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듐 나노선은 기초과학연구원 염한웅 단장이 15년 가까이 연구한 시스템이이다. 지난 2012년에 이 시스템의 솔리톤을 전자주사터널현미경(STM)으로 연구한 논문도 발표했다. 이 시스템의 솔리톤을 더 깊이 이해할 필요성을 느낀 염 단장은 2013년 기초과학연구원 소속 저차원전자계연구단을 맡고 연구단 내에 이론팀을 만들었을 때, 이 문제에 대해 체계적인 이론연구에 돌입, 이를 찾는데 성공했다. 이 원리를 활용해 단 하나의 전자로 1비트의 정보를 처리하는 단전자 소자를 구현하면, 지금까지 수십 개의 전자가 수행하던 작업을 전자 하나가 대신할 수 있어 전력소비와 발열을 크게 줄일 수 있고 궁극적으로 집적회로의 소형화를 좀 더 앞당길 수 있게 됐다.
미래부(장관 최양희) 산하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김두철) 연구진이 전자를 하나씩 이동시키는 폭 1㎚의 부도체 나노 인듐원자선을 찾아냈다.
일반 도체전선은 한꺼번에 많은 전자를 흘려보낸다는 점에서 다르다.
단전자 소자(Single Electron Device)는 하나의 전자로 된 스위칭 소자·전자기기 소형화의 고질적 과제인 전력소비 절감과 발열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진은 저온에서 전류가 흐르지 않는 부도체인 인듐 원자선에 전자를 하나씩, 원하는 방향으로 흘려보낼 수 있음을 알아냈다. 전자 하나를 회로의 스위치로 만들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낸 것이다.
500℃ 이상의 고온에서 실리콘 표면에 인듐을 뿌리면, 인듐원자가 규칙적으로 사슬처럼 엮인 선폭 1㎚이하의 원자전선을 형성한다. 이는 상온에서는 도체지만 영하 150℃ 이하에서는 부도체의 성질을 갖는다.
각 원자사슬은 서로 다른 네 가지 원자구조(A, B, C, D)의 조합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들이 어떤 순서로 배열하느냐에 따라 방향성을 갖게 할 수 있다.
이때 각 원자사슬 양단 사이에 좁은 경계가 생기며 이를 ‘솔리톤’이라고 하는데, 솔리톤에 하나의 전자가 갇히게 된다. 원자사슬을 구성하는 원자들의 순서를 바꿔주면 ‘솔리톤’이 방향성을 갖고 이동하게 돼 솔리톤에 갇힌 전자도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찾아낸 ‘1차원 물질에서 방향성을 가진 솔리톤’을 '카이럴 솔리톤'이라고 이름 지었다. 이는 마치 무빙워크가 움직이면서 위에 가만히 서 있는 탑승자를 이동시키는 것과 같다.
또 다른 전기가 통하는 부도체인 폴리아세틸렌에 관한 연구가 2000년 노벨화학상을 받았지만, 폴리아세틸렌 사슬에서는 전자를 하나씩 제어하기는 어려웠다.
연구진은 "1차원 시스템에서 위상부도체 특성은 거의 연구되지 않았다. 2차원/3차원 위상부도체로 가기 위한 연습문제로 다루는 정도였다. 이번 연구에서는 1차원 시스템에서도 특이한 위상부도체 성질이 존재하며, 소자 응용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보였다. 앞으로 1차원 시스템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남을 따라가는 연구가 아닌, 우리가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는 연구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한편 기초과학연구원 ‘원자제어 저차원전자계 연구단’의 염한웅 단장과 이성훈 연구위원 연구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 최고권위의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IF 33.611)에 10월 9일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