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특임연구위원 조장희 이학박사 “세상을 바꾼 인터넷, 유럽 CERN의 ‘묻지마 연구’ 통해 나와”
대학 = 나라의 두뇌
“연구, 개발, 사업 등은 한 줄로 연결됩니다. 예전 연구는 10년, 20년 있다가 개발하는데 지금은 시간이 줄어들었습니다. 아이디어가 나오면 바로 만들 수 있습니다. 속도와 정보가 빨라졌습니다. 인터넷에 들어가면 다 나오죠”
이렇게 인터넷이 발달되면서 대학은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연구하는 곳으로 변했다. ‘세상에서 못하는 연구를 하는 곳이 대학이다’. 이것이 조 이학박사의 지론이다. 그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이하 MIT)와 하버드대대학교(이하 하버드) 강의를 온라인 대중공개 강좌(MOOCs·Massive Open Online Courses)를 통해 들을 수 있는 세상”이라며, “보통 대학이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는 현장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5년에서 10년 앞서있다”고 말했다.
대학은 한 분야에 전문성을 띄고 연구하는 곳으로 자신의 분야만큼은 세계 동향을 읽고 있기 때문이다. 조 이학박사는 여기서 나온 부산물로 산업화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현재 두뇌가 될 연구하는 대학이 없다고 전했다. 우리는 100년이 뒤떨어졌는데 선진화할 생각은 안 하니까 될 리가 없다는 것이다.
대학의 연구를 통해 나온 콘텐츠로 산업에 뛰어들어라
“캘리포니아에 있는 대학이 프랑스 전체에서 나오는 논문보다 더 많은 논문이 나옵니다. 하버드, MIT 등에서 연구한 과학 기술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습니다. 이 분야 전문가가 10년, 20년, 30년 연구하고, 졸업생이 연구하다가 사업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 만든 것이 벤처기업입니다. 대학이라는 큰 덩어리 속에 수십 년 동안 축적된 기반에서 사업하는 것이 국제 경쟁력이 있는 것이죠. 산업, 과학, 기술 등의 정책을 이를 기반으로 완전히 바꿔야 합니다. 지금 세계 경제 시대에서 인터넷 들어가면 모든 것이 다 있는데 우리도 앞서가지 않으면 안 돼요. 우리가 근본적으로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산업, 경제, 과학, 기술 등 국가의 모든 관리는 앞서가는 대학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야한다는 것이 조 이학박사의 생각이다. 그는 산업의 축을 만들고, 나라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콘텐츠가 학교에서 나오며, 나라의 뇌가 될 대학이 있어야 모든 아이디어에 전문성을 더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의 물량과 인적 자원, 미국의 기술과 자본, 일본의 앞서 나간 교육과 기술의 섬세함에 우리나라가 이기려면 장기적으로 과학기술과 대학에 투자해야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것 없이 쉽게 돈을 벌어들이려 하면 쉽게 망하게 돼 있습니다. 어떻게든 우리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미래를 위해서 투자해야 합니다”
“이봐, 해봤어?”
현재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 매각 건에 관해서 기자가 언급하며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고 생각하느냐고 조 이학박사에게 묻자 “두산인프라코어가 고급 기계를 사서, 높은 부가가치가 있는 기계를 다시 생산해야 하는데, 두뇌와 테크놀로지 인프라가 없으니 이것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런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래서 현대그룹 창업자 아산(峨山) 정주영 회장의 ‘이봐, 해봤어?’란 말이 지금에 맞습니다. 일본은 1930년에서 40년대에 전투기를 만들었어요. 제가 50년 전에 조그마한 나라 유럽 스웨덴에 가니까 제트 전폭격기를 만들고 있어요. 사브(SAAB)라는 회사에서 말이죠. 물론 한국전쟁에서는 약 70년 전에 제트기가 나왔죠. 그런데 우리가 아직도 장난감 훈련기 수준밖에 못 미치는 제트기 F-15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것을 인도네시아도 팔고 있죠. 왜 우리의 조선업이 세계 제일이라면서 항공모함을 못 만듭니까? 전자 분야가 제일이라는데 왜 로봇을 항공모함에 넣지 못할까요? 해 봤냐는 것입니다“
조 이학박사의 어조가 격앙됐다. 수학도 해보지 않고는 문제를 풀 수 없다는 말에 그가 얼마나 답답한 심정으로 말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Why not try?
