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미국은 1990년대 후반 이후 제조업체들은 원가 절감을 위해 중국, 동남아, 중남미 등 신흥시장으로 대거 생산시설을 이전했지만, 최근 포드자동차, GM, 월풀 등이 해외 생산라인을 본국으로 다시 이전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이는 2009년 금융 위기 이후 그간 서비스업에 치중해온 미국 내에서 왜곡된 경제구조를 바꾸고 제조업을 육성하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미국 각 분야의 전문가들도 경쟁력을 갖춘 제조업이 경제의 원천이며 국가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관건이라는 지적에 따른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이 제조업 ‘부활’에 나선 이유
우선, 중국 등 아시아 신흥시장의 인건비 상승과 통화가치 상승을 들 수 있다. 특히 중국은 숙련 노동인력 부족, 노동운동 확산 등으로 최근 인건비가 빠르게 상승함에 따라 2015년경에는 미국과 유사한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 중국 제조업의 평균임금은 시간당 52센트로 약 17달러인 미국의 3% 수준이었지만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매년 평균 19%나 상승해 왔다. 또한 중국의 절대적 인건비는 미국보다 낮지만 사회 인프라, 노동생산성까지 고려했을 때 격차는 그리 크지 않다.
BCG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미국기업 중 중국 임금이 높아질 경우 본국으로 귀환 의사가 있는 업체는 평균 42.5%에 달했으며, 업종별로는 노동집약적 산업인 고무 및 플라스틱 산업(67%)이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은 산업기계(42%), 전기전자제품(41%), 컴퓨터(40%), 금속(35%), 자동차(30%)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미국 재무부가 2012년 11월 발표한 ‘경제?환율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위안화 명목가치는 2010년 6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9.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신흥국의 통화가치 상승도 이유 중 하나로 지적된다.
둘째, 제조업은 미국 내 높은 실업률을 완화하고 경기 회복에 기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최근 공개된 미 최근 공개된 미 브루킹스 연구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제조업은 과학기술 연구개발과 혁신활동에 있어 가장 중요한 근간산업 중 하나다. 제조업 산업 자체는 국민총생산(GDP) 중 11%, 미국 내 전체 일자리 중 9%에 불과하지만 전체 공학자 중 35%, 미국 내 출원·등록된 특허 중 90%가 제조업과 관련이 있을 정도로 과학기술 개발 및 혁신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제조업 생산품이 전체 미국의 수출입 활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5%를 달하는 등 글로벌 경쟁력과도 밀접한 관계에 있다.
또한 제조업은 서비스업보다 고용창출 효과가 크다. 제조업의 간접고용 유발효과는 2000년 2.2명에서 2010년 2.3명으로 상승해 서비스업(업종 평균 2000년 1.3명 → 2010년 1.1명)보다 높다. 1995년부터 2005년까지 미국 내 제조업 생산은 전체산업의 약 17%를 차지했으나, 임금수준과 비례하는 생산성 이득(Productivity Gains)은 37%를 차지해 고임금의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오바마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들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월 24일 연두교서를 통해 ‘미국의 존립을 위한 청사진(Blueprint for America Built to Last)’이라는 정책 프레임워크 발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제조업 부흥을 위한 3대 정책방향으로 ▲세제개혁을 통한 제조업 세제혜택 확대 ▲해외기업들과의 공정한 경쟁을 위한 무역관행 확립 ▲국내 인프라 확충 사업을 통한 수요 진작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오바마 정부는 법인세 상한선을 35%→28%로 낮추고 제조업체에는 25%의 특별세율을 적용하는 한편, 미국 내에서 제조를 하는 업체들에게는 세금공제 혜택을 주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제조업 부문에 대한 세제혜택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미국 내 복귀기업에게는 수익의 20%에 세금공제 혜택을 적용하고 3년간 매년 20억 달러 융자혜택을 제공하는 등의 ‘리쇼어링(Reshoring)’ 촉진방안도 포함하고 있다.
