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엔저는 대일(對日) 수출기업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제3국 시장에서의 한국 수출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일본 수출기업들은 수출물량 및 수익성에서 엔저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협회 설문조사 결과, 대일 수출기업들은 엔저로 수출물량 감소 및 채산성 악화 등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고 응답했다.
지난 4월에 실시한 무역협회 설문조사(2013년 50만 달러 이상 수출업체 664개사)에서도 일본이 주력시장인 수출기업(216개사 응답)의 경우 대부분이 엔저의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응답한 반면, 제3국(非일본) 수출기업(448개사 응답)은 엔저의 영향이 크지 않다고 답했다.
아직까지 일본기업들의 수출단가 인하가 본격화되지 않아 제3국 시장에서의 우리 수출 영향은 제한적이다. 2012년 대비 주요 지역에서 일본의 점유율이 하락한 반면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확대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과거에 비해 원/엔 환율 변동이 우리나라 수출물량에 미치는 영향이 전반적으로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최근 무역동향보고서를 통해 일본 수출 및 기업 동향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일본의 엔화 기준 수출은 증가세를 보였지만 달러 환산 시 감소세를 지속했다. 지난 1~8월 엔화 기준 수출은 2.7% 증가했으나 달러 기준으로는 3.3% 감소한 수치다.
올해 중 우리나라 수출은 대체로 양호했다.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의 2.1%에 이어 올해 1~9월중 2.9% 증가(잠정)를 기록했다. 수출물량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수출단가는 감소했다.
주요국과의 비교에서도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율은 주요 71개국 평균 수출 증가율을 상회하며 선전했다.
주요 품목별 수출은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자동차, 철강, 선박 등을 중심으로 증가한 반면 대중(對中) 수출 감소 영향으로 석유제품, 석유화학제품, LCD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역별로는 미국, EU로의 수출은 호조세인 반면 중국, 일본 등은 부진했다.
엔저 지속에 따른 기업들 우려 대두
일본 기업들이 수출단가 인하에 소극적인 가운데 수출물량이 크게 늘고 있지 않다. 그동안 일본 기업들은 해외생산 확대, 수익성 중시 전략, 과거 엔고 학습 효과, 고급브랜드 이미지 유지 등의 이유로 수출단가 인하에 소극적이다. 엔저에 따른 수익성 향상이 수출 대기업에 집중되면서 내수기업 및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엔저 지속에 대한 우려도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 상공회의소는 한 설문조사(9/16~9/19일, 184개사)에서 내수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급격한 엔저로 원재료,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엔/달러 적정 환율이 달러당 105 엔 미만이라고 응답한 업체 비중은 77.7%나 됐다. 로이터(Reuter)의 일본 기업 설문조사 결과(8/29~9/12일, 260개사, 자본금 10억 엔 이상)에서도 엔화의 적정 환율 수준이 달러당 105 엔 미만이라고 응답한 업체 비중은 75% 분포를 보였다.
2000~2014년 기준 원/엔 환율 10% 하락 시 우리나라의 수출물량은 1.6%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2007~2014년 기준으로는 0.9%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출 상대가격(=한국 수출단가/세계 수출단가) 및 세계 수입 수요 변화가 원/엔 환율 변동 보다 수출물량 증감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최근 엔저가 과거와 같은 급격한 수출물량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향후 일본 기업들이 본격적인 수출단가인 하를 단행할 경우 우리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과거 오랜 기간 지속된 엔고에 대한 학습효과, 고급브랜드 이미지 유지, 해외생산 확대, 수익성 중시 전략 등의 이유로 그동안 일본 기업들은 수출단가 인하 보다는 수익성 개선에 주력한 측면이 있으나 향후 본격적인 수출단가 인하에 나설 경우 우리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원/엔 환율 하락에 대한 대책으로 원-엔 직거래 시장 개설, 환변동보험료 지원 확대 등을 검토하는 한편 우리 기업들 스스로 한일 기술협력, 일본기업 M&A 등 보다 적극적인 엔저 대응 노력이 필요하다. 원-엔 직거래 시장은 1996년10월 개설된 지 4개월 만에 유동성 부족으로 폐쇄됐으나 지난 20년간 확대된 두 나라 간 물적, 인적 교류 규모를 감안할 때 재개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우리 기업 스스로 환변동보험 가입과 같은 기본적인 자구 노력뿐만 아니라 고품질의 일본산 자본재를 활용한 품질 제고, 한일 기술협력 및 우수 기술 구매, 일본기업 M&A 등 보다 적극적인 엔저 대응 방안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기업들의 일본기업 M&A는 대부분 IT, 금융 등 서비스업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중국 기업들은 기술력 확보를 위해 제조업체 인수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엔저로 인한 일본산 핵심 자본재의 가격 인하 효과를 원가 절감의 기회로 활용할 필요도 있다는 여론이 대두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R&D 투자 확대 및 기술개발 성과 제고 등 중 장기 경쟁력 향상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일본 기업들은 개선된 수익성을 바탕으로 차세대 기술 확보를 통한 미래 경쟁력 제고에 나서고 있는 만큼 연구개발의 대기업 편중, 중소기업 및 대학·공공연구기관의 특허 활용률 미흡 등을 개선해 중장기적인 경쟁력 제고에 주력해야 할 시점이다.
엔저 속, 수출 ‘선전’
엔저에도 불구하고 지난 1~9월 중 우리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2.9% 증가하며 선전하고 있다. 엔저 영향으로 대일본 수출은 2011년 이후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으나 제3국으로의 수출 영향은 제한적으로 미국, EU, 중국 등 주요 수입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2012년 대비 확대됐다.
또한 엔저는 대일 소재·부품 수입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내수 및 수출 관련 제품의 원가 절감 효과를 가져 온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엔저에도 불구하고 일본 기업들은 수출단가 인하에 다소 소극적인 측면이 있었으나 향후 본격적인 단가 인하에 나설 경우 우리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견하고 있다.
무역협회는 정부 차원에서 원-엔 직거래 시장 개설, 환변동보험료 지원 확대 등을 검토하는 한편 우리 기업들 스스로 환변동보험 가입 등 기본적인 자구 노력뿐 아니라 일본산 핵심 자본재 및 기술 활용, 일본기업 M&A 등 보다 적극적인 엔저 대응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중장기적 경쟁력 향상을 위해 R&D 투자 확대, 기술개발 성과 제고 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