“청년 실업이 지금 수십에서 수백만 명 있는데, 왜 F-35를 미국에서 사 오죠? 왜 시도를 안 하느냐는 거예요. 지금 일단 해봐야 10년이고 15년 후에 만들 수 있어요. 우리나라의 실업자 수천 명, 수백만 명이 모여서 해보자는 거예요. 왜 몇십조를 그냥 외국에 줍니까? 조선 대국이라면서요”
조 이학박사는 우리나라가 이러한 ‘묻지마 연구’ 혹은 이런 제품 생산에 관한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은 대부분의 정부 관료가 인문 계통으로 테크놀로지 분야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스라엘에서는 로켓을 만들었는데 우리는 사오고 있다는 것이다. 조 이학박사가 말하는 국내 로켓 개발 예산은 3천억 원. 이것은 조그만 중소기업의 반도 안 되는 금액이다.
“로켓 하나를 발사하려면 여기에 따른 여러 가지 기본 인프라가 많습니다. 나사(이하 NASA)에서 많은 기술이 나오는데, 그런 것 하나도 안 하는 거야. 로켓 하나 쏠 생각 안 하지. 전투기 하나, 제트기 하나 만들 생각 안 하지. 항공모함 하나 만들 생각 안 하지. 전부 앉아서 쉽게 F-35를 사들일 생각입니다. 큰 재벌은 군수 산업을 해야 해요. 이 산업이 첨단산업이기 때문입니다”
조 이학박사는 국방 산업이라는 명분으로 ‘묻지마 연구’를 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말하면서, 이렇게 우리가 펀더멘탈(Fundamental, 경제기초)인 산업과학기술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실제 90% 확실치 않은 것도 NASA에서는 하고 있다. 미국 국방연구소에서 묻지마 연구를 하고, 많은 돈을 연구를 위해 연구비로 쓰고 있으며, 미국 보건성(1980년 이전, 보건복지교육성)과 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NSF) 등에서 연구비를 대는 것이다. 여기서 묻지마 연구를 하고, 여기서 나오는 부품 하나가 미국을 먹여 살린다.
묻지마 연구의 대표 사례 ‘인터넷’
“인터넷도 어디서 나왔습니까? 세상을 바꾼 인터넷이 CERN(유럽입자물리연구소)에서 나왔습니다. 여기에 3만 명의 유럽 과학자들이 함께 모여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묻지마 연구가 나오는 것입니다. 이 연구에서 인터넷이 최초로 나와 세상을 바꿔 놓았습니다. 여기에 따라서 나오는 산업이 어마어마합니다. 구글 등 모든 것이 이런 데서 나온 거예요. 그래서 남이 쉽게 할 수 있는 것에 관한 개념이 확실해야 합니다. 우리가 쉽게 하면 남도 쉽게 하죠. 그래서 우리가 장기적으로 깊은 기술, 남이 흉내 낼 수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하는데 그것을 어디서 해야 하냐는 말입니다”
조 이학박사의 말처럼 지난 62년간 CERN에서 나온 연구 성과는 인류의 삶뿐만 아니라 미래의 패러다임까지도 바꿨다.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WWW)인 인터넷이 이 중 하나다. 우리가 지금 흔히 사용하는 인터넷이 그의 말대로 1990년에 영국의 컴퓨터 과학자 팀 버너스리(Tim Berners Lee, 1955)가 CERN에서 개발했다. 조 이학박사는 선풍적인 인기를 몰고 온 애플의 iPhone도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만들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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