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보]
페퍼는 사람 대신 커피 주문을 받거나, 결혼식 들러리 역할 등을 한다. 이렇게 인간을 대체하는 로봇의 등장으로 <인간은 필요 없다>란 제목의 책까지 출간되는 판국에, 과연 인공지능은 인간의 뇌를 어느 수준까지 따라왔을지 궁금해 뇌 영상 분야 최고의 권위자로서 현재 서울대학교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특임연구위원인 조장희 이학박사의 연구실로 찾아갔다.
조장희 이학박사는 현재 노벨상에 가장 가까운 한국인으로 평가 받고 있으며, 세계 최초로 원형 PET(양전자방출 단층촬영기)와 2T MRI(자기공명영상장치), 7T MRI를 개발한 석학이다.
이러한 석학을 만나러 2시간가량 걸려서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그의 연구실로 지난 2일 찾아가자, 조 이학박사가 던진 첫 마디가 “현재 AI(인공지능)는 아직 머리와는 거리가 멀다”라는 말이었다. 뭔가 예상과는 다르게 인터뷰가 진행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순간이었다.
지금의 인공지능, 뇌와 연관 있다? 없다~
“그래도 이름이 ‘인공지능’인데, 사람의 뇌와는 상관이 없나요?”
기자가 이와 같이 질문하자, 그는 “현재 사람이 밝혀낸 뇌가 10%도 안 되는데, 어떻게 사람의 뇌를 모방할 수 있겠나?”라며, “지금의 인공지능(AI)은 뇌과학과 상관없는 자동화를 말하는 것으로 뇌과학과는 거리가 멀다”고 답했다.
조 이학박사의 말에 의하면, ‘인공지능’이라고 이름을 붙인 이유는 인기를 끌기 위해서다. 현재는 뇌를 사용해서 기술화할 정도로, 뇌를 알지 못 할 뿐만 아니라 기계 발달 수준이 사람의 복잡한 ‘뇌’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AlphaGo)와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이세돌 9단 바둑기사와의 ‘세기의 바둑 대결’에서도 알파고는 사람처럼 흉내 내는 정도이지, 뇌가 작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앞으로 데이터가 쌓여가고,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로봇이 사람을 역전할 수 있습니다. 빅데이터를 컴퓨터가 분석해 맞춤 정보는 줄 수 있어도, 뇌과학과 연관되는 것은 아직 아니죠”
“과학기술에 근거한 산업 해야”
조 이학박사는 인공지능이 자동화에 머물러 있지만, 이 자동화를 빨리해야 한다며, 그 이유로 ‘한국 산업의 경쟁력’을 꼽았다. 과학 기술에 근거한 산업으로 한국 산업에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인적 자본은 중국, 베트남의 인력보다 비싸고 고등기술이 부족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우리나라는 산업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인건비도 미국보다 비싼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과학기술도 후진국 수준으로 영어 등 외국어 소통이 부족한 편이라 세계에서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이것을 극복해 내려면 자동화를 빨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조 이학박사는 이것을 하지 않고, 저렴한 인적자본을 외국에서 들여오려고만 한다면, 한국의 경쟁력은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제언했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연구에 투자’를 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쉽게 하는 것은 쉽게 없어집니다. 남이 못하는 어려운 산업 기술을 해야죠. 관료가 전문성이 있어야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입니다. 미국도 관료의 전문성은 낮지만, 그래도 이들을 도와주는 제대로 된 대학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없습니다. 방향을 잡아줄 브레인이 없는 것입니다. 이것 없이 한다면 백날 해봐야 안 될 것입니다. 한국은 과학기술 후진국에서 못 벗어나겠죠”
조 이학박사는 관련 기사를 기자에게 보여줬다.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세계 석학들이 미국 과학재단(NSF)과 함께 산업별로 세계 핵심 기술 99개를 선정했는데 한국은 한 가지도 들지 못했다. 일본이 2007년에 세계 과학기술 평가 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 100점 만점에 미국 92점, 일본 83점이었는데 한국은 7점에 불과했다.
- 2009년 4월 17일 <중앙일보> “경쟁력 측면에서 보면 산업계-정부-대학 순” 中 -
인구가 우리나라의 20배가 많은 중국은 우리보다 20배나 더 쉽게 기술을 개발한다고 말하는 조 이학박사는 이것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남이 못하는 어려운 과학기술에 기반한 산업기술을 일으켜야 하고, 우리가 먼저 확실한 개념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산업의 기반, “묻지마~ 연구”
전반적으로 인공지능이 뇌에 비해서 떨어진다고 평가하는 조 이학박사가 그래도 제일 발달했다고 인정하는 나라는 미국이다. 조 이학박사는 “미국이 화성에 우주선을 보내는 이유가 무엇이겠냐?”라고 기자에게 물으며, 바로 “미국이 여기서 얻을 것은 금덩어리가 아니다. 금덩어리가 있더라도 가져올 수 있느냐? 없다. 뻔히 눈에 보이는 이득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움직이는 미국이 바보겠냐? 아니다. 세계에서 제일 똑똑한 나라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묻지마 연구’를 통해서 나오는 부산물 즉, 미국항공우주국 나사(NASA)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기술이 미국의 산업 기반이 돼 미국을 먹여 살리기 때문이다.
“정말 중요한 기술은 ‘묻지마 연구’를 하다가 나오는 것입니다. 남의 흉내를 낼 때는 이미 늦은 것이죠. ‘묻지마 연구’를 하는 미국은 세계에서 제일 똑똑한 나라입니다. 여기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정제된 기술을 만들고 사업을 만듭니다”
조 이학박사는 정말 기반이 되는 기술은 ‘묻지마 연구’를 하다가 우연히 나오는 것인데, 이 연구를 하는 곳이 한국에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것을 하지 않고 남의 흉내와 쫓아가기만 반복해서는 항상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가 하는 연구라는 것은 연구하라고 해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반 중소기업의 사업에 필요해서 지원하는 연구는 연구라기보다는 개발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경제도 살아나려면 이렇게 ‘묻지마 연구’를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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