또한 교역대상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조사하는 ‘무역집행기구(Trade Enforcement Unit)’ 설립을 주창한데 이어 2월에는 주요국제 무역협정에서 미국의 이익을 주장하고 불공정 교역관행을 시정하기 위한 정책을 심의, 결정하는 역할을 하는 ‘국제무역감시기구(ITEC)’ 창설하기도 했다.
도로, 교량을 재건하고 전력망을 신설하며 초고속 브로드밴드를 확충하는 등의 인프라 사업을 추진하고, 금융위기 이후 타격을 받은 실물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산업 연관효과가 큰 자동차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도 대폭 강화했다.
이밖에도 고객 서비스 품질 및 기술혁신에 대한 능동적 대처가 가능하고 신흥국의 낮은 지적재산권 보호 수준으로 핵심기술이 유출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 등도 이유 중 하나로 지적된다.
미국 제조업의 긍정적인 지표들
미국의 2008년과 2009년 제조업 국내생산(실질GDP) 성장률은 각각 -5.8%, -9.2%를 기록했지만 2010년 이후 증가세로 전환되면서 2010년 2.4%, 2011년 1.8%를 기록했다. 국내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09년 이후 증가하기 시작해 2010년 6.9%, 2011년 2.5%의 성장률을 보였다.
2011년 기준 자본재 및 산업설비 관련 총 투자건수는 약 5,000건, 총 투자금액은 1,350억 달러로 신규설비 및 확장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미국으로의 해외직접투자(FDI) 규모가 금융위기 이후 축소됐지만 2011년 2,269억 달러를 기록하며 회복세를 나타냈고, 제조업 부문의 FDI는 2009년 534억 달러에서 2011년 909억 달러로 70.2%나 상승했으며 특히 화학, 전기용품, 자동차 부문의 투자가 급증했다. 또한 외국기업의 투자로 인한 일자리도 2011년 3만5,401개로 2010년 1만4,780개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미 노동통계국(BLS) 자료에 따르면 2009년 12월 당시 1,147만 명이었던 미국 내 제조업 종사자수는 2012년 12월 1,199만 명으로 증가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약 18만 명이 증가한 숫자다. 또한 미국 내 제조업 부흥을 위해 설립된 ‘Reshoring Initiative’는 최근 미국 내 제조업 부흥의 직접 고용 창출은 약 2만5,000여 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리쇼어링’ 사례 증대
미국 주요 제조업체들이 생산시설을 다시 미국으로 이전시키는 ‘리쇼어링(Reshoring)’의 사례들이 증가하고 있다.
친환경 플라스틱 용기 생산업체인 Ultra Green Packaging는 지난 2008년부터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으나 인건비 및 운송비 상승, 지적재산권 보호 문제로 인해 미국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했다. 업체에 따르면 미국으로 회귀한 이후 주문에서 생산에 이르는 기간이 단축돼 재고 및 간접비용이 크게 감소하고 품질관리 문제가 해결됐다.
중국에 최대 규모의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캐터필러는 지난 2010년 텍사스 주에 총 1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내 굴삭기 생산규모를 3배로 확대했다. 생산된 굴삭기는 미국 및 남미 시장에 수출되고 있으며 미국의 제조업체 활성화를 위한 세제 혜택과 저렴한 에너지 가격, 높은 생산성이 미국 내 생산설비 투자로 이어지고 있는 사례로 꼽힌다.
GE도 미국 제조업 회귀 트렌드에 맞게 미국 내 생산 비중을 확대하는 추세다. 현재 GE 백색가전사업부의 미국 내 생산 비중은 약 55% 정도를 기록하고 있으나 2014년 말까지 약 75%로 확대할 계획이다.
Intel은 애리조나 주공장의 설비 현대화(기존의 32나노미터 공정 설비에서 22나노미터와 14나노미터 생산설비를 추가 확보)를 위해 65억 달러 규모를 투자했으며, IBM, Intel, 대만의 Semiconductor Manufacturing 그리고 삼성이 합작으로 뉴욕에 44억 달러 규모의 연구 및 생산설비 투자를 발표해 약 2,500명의 신규 고용 창출을 기대된다.
