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의 소멸’을 말하는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에게 ‘제조업이 살아날 방도’를 묻자, 박 대표는 “살고자 하면 ▲3D프린터 ▲드론 ▲무인차 등 부상산업에 눈을 돌리라”고 답했다.
제조업, 살아날 수 없다?
“제조업은 살아날 수가 없죠. 그런 얘기는 처음 들어봤어요”
위는 “미래 산업에서 제조업이 살아날 길은 없느냐?”라는 기자의 물음에 미래 전문가 박영숙 대표가 답한 말이다. 확고한 표정으로 당연하다는 듯이 빠르게 답하는 박 대표는 기자의 질문에 관해 “제조업체의 생존 방법은 없는지를 물어야 한다”고 정정하며, 질문의 의도는 알고 있다는 듯이 재빠르게 말을 이어갔다.
“제조업체는 생존을 위해 부상산업을 찾아서 가야 합니다. ▲3D프린터 ▲드론 ▲무인차 ▲전기차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 로봇 등 부상산업을 찾아가는 방법으로 살아남을 것입니다”
박 대표에게 묻고 싶은 것은 하나였다. 바로 ‘제조업이 살아날 방도’다. 이 실낱같은 희망을 “제조업은 살아날 수가 없다”는 한 마디로 일축했으나, 이어 답한 몇 마디 문장에서 ‘제조업’은 하나의 물건을 만들고, 찍어내는 활동이라는 것을 알았다.
박 대표가 “제조업은 망한다”라고 말하는 의미 중심에는 ‘3D프린터’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하는 일을 기계가 대체하는 일, 이것은 비단 오늘만의 일이 아니었다.
‘기술실업’은 고도화된 산업구조를 타고~
박 대표는 자신의 저서 <메이커의 시대>에서 인공지능 로봇으로 생길 사람의 ‘기술실업’에 관해 언급한 바 있다.
박 대표가 말하는 ‘기술실업’은 기술이 발전해서 로봇이나 AI가 일자리를 대체하는 상황 속에서 인간이 일자리를 창조해도 새로운 일자리는 기계나 로봇이 뺏어가 사람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이것은 박 대표가 주장하는 ‘제조업의 소멸’을 잘 설명해준다.
또한, 기술이 발전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조해도 종전에 있었던 일자리만큼 일자리를 창출하지는 못하기에 고도화된 산업 구조 때문에 노동자가 빠른 속도로 신기술을 배워도 제대로 대체되거나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박 대표는 이렇게 기계가 사람의 일자리를 뺏어가는 것에 반발해 영국에서부터 일어난 운동이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이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기술 변화로 가장 거대하게 세상을 바꾼 사례 중 하나가 ‘전신(電信)’을 활용한 ‘전보(電報)’라고 말했다.
전신 개발로 전보할 수 있게 되자 3일 만에 3천 명의 사람이 일자리를 잃고, 개척 시대 서부의 조랑말 속달 우편으로 지금의 현대자동차와 같은 거대한 회사 포니익스프레스(Pony Express)가 망한 사례를 들며, 박 대표는 이러한 현상을 ‘기술실업’으로 명명했다.
아울러 이와 같은 맥락에서 컴퓨터가 생긴 후 계산기, 게시판, 팩스 등이 점점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1980년대 만해도 벽에는 게시판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이 있었는데, 달력, 팩스, 계산기, 사전까지도 모두 컴퓨터로 들어갔습니다. 하물며 책도 이북(Electronic Book)으로 들어갔죠. 기술실업으로 계산기와 팩스 등을 생산하는 수많은 산업이 망했듯이. 세상이 이렇게 변하고 있습니다”
제조업을 삼키는 거대한 기술 ‘3D프린터’
박 대표는 이러한 역사를 비춰 봤을 때, 3D프린터는 제조업을 삼키는 거대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의 말에 의하면 미국에서 1985년에 개발된 3D프린터는 플라스틱을 처음으로 프린트하고, 세라믹에 이어 시멘트로 집과 실크로 옷도 프린트하는 등 이제 모든 의식주를 프린트하게 됐다.
