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EATURE]_‘녹색 시대의 총아, 2차전지’-下
차세대 나트륨계열 전지 대용량 에너지 저장 ‘적합’
나트륨계열 전지의 대표 주자는 2006년에 이미 상업화된 일본의 NGK가 개발한 NaS 전지다. NaS 전지는 양극에 황을 사용하고, 음극에 나트륨을, 전해질에 세라믹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는데, 양극과 음극 사이를 나트륨 이온이 이동하면서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는 원리이다.
NaS 전지는 납축전지보다 에너지 밀도가 3배 이상이고, 15년 이상의 오랜 수명을 유지할 수 있는 대용량 에너지 저장에 적합한 솔루션이다. 문제는 작동을 위해서는 나트륨의 용융 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300도가 넘는 고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온을 유지하기 위해 높은 운영비용이 필요하고, 화재 예방 시설도 필요하다. 일본에서 NaS 전지는 실내에 설치가 금지될 정도로 위험한 전지 솔루션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차세대 나트륨계열 전지는 NaS 전지 운영상의 위험성을 개선하면서 대용량 에너지 저장에 적합한 장점은 유지하는 방향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고, 대표적으로 GE가 개발한 고 에너지 나트륨 전지, 일본의 스미토모 전공이 개발한 용융염 전해질 나트륨 전지가 있다. 공통점은 나트륨 이온의 이동을 통해 전자가 발생하는 구조이다.
2007년 영국의 Beta R&D를 인수하여 나트륨 전지 개발을 시작한 GE는 이미 1억 6천만 달러를 투자하여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다. 사실, GE처럼 다양한 사업 모델을 수립하여 전지 산업에 진출해 있는 기업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GE는 미국 최대의 리튬이온전지 기업인 A123의 최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모바일용 전지와 전기차용 전지의 시장 상황을 주시하면서, 전력 저장용 대용량 전지 개발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이와 같이 GE는 2차전지 시장에서 유망하다고 전망되는 모든 세분 시장에 거대 자본을 발판으로 진입해 있는 기업이다.
GE가 개발 중인 고 에너지 나트륨 전지는 상대적으로 낮은 작동 온도와 MW급 이상의 대용량과 높은 출력 특성이 가능하기 때문에 GE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발전 및 전력 인프라 사업 경험을 활용하여 신재생 에너지, 스마트 그리드 관련 제품 및 서비스와 연계된 사업을 전개하기에 매우 유리한 전지 솔루션이다. GE는 고 에너지 나트륨 전지를 철도, 해상용, 광산용 차량 등에 적용하여 전지 산업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만들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일본의 스미토모 전공도 소재 혁신을 통해 나트륨계열 대용량 전지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기업이다. 2011년 3월에 발표한 용융염 전해질 나트륨 전지는 기존 나트륨계열 전지의 단점이던 300도 이상의 높은 가동 온도를 57도까지 낮추어 이로 인한 발화 가능성을 제거하였다. 폭발을 방지하기 위한 방폭 장치, 폭발을 대비하는 소화 장비 등이 필요 없어서 소형 전지팩도 개발이 가능하다. 리튬이온전지와 비교해도 에너지 밀도는 2배 이상, 원가 수준은 기존 리튬이온전지 대비 10% 수준에 불과한 용융염 나트륨 전지의 상용화를 위해 스미토모 전공은 앞으로 전지의 시스템화 기술을 확립하여 전력망, 가정 전력 저장용 등으로 상품화할 계획이다.
마그네슘 전지, 수천번의 재충전 가능
마그네슘 전지는 음극에 마그네슘을 사용하여 전자의 이동량을 증가시켜 기존 전지 대비 에너지 밀도를 획기적으로 올릴 수 있는 전지 솔루션이다. 리튬이온전지에서 전류를 만들 때 리튬은 1개씩만 전자를 움직이지만, 마그네슘은 2개씩 움직일 수 있어서 이론적으로는 용량을 두 배 이상으로 확대할 수 있다.
저렴한 마그네슘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저가화도 가능하고, 또한 용량의 감소 없이 수천 번의 재충전도 가능하고, 작동 온도 범위도 넓은 편이다. 마그네슘 전지는 미국 바일란 대학의 Aurbach 교수가 최초 개발하였고, 곧 이어 상용화를 목적으로 벤처기업을 세워 전용 양극재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일본 교토 대학의 아베 교수도 양극에 산화물, 음극에 마그네슘을 이용하는 다가(多價) 이온전지로서 마그네슘 전지를 개발 중이며 이는 일본 국책 과제로 지정되어 추가 투자가 수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LG화학이 핵심 소재 개발을 통해 시제품을 개발 중이다.
