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2. 식품포장업체 NNZ는 과일이나 채소의 표피를 연구하는 생물학자와 함께 식품 포장재 개발연구를 진행해 감자 포장재를 개발했다. 감자의 품질 유지를 위해서는 산소와 탄소의 적절한 투과가 중요한데, 기존 포장재에 뚫려있던 구멍이 지나치게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최적의 구멍 크기를 계산해 포장재에 적용, 감자의 신선도를 길게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최근 세계적인 기업들은 자연에서 기술을 모방하는 생체모방(Biomimicry, Biomimetics) 기술을 제품이나 경영시스템과 융합해 최대치의 성과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 기술은 미국, 독일에서 발전하기 시작해 최근 네덜란드도 정부차원에서 생체모방을 이용한 지속가능한 경제부흥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도 부분적이긴 하지만, 생체모방 기술에 대한 연구가 일어나고 있다.
사실 근래 주목받고 있는 생체모방 기술은 우리에게 낯선 것만은 아니다. 일명 찍찍이라고 부르는 벨크로(Velcro)는 씨앗이 개의 털에 붙는 원리를 이용해 발명된 것이다. 공기역학적 디자인의 자동차나 기차도 유선형물고기나 새에서 모방한 것으로 생체모방의 예다.
네덜란드에서 시행하고 있는 생체모방 기술을 이용한 경제부흥 프로젝트 그린 딜(Green Deal)은 네덜란드 경제부와 관련 기업, 연구기관이 함께 진행한다.
네덜란드 와헤닝헌대학 연구소 LEI가 생체모방이 자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조사한 결과, 2025년에는 GDP 생산의 2%가 생체모방 혁신에서 창출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부가가치는 154억 유로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국민소득 기준, 2025년 86억 유로(1%)가 이 기술로부터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인 물리학자이자 천문학자인 Ylva Poelman은 “수년 내 생체모방 관련 산업이 크게 도약할 것”이라며 “기업들이 자연이 주는 해결책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생체모방 기술은 큰 비즈니스”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경우, 포스텍 화학공학 팀에서 홍합의 성질을 모방해 홍합 접착제를 개발하기도 했다. 일반 접착제는 물속이나 다습한 환경에서 접착력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는데, 홍합 접착제는 물에 젖을수록 더 강한 접착력을 보인다.
한미공동연구진이 소금쟁이가 물에 빠지지 않고 물 위를 다니는 유체역학 원리를 밝혀 소금쟁이 로봇을 개발한 사례도 있다.
이 외에도 생체모방 기술은 건축, 화학, 로봇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돼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OTRA 임성아 암스테르담 무역관은 “생체모방에서 주요하게 언급되는 생존원칙과 경영전략은 지속가능한 기업문화를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생체모방적 관점을 적용해 공급사슬의 투명성과 근로자와 주주, 소비자, 지역사회 간 파트너십을 강화한다면 한국기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생체모방 기술은 지속가능성한 산업을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한국 기업이 이 기술을 도입한다면, 장기적으로 볼 때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이 제고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