박 대표는 “한 MIT 유리 연구소에서 3D프린터 헤드가 화씨 1천900도 되는 유리를 프린트했다는 것은 모든 금속을 프린트할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2016년 1월 5일 자에 HRL연구소(HRL Laboratories, LLC.) 연구진이 3D프린터로 프린트한 세라믹을 화씨 2천500도의 열기로 절단하려 했지만, 잘리지 않았습니다. 결국, 3D프린터로 견고한 물건도 프린트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 것입니다”
앞으로 3D프린터가 용광로를 대체할 수 있다는 말에 과연 어느 시점에서 3D프린터가 상용화가 될까 궁금했다. 기자가 이를 묻자, 박 대표는 “바로 지금”이라고 답했다.
2016년, 3D프린터의 변곡점
“HRL연구소에서 연구하고 발표한 3D프린트 관련 논문이 나왔고, 다양한 물건이 이미 프린트돼 나왔습니다. 이것이 일상생활에 오기까지는 앞으로 2~3개월만 있으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2016년부터는 거대한 변화가 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박 대표는 2016년을 3D프린터의 큰 변곡점으로 봤다. 2015년이 3D프린터가 나오는 시점을 기준으로 30년이 됐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보통 완벽한 기술이 나오려면 처음 개발되고 나서 20년 또는 30년이 걸리는데, 이 시간이 지나면 보편화가 된다고 전했다.
“3D프린터는 개발 된 지 올해가 30년째로 완벽한 기술이 나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3D시스템즈와 Z코퍼레이션이란 회사에서 3D프린터를 만들었는데, 3D시스템즈 사가 Z코퍼레이션 사를 인수했기에 3D시스템즈 사에서 3D프린터를 최초로 만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 대표는 “2014년 11월 6일, 뉴욕 기자회견장에서 스티븐 니그로(Stephen Nigro) 휴렛팩커드(이하 HP) 잉크젯 그래픽솔루션부의 부사장이 2016년 중반부에 HP에서 3만 개의 노즐로 초당 3억5천 드롭(Drop)을 뿌리는 제조용 3D프린터 ‘HP 멀티 제트 퓨전(HP Milti Jet Fusion)’을 출시할 것이라고 선포했다”며 “세탁기처럼 생긴 이 3D프린트가 상용화되면, 사람 몇천 명의 일을 대신할 수 있다. 곧 100만 원 이하의 가정용 3D프린터도 나올 것이고, 이것은 의식주를 만들어 낼 것이다. 그래서 2016년을 제조업 소멸의 원년이라고 부른다”라고 말했다.
3D프린터로 아웃소싱 사라져
“미국 회사인 IR3(Industrial Revolution3)는 제3차 산업혁명이라고 한국말로 번역할 수 있어요. 이런 회사가 나와서 열 전도성 물질과 같은 것을 프린트하면서 동시에 부엌에 찬장처럼 3D프린터를 벽에 붙이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박 대표의 말대로 자기 전에 3D프린트를 걸어놓으면 다음 날 아침에 부엌에 가 원하는 물건이 프린트된 것을 볼 날이 머지않았다.
박 대표는 “이렇게 자신이 필요한 물건을 개인의 집에서 제조할 수 있게 된다면, 지금까지 저임금 국가에서 아웃소싱해온 단계가 사라진다”고 제언했다.
이런 3D프린터가 지금도 150만 원에서 200~300만 원선으로 일반 직장인의 한 달 월급 정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 저렴한 것은 150만 원 선으로 이제는 30만 원에서 8만 원되는 제품도 있다고 말했다.
