요했던 자신감이라는 크나큰 무기를 얻었다. 앤서니 김은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생기는 실수를 줄여야 하는 점 등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라고 말했다. 우즈도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앤서니 김에게 “(18번 홀에서) 앞으로 몇 년간 챔피언 조에서 함께 경기할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앤서니 김의 실력을 높이 평가했다.
PHOTO FURNISH·나이키골프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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