한편, BCG는 현재 이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2015년까지 7개 산업(컴퓨터/전자, 가전, 기계, 가구, 가공금속, 플라스틱, 수송기계)에 걸쳐 2,000억 달러 상당의 제품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 산업, 미국 제조업 부흥의 견인차
미국 정부는 금융위기 이후 타격을 받은 실물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산업 연관효과가 큰 자동차 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했다.
금융위기 이후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에 총 620억 달러 규모의 구제 금융을 지원하고 정부가 직접 노사문제에 개입해 노동 유연성을 제고했다. 그 결과 2009년 이후 2년 동안 자동차 산업은 총 11만5,000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해 1990년대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또한 자국 자동차 산업의 수출 확대를 위해 무역대상국의 불공정 무역 행위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2012년 7월에는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 33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당하게 부과했다는 이유로 중국을 WTO에 제소하고, 2012년 9월에는 중국 정부가 자동차 및 관련 부품 생산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했다며 WTO에 제소하기도 했다.
전통적인 제조업 분야 중에서는 금융 위기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자동차산업도 이같은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경쟁력 확보를 위한 활발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미국 자동차 ‘Big 3’(GM, Ford, Chrysler)는 미국 중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기존 생산 시설 자동화 및 현대화를 위한 투자를 활발히 전개하고 있으며, 유럽 및 일본계 업체들은 동남부 지역에 집중 진출했다.
일례로 Mercedes는 자동차 기업 중 가장 큰 투자액인 20억 달러를 앨라배마의 신규 자동차 조립 라인 건설에 투자한다고 발표했고, GM은 생산 중단된 테네시 Spring Hill 공장에 2억4,400만 달러를 투자해 1,9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주리 Wentzville 공장 확장을 위해 3억8,000만 달러를 투자해 1,66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전망이다. Ford는 11억 달러를 미주리 Kansas City 공장 증설에 투자해 향후 4년 간 1,6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시카고 남부공장에도 2억 달러를 투자해 1,1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셰일가스 개발도 한 몫
2008년 이후 셰일가스 개발이 활발함에 따라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해 석유화학, 철강, 기계 등 제조업 전반에 걸쳐 생산비용 절감효과를 가져오면서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 중이다.
셰일층 개발에 힘입어 미국 내 천연가스 가격은 2008년 1MMBtu당 8.9달러에서 2012년 2.4달러로 일본 수입가격의 1/4 수준까지 하락했다. 셰일가스로부터 추출돼 폴리에틸렌(PE), 폴리염화비닐(PVC) 등의 제조에 사용되는 에틸렌의 제조원가는 원유로부터 추출되는 에틸렌보다 약 10배 저렴하고, 그 중에서도 미국산 에틸렌의 제조원가가 세계 최저 수준이다. 제조원가 하락에 따라 미국에서 제조된 석유화학제품의 경쟁력이 향상돼 수출도 확대되고 있다.
또한 글로벌 에너지 업체들의 미국 투자가 확대되면서 셰일가스 개발에 필요한 철강 및 기계 수요도 상승 중이다. 셰일가스 개발에 활용되는 굴삭용 파이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철강 생산에 셰일가스를 활용하기 위한 설비 교체작업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또 석탄화력 발전에서 가스화력 발전으로 교체되면서 가스 터빈 등의 수요도 증가해 기계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한편, KOTRA는 미국 제조업의 공동화 현상은 정부의 제조업 홀대와 미국 내 인건비 상승으로 1980년대 말부터 본격화되다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정점에 달했지만, 최근 미국의 대형 제조업체들이 해외 생산라인을 본국으로 이전하는 리쇼어링의 가속화와 미국 정부의 유턴 기업 지원책의 강화에 힘입어 국제 경쟁력이 다시 높아지고 있으며 EU와의 범대서양자유무역협정(TAFTA) 추진으로 미국시장 경쟁구도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