1930년, 제조업 → 2040년, ‘로봇, 자동화 기계, 3D프린터’
“3D프린터가 저렴해지고, 다양한 것을 프린트할수록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집니다. 2040년이 되면 제조업이 서부에서 다 사라질 것입니다. 우리가 만든 표가 이를 말해줍니다”
“대부분 선진국에서 제조업은 1930년에 일어났습니다. 그러다 2040년에 제조업이 사라지니까 110년 만에 사라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농업 인구는 1800년도 중반부터 생겨서 지금 1.5%니까 거의 사라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농업의 시작을 1850년도 중세기 19세기 중반부터 2010년까지 본다면 140~150년 사이에 농민이 사라진 것입니다. 제조업의 전성기가 1930년에 일어났다고 본다면, 1930~2040년 110년 사이에 거의 제조업이 농업처럼 사라지는 형태가 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자리는 ‘로봇’이나, ‘자동화 기계’ 또는 ‘3D프린터’가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 곧 4D프린터 나올 것
박 대표는 현재 3D프린터에 신발과 옷이 이미 프린트되며, 2011년부터 파리 가을 컬렉션에 주로 이리스 벤 하르펜(Iris van Herpen) 패션디자이너와 같은 사람들이 3D프린트한 옷으로 지난 2011년부터 패션쇼를 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말에 따르면 현재 ‘열’과 ‘수분’을 프린트하는 4D프린터까지 나온 상태다. 장신구가 몸에 닿으면 내 몸의 열과 수분 등 온도에 의해 온종일 장신구의 모양이 바뀐다.
박 대표의 말은 들을수록 놀라웠다.
“3D프린터로 신발과 옷을 프린트하면 신발가게에 신발과 옷가게에 옷이 없어집니다. 보디스캐너에 들어가서 몸을 스캔해서 버튼을 누르면 실제 옷을 안 입고도 시뮬레이션을 그릴 수 있습니다. 버튼을 눌러 옷을 프린트한 후 맘에 들지 않으면 다시 기계에 넣어 셀룰로이드(Celluloid)로 만들 수 있습니다. 나이키 패션이나 디자이너 이영희 패션 등 패션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옷을 프린트하는 3D프린트는 아침에 출근할 때 사용해야 하기에 침대 옆에 있을 것입니다. 옷 가게의 옷과 디자이너가 3D프린터 속에 있는 것이죠. 디자인도 대부분이 무료입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대부분 오픈돼 있어 어떤 사람은 정장 디자인만 갖다 놓을 것이고, 디자인이 다 돼 있는 것을 무료로 놓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특별히 디자이너가 필요가 없어집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래에는 이미 옷과 집을 이런 식으로 프린트한다. 박 대표는 현재 집을 프린트하는 기계가 1천200만 원~3천200만 원 정도의 선으로 유리섬유로 된 빠르게 마르는 시멘트를 재료로 해 20시간 내 프린트한 집을 1개에 500만 원 정도에 팔 수 있다고 했다. 이것도 활발하게 유통이 이뤄져 대량생산하면 50만 원에 만들어진다.
“이때 사용하는 것은 빨리 마르는 시멘트로 유리섬유 아니면 폴리를 섞어서 사용합니다. 20시간 안에 하나의 집을 프린트합니다. 하루 만에 만들 수 있는데, 중국에 중국 윈선(3D주택프린터)이라는 회사가 이렇게 집을 많이 지어서 팔고 있습니다. 메이드인 스페이스 회사 사장은 우주에서도 3D프린트를 합니다”
미래, 1인 기업 시대
결론은 3D프린터로 제조업의 소멸이 일어난다는 말이다. 그러니 살아나려면 3D프린터, 4D프린터, 드론 등 부상산업에 귀를 기울이라는 말인데, 박 대표가 말하는 미래는 메이커의 시대다. 이제는 일자리를 개인이 창출해야 할 때로 미래에는 1인 기업으로 모든 제조품을 3D프린트 하나로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는 똑같이 만들어내는 것은 기술이 해주기에 다르게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예술가적인 영감과 디자이너의 감성, 기술자의 멀티플레이어와 같이 모든 매체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만약 모든 것을 혼자 할 수 없다면, ‘협업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 박 대표의 생각이다.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 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 또한 미래학자로서 전 세계가 3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선 것을 알리며, 공유의 경제를 통한 사물인터넷이 해법이라고 말했다.
사라짐은 새로움의 시작이다. 소멸은 여백을 남긴다. 그리고 그 여백은 다시 창조를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을 내어준다.
제조업의 소멸이 부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현재를 직시하고, 미래를 볼 줄 아는 혜안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