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접어들면서 매섭게 몰아닥친 한파 때문에 모든 이들의 몸과 마음이 한꺼번에 얼어붙은 것이 얼마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끈한 열기를 내뿜은 곳이 있으니 바로 온라인과 도심 곳곳에 마련된 ‘경제활성화 입법 법안 촉구 서명 부스’다.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온라인 서명 사이트가 정식으로 오픈된지 이틀만에 10만 건 이상의 서명이 모아지면서, 경제회복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을 대변했다. 도심 곳곳에 마련된 서명부스에도 행인들이 발길을 멈추고 서명하는 모습을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서명운동에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직접 서명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를 둘러싸고 정계와 재계의 분위기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서명운동’이라는 것은 옛날부터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의 억울함을 알리거나 부조리를 해소하기 위해 취해왔던 운동 방법이었다. 이러한 서명운동을 우리나라 경제구조상 ‘갑’의 위치에 있는 이들이 벌였다는 것이 일단 이 서명운동의 정체에 대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입법을 주도하는 국회의원이 경제인들보다 ‘갑’의 위치에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국가의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대통령이 특정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서명했다는 것은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알려진 내용이지만 이 법안에는 의료 및 철도의 민영화는 물론 파견법 등 근로자들에게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법안에 대해 서명된 내용을 받아서 처리해야 할 대통령이 독려의 차원에서 자신의 이름 세글자를 서명해 버리면서 실질적으로 서명운동을 전개한 기업인들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를 보였다.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나라에서 ‘대통령’이 의미하고 상징하는 바는 무엇인지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자신이 그 ‘이름값’을 모르는 경우에는 ‘두말할 나위’가 때로는 필요해 보인다.
*거치대 : 거칠지만 치밀하게 산업계 이슈에 대거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