차세대 전지 높은 잠재력에 주목해야
기업들의 빠른 발걸음으로 먼 미래의 일로 예상되던 차세대 전지의 상용화가 앞당겨지고 있다. 빠르면 2세대 전기자동차가 등장하기 시작하는 2015년, 늦어도 신재생에너지의 본격 확대가 예상되는 2020년에는 차세대 전지의 등장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전지와 함께하는 10년, 전지 산업은 어떻게 변화할까?
먼저, 차세대 전지로 인해 시장 창출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전지 산업의 외형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2차전지의 시장은 모바일 IT 기기, 출퇴근용 소형 전기자동차, 비상 전원 공급용 축전지에 한정되었지만, 차세대 전지의 혁신적 성능은 전지 시장의 저변을 확대하며 기존 시장의 틀을 깨고 새로운 수요 창출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차세대 전지는 상용차나 철도, 선박 등 대형 수송 수단에 사용됨은 물론, 주거 및 상용 빌딩의 냉난방 및 공조에 필요한 능동적 에너지 제어 도구, 그리고 서비스 로봇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될 전망이다. 저장 용량의 한계로 송배전 단계에서만 사용되었던 에너지 저장 시스템도 차세대 전지를 통해 발전소 영역까지 진출하여 전력산업의 모든 단계에서 전력의 효율성 제고에 이바지할 것이다.
전지 산업의 매력도 상승으로 기업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미 진입을 시작한 석유·화학 기업, 자동차 기업들에 이어 에너지 및 자원 기업, 건설사, 전력 기업들도 기회를 찾아 진입할 것이며 연구 개발과 설비 투자에 대한 규모도 지금과는 차원이 달라진다. 물론 사업의 리스크도 더 커진다. 품질 사고에 대한 리스크뿐 아니라 기술혁신의 속도가 가속화되면서 기술의 불확실성 상승, 다양한 사업 모델 등장에 따른 사업의 복잡성이 크게 증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지 산업의 속성 변화도 예상된다.
모바일 기기에 전기에너지를 공급하는 정보전자부품 산업에서 전기자동차, 에너지 저장 시스템 등에 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에너지 산업으로 진화하면서 성격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바일 기기 산업에 갇혀 있던 전지 산업에 대한 인식, 전지 사업을 수행하는 마인드 및 접근 방법 등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국내 기업들 적극적 참여 역량강화 필요
최근 리튬이온전지 산업에서 한국 기업의 선전에 대한 잇따른 낭보가 들려오고 있다. 소형 리튬이온전지의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드디어 일본 기업을 능가하였고, 전기자동차용 전지에서도 계속되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과의 제휴 소식은 한국 전지 기업의 미래에 장밋빛 그림을 그려 주고 있다.
하지만, 환경이 변하면서 2차전지에 대한 사용자들의 불만이 가중되는 이때 우리의 경쟁력이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는가에 대해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한국 전지 기업의 차별적 강점은 공정 혁신을 통한 효율적 생산, 규모의 경제에 의한 원가 경쟁력이다. 지속 성장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초 소재 기술이나 차세대 전지 개발 역량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 한국 전지 기업의 약진에 위기의식을 느낀 일본 기업들은 과거와는 달리 생산성 향상, 원가절감 등에 좀 더 힘을 쏟는 분위기지만, 그렇다고 차세대 전지에 대한 자원 투입을 줄이지는 않는다. “사업성과를 위해서는 소재 혁신보다는 생산성 혁신이 옳은 방향이겠지만, 그렇게만 전지 산업이 흘러간다면 전지 자체의 발전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언급한 소니 출신의 2차전지 전문가의 견해는 차세대 전지에 대한 일본 전지 업계의 분위기를 대변해 준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전지 기업의 소재 역량이 약하다는 평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극복 방안도 원론적인 접근 외에는 별다른 해답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부족한 소재 역량으로 인해 차세대 전지에서 창출되는 무궁무진한 기회를 포기할 수는 없다. 안되는 이유만을 나열하기보다는 우리의 강점인 전지의 제품화 역량을 기반으로 소재 전문 기업과의 제휴 등 적극적으로 소재 역량을 발굴하여 차세대 전지의 상용화를 주도한다면 취약한 소재 경쟁력도 비교적 빠른 기간에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신창환 연구원은 “에너지 산업의 패러다임이 ‘석유의 시대’에서 ‘전지의 시대’로 바뀌고 있다”며 ‘자원을 많이 보유하고 발굴함’에서 ‘에너지 활용도의 극대화’로 탈바꿈하는 시점에서 에너지 산업의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고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2차전지 산업의 주도권을 국내 기업들이 확보하기 위해서는 차세대 전지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신 연구원은 “힘겹게 획득한 소형 2차전지 시장의 주도권을 발판으로 새로운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유지하는 방편으로 소재 기술 혁신을 통한 차세대 전지 개발과 생산성 혁신을 위한 공정 기술 간의 균형을 맞추는 것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